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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대운하 드라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 후보 측은 "대운하 난상토론을 하겠다"는 당초 공언과 달리 당내 토론 없이 대운하를 대선공약으로 확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을 할 때부터 환경 파괴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된 만큼 당내 반대론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한반도 대운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는 박승환 의원은 26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당내 의원들을 대상으로 대운하 토론회를 하려고 했지만 굳이 공개 토론회를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많아서 TF팀 내부토론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다"고 밝혔다.

 

대운하TF팀은 내달 몇 차례에 걸쳐 대운하 토론회를 열 계획이지만, 이는 대운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홍보 목적의 행사일 뿐이다. 검증에 버금갈 정도로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국민들에게 대운하의 당위성을 설파한다는 기존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후보의 대선 공약을 정비하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형오 의원은 수차례에 걸쳐 "우리 의원들이 대운하에 대한 확신을 갖지 않고 어떻게 남을 설득하겠나? 대운하는 후보의 중요한 공약사항이니 속이 후련할 정도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차명진 "홍보만 제대로 하면 반대여론 가라앉을 것... 토론 '깜'도 안돼"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에는 대운하 공개토론이 '긁어 부스럼 만들기'라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운하가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한 만큼 의원들의 '이론 무장' 차원에서 '난상 토론'을 계획했지만, 주요 상임위에서 대운하를 방어해야 할 의원들이 TF팀에 모두 참여한 만큼 공개토론회를 굳이 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운하TF팀에는 이명박 경선캠프 부위원장 출신의 전재희 의원을 비롯해 국회 건설교통위(김석준·김재경·박승환), 환경노동위(배일도·안홍준), 정무위(진수희·차명진), 문화관광위(정병국) 소속 의원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매주 두 차례 대운하 방어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정례모임을 열고 있다.

 

TF팀에 참여하고 있는 진수희 의원은 "지난 모임에서 토론회를 여는 문제로 논의가 있었는데 '의원들이 국감 준비로 바쁜데 공개토론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당 차원에서는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의원들은 후보의 핵심공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차명진 의원도 "대운하의 필요성은 분명하기 때문에 홍보만 제대로 하면 반대여론은 가라앉는다. 이건 토론 '깜'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대운하에 대한 논란을 피하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며 토론회에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이 후보의 측근과 원로그룹이 "당내에서 토론회를 열면 정치적 논란만 가열된다"며 한사코 만류했다고 한다.

 

진수희 의원은 "당이 (대운하에 반대하는) 분들을 강제로 모아놓고 토론회를 한다고 해서 이 분들이 대운하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대운하를) 받아들이고 공부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당내 경선에서도 논란이 많았지만 당과 국민은 결국 이 후보를 택하지 않았나? 대운하를 아직도 반대하는 것은 '이명박 흔들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밀실에서 얼렁뚱땅 처리하면 또 다른 시비만 낳아"

 

그러나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이 후보가 일방적으로 대운하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심지어 이 후보 측 인사의 입에서조차 "대운하가 4200만 국민을 먹여 살릴 대안이 될지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운하 반대' 입장의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30~31일 당 워크숍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대운하에 대한 토론이 일정에서 빠지자 행사에 불참했던 인물이다. 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당 대선후보의 공약을 확정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몇몇 사람이 밀실에서 얼렁뚱땅 처리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시빗거리만 낳을 것"이라며 "만약 그런 시도가 있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중요법안을 표결할 때도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렇게 중요한 대선공약을 의총에서 논의하는 것은 상식이다. 내가 앞으로 지지할 당 대선후보의 공약인데, 공약의 옳고 그름을 가릴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지 않나?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나라도 손 번쩍 들고 '대운하 토론해야 한다'고 얘기하려고 한다."

 

당내 경선에서 '대운하 반대' 입장을 천명했던 홍준표 의원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동의와 환경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환경영향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수년이 걸리는데, 이는 한 정권에서 이뤄질 문제가 아니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한 당직자는 "아직까지는 '대운하는 싫어도 이명박이 좋다'는 정서가 지배적이지만, 대운하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면 '이명박이 좋아도 대운하는 정말 싫다'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공약 '검증'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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