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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리'로 인해 제주시에는 하루동안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고, 이 비는 1년 동안 배출할 쓰레기를 길가에 쏟아 부었다.
 
이제 그 쓰레기는 모두 처리 했다. 막혔던 길은 뚫리고 교통망은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29일, 수해로 피해를 입은 수해민을 위로하는 제주인들과 함께하는 ‘시화전, 시낭송의 밤’이 열렸다.
 
한라수목원 야외무대에서 열린 시낭송회는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제주민예총이 후원하고 제주작가회의(회장 오영호)가 주최했으며 제주도민들과 함께하는 시화전을 겸해 진행 되었다.
 
제주문인협회장과 제주시사랑회 회장도 함께한 이날 행사에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밤임에도 100여명의 제주도민들이 한라수목원을 찾았다.
 
 
 
시인 도종환은 "태풍 피해로 시름에 잠긴 제주도민들이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찾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인사와 함께 특유의 잔잔한 낭송으로 가을 밤 무게를 더해 주었다.
 
깊은 가을
도종환 시 손희정 낭송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 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
 
억새의 머릿결에 볼을 비비다 강물로 내려와 몸을 담그고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댈 때마다 튀어 오르는 햇살의 비늘을 만져 보았어요.
 
알곡을 다 내주고 편안히 서로 몸을 베고 누운 볏짚과 그루터기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향기로운 목소리를 들었어요.
 
가장 많은 것들과 헤어지면서 헤어질 때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살며시 돌아눕는 산의 쿨럭이는 구릿빛 등을 보았어요.
 
어쩌면 이런 가을날 다시 오지 않으리란 예감에 까치발을 띠며 종종대는 저녁노을의 복숭앗빛 볼을 보았어요.
 
깊은 가을.
 
마애불의 흔적을 좇아 휘어져 내려가다 바위 속으로 스미는 가을햇살을 따라가며 그대는 어느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 또 혼자 깊어가고 있는지요.
 
 
 
이후 시낭송대회 금상 수상자인 일도초등학교 3학년 임희정 어린이가 석용원의 시 목장의 노래를 낭송하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 낭송의 밤에는 정윤철, 이대흠, 김광렬, 김수열, 문무병, 정군칠, 양전형 시인과 강민경, 김정희, 임희정이 독자시 낭송을 해 주었다. 최상돈은 노래공연을 펼쳐 정겨운 분위기를 돋웠다.
 
 
아울러 시화전에는 제주 꽃과 함께 읽는 가을의 시들이 가득 차 한라수목원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고정국, 김문택, 김경훈, 나기철, 장영춘, 이애자, 이일석, 한희정, 허영선, 문영종, 이종형, 김영숙, 김 섬, 김석교, 김순선이 초대시인으로 참석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영주, #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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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통일교육위원, 한국녹색교육협회이사,교육부교육월보편집위원역임,제주교육편집위원역임,제주작가부회장역임,제주대학교강사,지역사회단체강사,저서 해뜨는초록별지구 등 100권으로 신지인인증,순수문학문학평론상,한국아동문학창작상 등을 수상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음(특히 제주지역 환경,통일소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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