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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 수치가 아닌 가치의 단일화를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걸어온 길은 정치 개혁의 길이었고, 서민을 위한 길이었다. 또한 지금의 평화 통일 시대는 민주노동당이 열었다. 패잔병들이 다시 정권을 잡겠다고? 이번엔 나 권영길로 가치의 단일화를 해야 한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목소리를 많이 높여서인지 얼굴에서는 연방 땀이 흘렀다. 150여 대학생들은 그런 권 후보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어느덧 이름 앞에 ‘대권 삼수생’이 붙은 권영길 후보. 두 번을 내리 실패하고 다시 대선이라는 큰 시험을 앞둔 권 후보가 9일 오후 경희대학교를 찾았다. 이날 권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 처음으로 공개 강연을 했다.

 

권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권 후보는 평소와 달리 강연 노트도 준비했다. 단상에 오른 권 후보는 작심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히 그는 ‘이명박 대항마’는 바로 자신이란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결국 그의 비판의 화살은 대통합민주신당에 사정없이 꽂혔다.

 

"부패의 온상 민주신당 용서가 안 돼"

 

“대통합민주신당은 그냥 문 닫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 그걸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 그들이 저지른 ‘박스떼기, 차떼기, 폰떼기’를 봐라. 부정부패의 온상이다. 그런데 그걸 지금 경선이라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처음으로 경선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죄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 그런데 다시 집권하겠단다.”

 

권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절대 용서가 안 되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또 “범여권이 몇 번 당 간판을 바꿨는지를 퀴즈로 내면, 대학생 퀴즈왕도 맞추지 못할 것”이라며 “범여권 인사들이 과연 대통령 후보로 나설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 후보는 “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강연이 끝난 뒤 꼭 질문해달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권 후보가 주문한 이 질문은 강연이 거의 끝날 즈음 마지막 질문으로 나왔다. 권 후보는 다시 목소리 톤을 높였다. 

 

“이명박 후보의 경제 정책은 감세, 재벌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로 요약되는데 그건 나 권영길의 정책과 극명히 대립된다. 이 후보 주장대로 하면 노동자 서민 다 죽는다. 지금도 비정규직이 850만 명인데, 노동시장을 어떻게 더 유연화하겠나. 이번 대선은 이 후보의 ‘절망의 경제’대 나의 ‘희망의 경제’ 대결이다.”

 

 

"몇 표 받을 거냐고? 당선 되려고 나왔다!"

 

또 권 후보는 “낙선을 기정사실화 하고 ‘이번 대선에서 몇 표를 받는 게 목표냐’는 질문을 인터뷰 때마다 받는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권 후보는 “기자들은 ‘진짜 당선이 될까?’하겠지만 나는 대통령이 되려고 출마했고, 당선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권 후보는 이날 대학생들을 겨냥해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곧바로 등록금상한제를 실시하고 2012년쯤에는 완전히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 “850만 비정규직 중 400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각각 일자리 15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권 후보는 단상에서 연방 땀을 훔치며 젊은 유권자 공략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또 강연이 끝난 후에도 강의실 입구에 서서 밖으로 나가는 모든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김우현(가명. 법학)씨는 “예상보다 성실하고 열성적인 권 후보 강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김씨는 “민주노동당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국민들을 어떻게 권 후보가 설득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태그:#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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