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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시위가 일상다반사와 같았던 80~90년대의 대학생들에게는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와 빨간 벽돌, 그리고 쇠파이프가 비교적 친숙했다. 그러나 최근 신세대 대학생들의 시위문화는 예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소속 교대생 6000여 명은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초등예비교사 총궐기대회'를 가졌다. 이곳에서 이들이 보여준 시위는 세월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대학생 시위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평온한 시위, 평온한 전경들
 
 
시위의 현장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생각들은 전경과 시위대의 격렬한 대치모습. 그러나 이날 시위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수의 학생들과 대치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이 광화문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과 전경들의 만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긴장한 전경들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간간이 전경들끼리 장난을 치는 장면도 관찰할 수 있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도 전경들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전경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를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이를 제지하는 전경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구호를 외치는 행사 중간에 나온 한 팀은 댄스 공연으로 시위대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이들에게 시위는 투쟁의 장이자 축제의 장이었다.
 
여학생들이 많은 교대생들의 시위라는 영향이 있었겠지만, 신세대들의 시위 문화는 창의력으로 반짝였다. 훌라후프에 비닐을 씌워 한 글자씩 구호를 적어 줄지어 앉아있는 학생들, 따가운 햇볕을 막기 위한 고깔모자와 우산에 적어놓은 구호를 쓰고 있는 학생들이 시위대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고 있다.
 
시위만 급하냐? 나도 급하다
 
광화문의 열린시민공원이 비교적 큰 규모였지만,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교대생들은 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만만찮은 부작용도 있었으니 바로 여대생들의 생리적 문제해결.
 
교육대학교의 특성상 남학생보다 많은 여학생들의 성비 불균형과 생리적 문제 해결 시간의 차이점을 생각한다면 여자 화장실의 수는 남자 화장실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했다. 그러나 공원에 있는 화장실은 단 하나. 많은 교대 여학생들이 줄지어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자꾸 안쓰럽게만 느껴진다.
 
비교적 시위대의 인적이 뜸한 지역에서는 캠퍼스 커플로 보이는 한 쌍의 커플 사이에 격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시위 건에 관한 토론 같아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다보니, 여학생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이들에게는 시위보다 급한 것이 사랑 문제 해결이 아니었을까?
 
오후 2시경 시작된 시위는 오후 5시를 넘기고 있다. 아무리 자기주장이 좋다지만 자꾸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 도로가 막히면 으레 어디선가 뻥튀기 장사가 등장하듯 어디서 나타났는지 얼음물을 파는 사람들과 간이분식 포장마차가 시위 장소에 버젓이 들어와 태연히 영업을 하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분식을 사먹는 동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과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얼음물을 나눠 먹는 한 커플의 모습이 이채롭게 보인다.
 
참여하긴 했는데...
 
 
교대생들, 왜 광화문에 모였나?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시위는 전국의 13개 교육대학교 학생 6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OECD수준으로 교육요건을 개선할 것, 농산어촌 교육을 살리기 위해 교육투자를 늘릴 것, 제주교대 등 교사대 통폐합의 철폐, 교과전담교사의 증원 배치 등을 요구했다.

 

최행수(22) 교육대학협의회 연대사무국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2003년 기준 OECD 평균인 16.9명에 비해 턱없이 많은데, 교육부는 2014년까지 OECD수준에 맞추기로 했으면서 올해 초등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에서야 16.9명에 맞추려 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당장 교사가 많이 필요하지만, 교육부가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교육부의 적극적 변화를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서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교육대학협의회 집행부 3명은 교육인적자원부를 직접 방문해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시위에 참여하기는 했는데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사안에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은 시위대에서 한 발 나와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지방에서 당일 올라왔다는 몇몇 교대생은 시위의 목적과 이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머쓱해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교대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당일 오후 차편으로 내려가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시위대와 약간 떨어진 공터에는 일부 학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교대생들이 아니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바로 교대생 친구를 따라 시위 현장에 온 친구들이다. 이들은 어떤 내용으로 시위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시위대들과 같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신세대 시위문화의 한 단면이 아닐까? 그래도 이들의 마음도 시위대의 맨 앞에 앉아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과 한마음 한뜻이리라.

태그:#시위, #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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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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