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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 베트남 호치민시티에서 방학을 맞았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방학이 있어 좋다. 방학이 되면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다. 여행 끝에는 피곤만이 남는다는, 그래도 낯선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어느 수필가의 읊조림이 떠오른다.


아내와 함께 어디론가 떠나기로 했다. 간단히 다녀올 곳을 알아보려고 모아 놓은 관광안내 책자를 들춰 본다. 지금은 아프리카의 국제학교로 떠난,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영어 선생이 세 장에 걸쳐 써 준 캄보디아 여행안내서(?)가 눈에 띈다.


사실 캄보디아에는 한 번 다녀왔다. 유명한 관광지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친구가 써 준 안내서를 따라 남쪽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 짐이라 할 것도 없는 옷가지를 넣은 배낭 2개를 들고 아내와 함께 차에 올랐다.

 

‘여행은 느린 교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소신에 따라 비행기 대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시내에 있는 배낭족이 잘 이용하는 ‘신 카페’라는 여행사를 통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향해 떠나는 버스표를 구입했다. 생각보다 현지인 승객들이 외국의 배낭족보다 많다.

 

한국에서 수입한 버스는 냉방도 잘 되고, 시내를 벗어난 후로는 제법 속도를 내며 캄보디아 국경으로 향한다. 한두 시간이 지난 후 버스가 주유소에 멈춘다. 승객 대부분은 화장실로 향하고 버스는 오랫동안 기름을 넣는다.

 

베트남의 자동차들은 주유를 할 때에도 대부분 시동을 끄지 않는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도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주유를 했다. 심지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다. 내가 살다 온 호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이곳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오전 9시에 호치민시티를 떠난 버스는 낮 12시가 거의 되어갈 무렵 ‘목바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캄보디아 국경과 닿아 있는 곳이다. 국경은 국가와 국가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남북한이 대치한 국가에서 자라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교육을 받아온 나로서는 부럽기만 한 국경의 모습이다.


 

공항에서 흔히 보는 총을 든 경찰도 안 보인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이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버스에 함께 타고 온 조수가 캄보디아 비자를 받으려고 미화 25달러와 여권을 함께 가지고 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비자를 받아온다.

 

버스가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 땅에 도착했다. 버스는 국경 근처에 있는 식당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베트남과 다른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식당 간판의 글자가 다르고 식당에서 베트남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것뿐이다. 집사람은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는 과일 파는 아줌마에게서 사온 과일로 점심을 대신했다.


캄보디아 국경 근처에는 카지노를 비롯해 고급스럽게 보이는 호텔들이 있으며 새로 짓는 호텔도 보인다. 베트남의 교민잡지에서 이곳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고급 카지노가 있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어느 외국에서나 골프장과 카지노를 가면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 새로 보수한 느낌을 주는 깨끗한 캄보디아의 도로를 버스는 상쾌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산봉우리 하나 보이지 않는 넓은 들판에는 한가롭게 풀을 뜯거나 누워있는 물소들이 보일 뿐이다. 농부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도로변에 보이는 집은 베트남과는 달리 집을 땅 위에 바로 짓지 않고 땅 위에서 한 층 정도 기둥을 세운 후 그 위에다 지어 살고 있다.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마루에 누워있는 아줌마들이 한가로이 하루를 지내고 있다.
 

얼마 가지 않아 메콩강을 건너는 배를 타려고 버스는 트럭, 승용차들과 함께 줄을 선다. 자동차 사이로 물건 파는 사람들이 다니고 길가에는 먹을 것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가게에서 파는 음식에는 희귀한 것도 많다. 꿀을 발라 구운 거북이, 털을 뜯어 메달아 놓은 참새, 벌꿀 집 심지어는 튀긴 거미와 커다란 바퀴벌레 등 그닥 먹고 싶지 않은 것들뿐이다. 

황토색 물이 흐르는 넓은 메콩강을 온종일 왕복하는 배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들로 붐빈다. 오후 4시쯤에 프놈펜에 도착했다. 오전 9시에 호치민시티를 떠났으니 7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이국의 볼거리들이 많아서였는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외국의 배낭족들로 붐비는 프놈펜의 간이음식점에서 나오니, 오토바이로 손님을 태워주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류장 근처에는 10달러에서 15달러 정도면 묶을 수 있는 숙박 시설이 즐비하다. 나는 친구가 소개한 호텔로 가고자 ‘톡톡’이라 부르는 것을 타고 숙소로 떠났다. 톡톡은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손수레에 의자를 만들어 오토바이가 끌고 다니는 대중 교통수단 중 하나다. 태국과 캄보디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베트남에서는 볼 수 없다.
 
내가 찾아간 숙소는 하루에 25달러인 곳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하는 관광객이 많이 들리는 곳이다. 호텔은 메콩강 바로 앞에 있으며 관광객을 위한 음식점과 호텔이 강을 바라보며 줄지어 있다. 호텔 앞 도로는 오토바이, 톡톡, 자동차들로 붐빈다. 일을 하고 돌아가는 노동자들이 조그만 트럭 짐칸에 가득 타고 가는가 하면 위험스럽게 짐을 싣고 곡예 운전을 하는 트럭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캄보디아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호텔에 짐을 푼 후 메콩강변을 거닐어 본다. 시원한 강바람이 좋다. 먹을 것을 파는 사람, 잔디밭에서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는 가족, 그 사이를 다니며 돗자리를 빌려주는 사람, 부처를 모셔 놓은 곳에서 소원하고 있는 사람들로 붐빈다.

 

강가에는 각국의 국기들이 게양되어 강바람에 펄럭인다. 나의 눈을 끄는 것은 종려나무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환호하는 남한과 북한의 국기다. 보기에 좋다. 잘 어울린다. 남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는 휴전선에서 남한과 북한의 사병이 웃음 가득 머금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2007년 8월 초에 다닌 여행 기록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집니다.  


태그:#캄보디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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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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