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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망가지니 온통이 웃음 바다다..
 스님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망가지니 온통이 웃음 바다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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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수 있는 웃음들은 다 보였다. '하하, 호호, 깔깔, 껄껄, 키득키득, 까르르르…' 자리가 그래서 그렇지 멍석이라도 깔아 놓으면 금방 데굴데굴 뒹굴 판이다. 풍경소리 뎅그렁거리고, 목탁소리 딸그락거리는 염불소리가 제격일 것 같은 산사가 완전 웃음 백화점이다.

사람들이 웃는다. 너무 웃어 얼굴이 빨개지고, 아랫배가 아파올 만큼을 웃고도 모자라 오줌이라도 지릴 듯이 끊임없이 크게 웃는다. 저러다 정말 배꼽이라도 빠져나가는 건 아닌가가 걱정될 만큼 온통이 웃음바다다.

호스피스, 말기암환자들을 돌볼 천사들을 양성할 전문교육기관인 마하보디센터가 문을 여는 10월 7일, 오전 개원법회에 이어 뒤풀이 같은 산사음악회가 오후에 열렸다. 감히 승가(僧家)의 베스트 엔터테이너라고 말하고 싶은 하유스님의 오프닝 법고로 시작된 음악회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열기와 웃음바다다.

스님들 이렇게 망가졌다

좀 경박스러운 표현이 될지 모르지만 이날만큼은 중생들, 마하보디센터를 건립하는데 후원해주고 봉사해준 사람들, 지극한 마음으로 개원을 축하하며 산사음악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하여 스님들이 거리낌 없이 망가지셨다. 표현이 망가짐이지 사실은 스님들이 무애한 하심임을 안다.


어느 스님은 춤을 추었고, 어느 스님은 타령을 불렀다. 고깔 곱게 접어 쓰고 장삼자락 나풀거리며 추는 승무나 바라춤이 아니라 그냥 막춤이다. 신명나는 대로 어깨 들썩이고, 겅중겅중 발놀림하는 속세의 너울춤이다. 차분하게 부처님을 예경하는 찬불가가 아닌 방구타령, 며느리 방구는 물론 시아버지 방구, 시동생 방구까지 등장하는 걸쭉한 입담 같은 타령이다.

그것도 모자라 어떤 스님은 가면극에나 등장할 것 같은 얄궂은 소품, 큼지막한 코에 수염이 숭숭하고 커다란 뿔테안경이 달린 소품을 사용하여 보는 사람들을 폭소케 한다. 

혈기왕성한 스님들이 펼치는 젊은 춤이 아니다. 속세라면 진즉에 할머니로 대우받을 만큼 법력이 높은 노스님이 추는 찬탄의 춤이며 설법의 타령이다.

평소 같으면 두 눈 지그시 내려 깔고 헛기침하며 법문이나 하고, 불법이나 논할 것 같은 스님들이 산사음악회에 모여든 대중들을 위하여 기꺼이 볼거리가 되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선입견으로 가득한 관념적 시각으로 보면 망가진 모습일 수도 있지만 스님들이 보여주던 막춤과 어울림이야 말로 천진불의 미소며 붓다의 몸짓이었다. 당신들을 낮춤으로 보여주는 하심(下心)의 실천행이다.

스님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기 앉아있는 한 명, 저기 서있는 한 명이 다 마하보디센터를 건립하는데 벽돌이 되고 철근덩이가 되었던 동반자이자 천사의 후예들이니 대견하지 않고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다. 당신들이 실천하고자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 자비를 행하는데 기꺼이 함께해주는 속세의 도반들이니 무슨 격의를 따질 것이냐는 듯 당신들의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진솔한 몸짓이며 마음일 뿐이다.



스님들이 이렇듯 격식을 허물고 활짝 웃음마당을 펼치니 사람들은 더 신나하고 즐거워한다. 박수치는 손길이 파도를 이루고, 웃음소리가 메아리로 울리니 초청가수들도 격에 얽메이지 않고 가진 신명을 다 꺼내 놓는다.

중생들은 이렇게 데굴데굴

가수 안치환씨는 등판이 흥건하도록 노래를 불렀고, 가수 한혜진씨는 가슴패기에 땀 고랑이 생기도록 열창을 한다. 얼마의 돈을 받고 어떤 조건으로 초청되었나는 모르지만 그날 그들이 불렀던 노래는 돈으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분위기에 감응하는 가슴의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면 사람들은 '앵콜(앙코르)'을 외치고, 그 앵콜의 노래가 끝나면 사람들은 또다시 앵콜을 외친다. 그냥 무대를 내려 갈 것도 같은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으니 노래는 계속된다. 결국 더 이상은 앵콜을 외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지친 때서야 노래는 끝났다. 행복해 하는 사람들은 외면하지 않고 온 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열창을 하던 초청가수 한혜진씨의 모습도 붓다의 미소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가슴패기에 땀 고랑이 흥건하도록 열창을 하는 초청가수 한혜진의 모습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지칠 때까지 그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가슴패기에 땀 고랑이 흥건하도록 열창을 하는 초청가수 한혜진의 모습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지칠 때까지 그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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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모습이고, 가장 행복한 얼굴들이다. 데굴데굴 구르기라도 할 듯 박장대소하는 그들의 모습은 더도 덜도 아닌 행복이다. 중생들을 위하여 격식에 억매이지 않고 기꺼이 어깨춤을 들썩이던 노스님, 스님들의 그런 진의를 경건한 웃음으로 피워내는 대중들이 함께하던 그 자리는 승속의 경계를 넘어선 불이의 승속이었다.

누가 이들에게 이토록 행복함을 다시금 선물할 수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우습고 행복했던 순간들이다. 귓전에 맴도는 웃음소리와 눈가에 아롱이는 그 모습들이 가을 한날을 더없이 행복하게 한다.

덧붙이는 글 | 그냥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오는 좋은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마하보디센터, #행복, #안치환,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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