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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위기에 직면했다.

 

대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노무현 대통령 등 열린우리당 출신 정·관계 인사들을 대통합민주신당 선거인단에 허위 등록하게 한 인물이 정동영 캠프에서 활동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측은 그 동안 손학규, 이해찬 후보측이 정동영 후보측이 '동원경선'으로 경선을 얼룩지게 한다며 비판할 때마다, 자신을 찍은 것은 '유권자들의 위대한 선택'이라며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나가라고 독려하는 것을 동원선거라고 낙인찍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고 항변해왔다. 

 

수긍하게 힘들게 된 정 후보측의 항변

 

하지만 최근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보면 정동영 후보측의 항변이 수긍하기 힘든 상황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30일 새벽 부산의 한 식당에서 있었던 정동영 후보 지지자 모임 사건도 정 후보측은 광주 경선 승리를 위한 자축 모임이라고 하지만 새벽에 비밀리에 150명 이상이 참석한 모임이라는 점에서 다소 의아스럽다 할 수 있겠다.

 

같은날 오후 부산 금정구의 한 학원에서 선거인단 주소와 연락처 등이 차량 편의 관련 메모와 같이 발견된 것도 정상적인 투표 독려 과정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다가 이제는 정 후보측 인사가 대학생 '알바'를 고용해 선거인단을 허위로 등록시킨 사실마저 경찰의 수사결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도 어리숙한 대학생이 노무현 대통령을 선거인단에 대리 접수시키는 상식 밖의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허위 대리 접수나 불법 동원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또 단순히 정동영 후보측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2002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였고, 국민의 관심과 참여라는 흥행 면에서 대성공이었다. 그 당시에도 '노사모'라는 열성지지자들의 참여 독려나 적극적 지지 호소 등이 있었지만, 자발적이고 공개적인 '노사모'의 활동은 오히려 민주적 정치 참여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통합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점점 더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현재 통합신당의 경선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정동영 후보의 책임 가장 크다. 정 후보는 광주·전남 경선을 앞두고 손학규 후보측은 억지 춘향식으로 당내 인사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으며, 이해찬 후보는 참여정부 관료들을 동원한 신종관권선거를 하고 있다며 비판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한나라당이 하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낡은 정치', '새로운 구태정치', '국민 기만행위'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낡은 구태정치의 모습은 정 후보측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나라당보다 나을 것도 하나 없다.

 

한나라당보다 하나도 나을 것 없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정 후보는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가장 오랫동안 당의장을 해 온 사람이니, 누가 보더라도 다른 후보보다 조직 면에서 프리미엄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치'를 외치는 정 후보라면, 애초에 조직을 이용한 동원 선거의 우려가 제기되지 않도록 문제의 소지를 완전히 일소하여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욱 조심했어야 했다.

 

비록 오늘(1일) 정동영 후보가 자신의 캠프 인사가 신당 선거인당 허위 등록을 지시한 사건과 관련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미 국민들의 불신으로 통합신당의 경선에 대한 믿음은 땅에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 후보측이 사과에 따른 자숙이 아니라 다른 후보의 불법 선거 운동 사례를 폭로하는 공격에 나선 점을 보면 더욱 이전투구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통합신당의 경선 후보들은 이 시점에서 과연 무엇이 자신들이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길인지를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특히 정동영 후보는 말로만 사과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캠프 내의 모든 동원 조직을 해체한다든지,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약속 등의 실질적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손학규, 이해찬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참으로 '지독한 경선'이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깨끗이 승복함으로써 아름다운 경선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2002년의 민주당 경선은 국민의 감동과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통합신당의 경선에는 감동과  아름다움은커녕 허위와 동원이 판을 침으로써 환멸을 자초하고 있다.

 

이것은 세 후보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길이다. 이대로 라면 누가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패배는 명약관화하다. 후보가 되어봐야 헛수고란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세 후보는 후보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다는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관심과 신뢰를 되찾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만이 조금이라도 승리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길이다. 


태그:#정동영 , #구태정치 , #동원선거, #허위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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