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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어령 교수는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저서에서 일본인의 문화적 성향을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것을 작게, 모든 것을 귀엽게 만드는 일본인의 습성이 오늘날의 경제대국 일본을 일으킨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분재를 만들고, 집안에 작은 정원을 만들고, 거실 한쪽에 산맥과 폭포를 작게 만들어 그것들을 품 안에 끌어안은 일본인들. 그들은 태생적으로 작은 것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심각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작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은 동심의 발로인데, 어찌하여 그들은 그렇게 잔인한 행동을 일삼았을까? 작은 것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으로 역사를 생각한다면 역사 왜곡이라는 치졸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인데….
 
런던브릿지
 런던브릿지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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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바실리 성당
 성바실리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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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앙증맞은 손을 맞잡고, 세계 각국의 유서깊은 건축물이 귀엽게 축소된 미니어처의 세계로 가보았다. 거기에는 에펠탑이 있는가 하면,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과 러시아의 성바실리 성당도 있었다. 그리곤 템즈강을 가로지르는 런던 브릿지의 장엄한 모습도 눈에 뜨였다.

   
피라미드의 아이
 피라미드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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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참으로 청명했고, 저 먼 남해에서 불어오는 갯내음은 더 없이 신선했다. 그 신선한 갯내음에 취해 앙코르와트는 그윽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수 천 년 동안 사막의 칼바람을 맞으며 고독한 형태를 유지한 피라미드의 웅장함도 있었다. 아이는 갑자기 그 피라미드를 올라가는 시늉을 한다. 아마도 저 피라미드는 그에게 꽤나 높은 산이었음에 틀림없다.

   
경회루에서
 경회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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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돌았으니 이제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야겠지. 경회루의 그림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임금님이 계신 구중궁궐도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구나. 조금만 더 가니 불국사의 석조 계단이 푸른빛의 햇살을 받아 하얀 몸살을 앓는구나. 그 몸체에서 비어져 나오는 빛의 움직임을 따라 귀여운 기와지붕의 선을 따라가 본다. 기와지붕의 선 사이로 잿빛 물감이 뚝뚝 떨어지고, 옛 선조들의 정서가 가이 없이 흐른다.
  
에펠의 탑
 에펠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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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의 미소
 앙코르와트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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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작은 것은 역시 아름답다. 그리고 순수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웅장한 건축물을 작게 만들어 한 곳에서 감상하겠다는 그 발상이 순연하다. 동심이란 이렇게 꾸밈이 없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동심을 조금만 간직하고 있다면 이 땅에 전쟁이나 학살, 폭력의 어두운 그림자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작은 것을 사랑하는 일본민족은 반드시 그 죄과를 반성할 것이며, 미니어처 월드를 만들어 흥미와 재미를 가지는 민족들은 평화를 사랑할 것이다. 환상과 평화의 섬, 제주도. 그곳에서 만난 미니어처의 세계는 아름다운 동심의 나라였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미니어처, #에펠탑,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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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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