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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경기지역의 통일행사나 회의에 가보면 늘 흰 수염을 휘날리며 조용히 앉아있는 한 목사님을 만날 수 있다. 박희영 목사다. 고등교회에서 목회중이다. 615공동선언실천 수원본부 상임대표 직함까지 갖고 있다. 수원지역에서는 든든한 통일운동가이자 후원자라는 평이다.

 

2007남북정상(수뇌)회담 앞뒤로 누구보다 감회가 젖어 있을 분으로 보인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수원지회, 통일사랑청년회 등 지역의 청년단체들이 지난 달 29일 토요일 오후5시 수원역 일대에서 남북정상(수뇌)회담을 환영하는 선전물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10월 11일 오후7시경 수원 북문농협뒤 열린공간 시루봉에서 ‘10.4 남북정상선언’관련 강연회를 벌일 예정이다.

 

“잘 사는 것이 다가 아니다. 통일을 위해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정상(수뇌)선언을 지역에서 시민들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모색하고 있는 박희영 상임대표를 9일 본지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 박 대표님은 2007남북정상(수뇌)회담이 결정된 뒤 기분이 어떠했고, 남북정상(수뇌)회담에 대해 수원시민들이나 지역의 환영 분위기는 어떠했습니까.

“참여정부가 끝나기 전 남북정상 회담이 성사된 것이 다행스러웠다. 1차 정상회담의 615공동선언을 이어받을 정부는 참여정부이기 때문이다. 북의 홍수로 연기되고 또 그동안 남쪽에서는 변양균, 신정아 사건으로 2차 정상회담이 좀 가려지는 듯 했지만 오히려 남측의 북측 수해복구 지원으로 좋은 분위기로 2차 정상회담이 열린 것 같다. 지역에서도 정상회담 환영의 행사들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차분하지 않았나 싶다.”

 

- 10.4공동선언이 발표되었는 데 7년 전의 6.15공동선언을 한 단계 발전시킨 선언이라고 볼 수 있나요.

“선언 1항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10.4공동선언은 7년 전 615 공동선언 위에 세워졌다고 볼 수 있다. 특별히 북측의 615 공동선언에 대한 애정과 집념은 대단한 듯 하다. 6월 15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말에도 그런 뜻이 진하게 베어있다. 그러나 615정신이나 통일에 대해서는 선언 내지 재확인 정도에 그쳤고, 경제협력에 많은 공을 들인 듯 하다. 노 대통령의 특구 제안에 대하여 김 위원장이 ‘우리는 특구에 별 재미를 본 것이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이나 ‘개성 공업지구에 대하여 남쪽의 정치적 선전에 불쾌했다’는 북의 반응을 보면 남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남쪽은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반면 아직도 민족과 통일과 자주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북측이 다시금 확인이 되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정상이 인내와 양보로 상당한 합의를 이끌어 낸 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북측이 더 할 말이 많았겠지만 남측의 요구를 많이 들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선언 외적인 것이지만) 나는 노 대통령이 솔직하게 북측의 개혁 개방에 대한 남측의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태도를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꾼 점을 높게 사고 싶다. 그런 것들이 이번 회담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들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 10.4공동선언이 나오기 하루 전, 6자회담의 213초기합의 2단계 이행실천방안이 합의되었고 6자회담합의문에는 미국이 이북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시한을 명시했는 데 어떤 의미인가요. 

“6자 회담에서 연내 핵 불능화를 결의하고 미국은 북에 대하여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연말로 약속하였다, 연말이라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 않은가? 북미 간에 풀 것은 풀어야 되는데 이제야 풀리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수원지역에서 알리고 실천하기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60년의 분단으로 깊게 패인 오해와 불신의 골을 메꾸는 일이 필요하다. 이번 회담을 통하여 남북의 이해와 협조의 큰 틀을 마련한 셈이다. 특별히 통일에 대한 남북의 생각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통일은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인데, 다른 둘이 똑 같아서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서로의 상이한 체제를 인정하고 또 존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자주 만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백두산 관광도 이제 열릴 것이니 앞으로 수원시민들이 쉽게 북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까 한다. 우선 2차 정상회담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토의하는 강연회가 이번 주 11일 저녁에 북문 농협뒤 열린공간 시루봉에서 열린다.

 

-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통일을 앞당기는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  데 어떤가요.

“아무래도 통일은 북이 더 원하고 남은 평화를 더 원하는 것 같다. 이번 10.4 공동선언에도 그런 경향이 잘 나타나 있다. 남측의 한계이고 참여정부의 한계라 할 수 있겠다.
경제 협력도 좋지만 너무 경제, 경제 할 것도 아니다. 경제가 어렵지만 자주, 민족을 내세우면서 통일과업을 이루어내려는 북측과 계속 함께 나아가려면 남측의 경제 제일주의를 경계해야 될 것이다. 잘 사는 것이 다가 아니다. 바르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통일이다. 분단된 채로 전쟁 없는 평화가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통일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어느 때 보다도 급진전 되고 있는 데 앞으로의 정세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주한 미군의 철수를 당당히 주장할 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종전 선언이 된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이유는 더 이상 없다. 남북도 이젠 적대적 관계를 종식시켰고 어떤 전쟁도 반대함으로 미군의 계속 주둔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 마지막으로 수원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합니다.

“이제 다시 한번 수원 시민은 615정신으로 모입시다. 615정신은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하며, 통일의 방안은 연합체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입니다. 이것은 벌써 7년 전에 선언한 남북통일의 대선언입니다. 이 선언 위에 오늘의 10.4 공동선언이 나왔습니다. 또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묶어 쓰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서로 다른 남북의 넉넉한 이해와 상호존중 없이 오는 통일은 거짓 통일입니다. 남북의 상이한 체제를 이해,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비방하지 아니하고, 간섭하지 아니하고, 서로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가 요구됩니다.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다보면 통일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615공동선언실천 수원본부 , #남북정상(수뇌)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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