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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의 전경
▲ 안타나나리보 시내의 전경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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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에도 한국인이 살고 있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를 중심으로 100여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크건 작건 대부분 자기만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석재공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식당을 하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프린터 잉크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안타나나리보에서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은 어찌보면 우연이었다. 아니면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그건 전부 전화 때문이었다.

안타나나리보에 올라온 다음 날 오전, 나는 할일없이 시내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집에 전화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디가서 전화를 하면 좋을까? 시내 중심가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종의 비지니스 센터가 있다. 그곳에 가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으로 인터넷 전화를 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 연결 상태에 따라서 뚝뚝 끊기기도 하고, 통화품질이 그다지 좋지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비싼 돈 내고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마다가스카르에서 비지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이 사장님

그래서 난 그곳으로 들어갔다. 오전 시간인데도 이 비지니스 센터에는 많은 현지인들이 있다. 한쪽에서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사람, 복사기를 돌리는 사람, 팩스를 보내는 사람,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난 한국인 사장님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카운터에 있던 현지인에게 손짓발짓으로 인터넷국제전화를 이용하고 싶다고 말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노 커넥션'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이 불량한 상태일까? 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까 생각해서 한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들려온 한국말.

"한국에서 오셨어요?"

이 비지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이정빈(50) 사장님이다. 나이에 비해서 동안인 그는 약 8년 전에 이곳으로 이주해서 현재 이 센터를 운영 중이다. 나는 이 사장님에게 물어보았다.

"한국으로 인터넷 전화 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 연결 상태가 안 좋아서요. 지금은 안되요."
"그럼 언제쯤 할 수 있어요?"
"글쎄요. 전화로 빨리 인터넷 연결해달라고 재촉하고 있는데, 좀 기다려야 될 거예요."


그래서 난 그냥 위층으로 올라가서 이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 사장님은 1999년에 이곳으로 이주했단다. 이 비지니스 센터는 현지인들에게 워드서비스, 국제전화서비스, 복사 및 팩스 서비스 등을 대행해 주는 곳이다. 4-5년 전만 해도 이 곳의 수입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과 유사한 현지인 업체들이 생겨나서 예전만큼 수익이 좋지는 않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장비를 설치하고 유지보수만 잘 하면 되는 일이다보니 그럴만도 할 것 같다.

마다가스카르에 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

시내의 성당
▲ 안타나나리보 시내의 성당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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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님은 1999년 5월에 이곳에 처음 왔다고 한다. 그때 3개월 짜리 비자를 받아와서 체류하면서 다방면으로 현지조사를 했다. 그후에 이주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해 11월에 마다가스카르로 이주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마다가스카르의 도로사정은 안 좋다. 99년 당시에는 이곳의 교통사정이 어땠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곳에서 살면 어떤 점이 좋을까?

"우선 기후가 좋아요, 공기도 좋고 물가도 싸고. 한국은 치열한 경쟁사회 잖아요.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거든요. 현지인들도 온화하고 순박해서 한국보다는 여러가지로 살기 좋아요"

그동안 혼자서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 이곳 현지인들은 정말 온화하고 친절하다. 항상 웃는 얼굴로 이방인을 대하고, 어떤 경우에도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다. 그러다보니까 치안도 안정될 수밖에 없다. 약간 과장하자면, 한국보다 더 안전한 것 같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도로 곳곳에 그리고 시내 곳곳에도 소총을 메고 있는 현지인 경찰들이 보인다.

지금은 마다가스카르의 겨울, 그중에서도 가장 추운 시기이다. 나는 여름용 반소매를 입고 있는데도 별로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기후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는 이 사장님은 연신 나에게 '안 추워요?'라고 묻는다. 이 사장님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오래 살아서 인지 이정도 날씨에도 추위를 느끼는 모양이다. 이곳으로 이주한 지 8년이 지났으니 이 사장님도 지금은 현지에 많이 적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언어 때문이었죠. 말도 안 통하고, 누가 내 입장을 대변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요. 여기 법이랑 제도는 우리나라하고는 다르거든요. 처음에 이주해서는 각종 서류를 처리해야할 일이 많았어요. 나는 말도 안통하고 이곳 제도도 모르고 하니까 그런 일을 현지인들한테 부탁한다구요. 돈 조금 주고 그런 행정업무를 현지인들에게 대행하도록 시키는 거지요."

그런데 이 일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고 한다. 현지인들 중에서 일부는 돈을 떼어먹기도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일을 미루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어디가서든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바로 사람이다. 마다가스카르 현지인들이 순박하다고는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나보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그런 일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수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땅, 마다가스카르

이정빈 사장님(우측)과 조용주 사장님
 이정빈 사장님(우측)과 조용주 사장님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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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또 한명의 한국인이 이곳으로 올라왔다. 이 사장님과 동갑인 조용주 사장님이다. 조 사장님은 이곳에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 교육문제과 사업문제로 잠시 머물고 있는 중이다. 조 사장님은 마다가스카르의 자연과 자원에 관심이 많다.

마다가스카르의 넓은 땅덩어리에 수많은 자원이 묻혀있는데, 개발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서 많은 나라들이 이 마다가스카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곳에 있는 많은 자원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의 많은 자원도 자원이지만, 이곳의 토지도 아주 비옥하다고 한다. 기후조건이 좋기 때문에 1년에 3모작까지도 가능하다. 식량사정이 좋지 않아서인지 이 나라 정부는 농사에 관해서 아주 관대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 각종 농기계를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고, 농사를 짓기 위한 땅은 외국인에게도 거의 무상에 가깝게 임대해 준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의 면적은 한반도 전체면적의 4배 정도다. 그렇게 넓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고작 1600만명 정도다. 그 중에서 400만이 넘는 인구가 수도 안타나나리보 인근에 몰려있다. 그러니까 지방으로 내려가면 텅 빈채로 노는 땅들이 널려있는 셈이다. 이정도면 농사 짓겠다는 외국인에게 땅을 거의 공짜로 임대해주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게다가 마다가스카르가 보유하고 있는 많은 지하자원이 있다. 항구도시 타마타브 가는 길에는 세계 3대 니켈광산으로 꼽히는 광산이 있다. 이곳의 니켈 매장량은 1억 2500만톤이다. 1년에 6만톤씩 개발 예정이라는데, 우리나라 기업도 개발을 위해서 현재 이곳에 들어와 있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는 여러가지 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많은 나라다. 조 사장님이 말한다.

"점심 안먹었으면 나랑 같이 점심 먹으러 가죠."
"어디로요?"
"여기서 조금 올라가면 한국인 사장님이 하시는 한국식당있거든. 거기가서 김치찌개에 밥 먹자구. 그동안 여행하면서 한국음식 못 먹었죠?"


그래서 나는 조 사장님을 따라 나섰다. 그러고보니 3주 가까이 한국음식을 못 먹었다. 아니 그동안 '밥'을 못 먹었다. 평소에도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김치찌개를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였다.

축구를 하는 사람들
▲ 안타나나리보 축구를 하는 사람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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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했습니다.



태그:#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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