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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전 장관이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모바일투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금실 전 장관이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모바일투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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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4시7분, 내 휴대폰에 모르는 전화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냥하지만 기계적인 목소리,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을 위한 이른바 모바일투표 전화였다. 안내에 따라 비밀번호를 넣고 지지후보를 선택하니 금방 끝났다. 그 전화번호는 대통령선거일로 만든 010-1219-1219였다.

모바일투표 직접 참여해보니...

내가 모바일투표에 지원한 것은 물론 내 작은 정치적 활동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 이 모바일투표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호기심의 영향이 컸다. 저번 200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에서 '국민경선'이라는 히트상품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이번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은 경선 거부와 선거인단 동원, 허위 등록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파행을 겪고 급기야 경선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도입한 모바일경선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결과와 관계없이 새로운 히트상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일단은 참으로 간편한 정치활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휴대폰은 성인이면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필수품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고, 전화 한 통화 받는 것으로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간편함이 첫 번째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방식은 보다 많은 사람을 경선 과정에 참여시킬 수가 있다. 경선에 참여하고 싶어도 시간상의 제약이나 참여 과정에서의 불편함과 부담 때문에 외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모두가 경선과정에서 투표율이 낮아서 대표성의 문제가 있었다. 적극적 참여자의 숫자를 늘이는 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경선 때마다 문제가 불거지는 불법 동원이나 허위 등록의 문제를 현저하게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일단 직접 참석해서 투표하는 것보다 표본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동원의 위력이 약해진다. 그리고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것보다 휴대폰을 반나절이상 빼앗아놓는 것이 훨씬 더 힘들 것이다. 사람 동원보다 휴대폰 동원이 여러모로 난관이 많다.

물론 모바일투표에 대해 대리투표와 공개투표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리투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자신의 휴대폰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고 투표하도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를 며칠간에 걸쳐 불특정시간에 실시를 한다면 며칠씩 과연 휴대폰을 맡아놓을 수가 있을까? 아마도 일시에 사람들을 동원해 투표장에 데려가는 것보다 더 난해한 작업이 될 것이다.

공개투표의 우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전화를 받아보니 자신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같이 전화 내용을 들을 수 있어야 가능했다. 후보별로 기호도 일정하게 정해놓지 않고 전화할 때마다 바꾸는 것 같았다. 물론 녹음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번을 누르는지 녹음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휴대전화기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있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일일이 휴대폰 옆에서 그 사람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파악하는 것은 한 명은 가능할 지 몰라도 여러 명은 불가능할 것이다.

대리투표, 공개투표 가능성 별로 없어

위로 부터 이해찬, 정동영, 손학규 후보 지지자들의 응원전.
 위로 부터 이해찬, 정동영, 손학규 후보 지지자들의 응원전.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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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측은 모바일투표에 있어 선거인명부의 경우 사전 비공개는 물론 투표가 끝난 후에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며, 투표일시 및 시간도 비공개 대상이라고 한다. 또한 예고 메시지 없이 선거인단이 전화를 받으면 곧바로 투표에 들어가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유령 선거인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터넷으로 선거인단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해 본인 실명을 인증하는 절차를 두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투표 신청자의 경우, 다시 모바일 투표를 신청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원천 봉쇄해 오프라인과 모바일상 선거인단 이중등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였으며, 이동통신 3사의 도움을 받아 타인명의로 등록된 휴대전화는 애초에 선거인단 신청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해 타인명의 휴대전화 소지자의 접근도 막았다고 한다. 실제로 내 아내의 이름으로 내 휴대전화 번호로 시험삼아 신청해 보았더니 신청이 되지 않았다.

오늘 오후 8시면 모바일투표의 결과가 발표되겠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일단 직접 모바일투표에 참여한 소감은 긍정적이다. 여론조사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응답률이 항상 문제가 되어왔다. 국민경선의 선거인단 선거도 마찬가지로 결국 저조한 투표율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처음 실시하는 것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지만, 모바일투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여러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번 처음 실시에 있어 그 결과와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하여 모바일투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그것이 경선 파행을 막고 국민들의 관심을 되찾는 길이다.


태그:#모바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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