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시민'은 극과 극으로 평가를 받는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나는 소위 '유빠'는 아니지만 그를 좋아한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책에서 말한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대한민국 개조론>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대선 출마자들은 출마 선언과 책을 쓰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었다. 유시민도 출마 전에 이 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다른 출마자들과 조금 달랐다. 그는 <대한민국 개조론>에서 자신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비전과 정책을 두고 일할 것인지 말한다. 물론 지금은 대선을 포기했지만.


유시민도 밝혔듯이 <대한민국 개조론>은 보수와 진보에는 달갑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말만 하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다. 유시민 글 중 눈에 들어왔던 내용은 한미FTA가 참여정부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FTA에는 박정희 경제체제의 중심인 '수출주도형 불균형성장전략'을 경제발전전략으로 선택함으로 대한민국은 개방경제, 통상국가로 가는 운명을 부여받았다고 하는 주장은 나로서는 처음 듣는 내용이었고 설득력 있었다.


물론 보수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미FTA는 대한민국을 반드시 살리는 길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 유시민 생각이다. 유시민의 이런 주장에 진보진영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원인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박현채 선생의 <민족경제론>에 근원을 두고 있다. 아직 <민족경제론>을 읽지 못해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박정희식 경제체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족경제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국가발전전략으로 만들어 제시한 인물입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각 지역 단위에서 1, 2, 3차 산업이 균형을 이루어 발전해가게 함으로써 국가 전체가 균형잡힌 경제구조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그가 제시한 전략의 핵심입니다. 경제가 그저 경제가 아니라 사회, 문화의 발전과 조화를 이루면서 성장하게 하자는, 인간 중심, 가치 중심의 경제개발전전략이죠." (본문 36쪽)


어떤 경제체제보다 좋은 경제론이다. 하지만 박정희는 이를 거부하고 수출주도형 불균형성장전략을 택했고. 대한민국은 박정희식 경제체제를 40년 이상 지속했기 때문에 그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시민 생각이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아직도 박현채식 경제체제를 염두에 두고 FTA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안티'일 뿐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유시민은 일갈한다. 나 역시 FTA는 반대하지만 반대할 경우 그 대안은 아직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른다. 진보진영 역시 그 대안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유시민이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그는 FTA가 진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확신은 분명하다.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어떻게 가야 할까?


참여정부가 내놓은 대한민국 장기발전전략인 '비전2030'에서 찾고 있다. 비전2030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선도적 세계화, 개방화와 지식정보화를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세계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선도함으로써 더 큰 경제적 번영의 기회로 삼는다.


둘째, 인적자원개발. 지구촌을 무대로 경쟁하는 주체는 물질이 아니라 사람이다. 일하는 동안 더욱 생산적으로 일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자본 확충. 사회적 자본은 개인보다는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원이다." (본문 58-60족)


세계화가 피할 수 없고, FTA로 가는 길이 외길이라면 대한민국은 이를 대비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그 대안으로 사람이 배우는 일에 국가가 적극 지원하고, 평등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며, 개인보다 사회적인 자본을 확충하는 일에 전력해야 함을 유시민은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성장주의와 낡은 복지국가론을 넘어 사회투자국가로 가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유시민을 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유시민이 제시한 정책을 "좌파 포퓰리즘"이라 비난하고,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에 굴복"했다고 비난한다. 정말 유시민이 제시하는 국가발전전략이 이토록 비판받을 만한가? 둘 다 옳을 수 있지만 그들 주장 면면을 들여다 보면 '말'은 하지만 '책임 있는 대안'은 사실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유시민이 제시한 '의료급여제도'는 비판받을 만한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정과 보완을 거쳐 그렇게 가야만 한다.


대한민국은 선진통상국가와 복지국가의 좋은 점을 택하여 사회투자국가로 가야 할 중요한 기로서 섰다. 세계화는 인민생활을 피폐하게 하는 주범이지만 우리만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세계화 본류를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세계화 본류에만 대한민국을 맡긴다면 소외와 가난한 인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인민을 위한 세계화와 개방화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 즉 사람이 중심이고, 희망이 대안을 세계화 흐름 속에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길이 대한민국 개조다. 그 중심에 인민이 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ㅣ 돌베개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 돌베개(2007)


태그:#유시민, #대한민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