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성철스님 사리탑 원(圓)과 각(角)의 조화를 보여준다.
성철스님 사리탑원(圓)과 각(角)의 조화를 보여준다. ⓒ 이상기

 

우선 성철 스님(1912~1993) 부도탑은 특이하다. 원(圓)과 각(角)의 조화를 보여준다. 가장자리 큰 원은 둥근 무한세계를 표현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신도들은 신발을 벗고 예를 표한다. 그 안에 3단의 기단을 쌓아 성철 스님이 깨달음에 이른 길을 보여준다. 부도탑을 설명하는 돌에는 3단의 기단이 선수행의 3요소인 계·정·혜를 상징한다고 되어 있다.

 

계·정·혜 삼학을 통해 깨달음에 이른다는 가르침은 고려시대 보조 스님에 의해 강조된 이래 조계종의 선수행 방법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이 3단의 기단 위에 반구가 서로 등을 대고 있는데, 이것은 활짝 핀 연꽃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연꽃 같이 보인다. 그런데 아래쪽 것은 꽃봉오리를 열기 전 닫힌 모습이고, 위의 것은 봉오리를 연 핀 모습이라고 해석하면 어떨까?


그 위의 동그란 구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참된 진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참된 진리, 그 표현 역시 조금은 세속적이다. 둥글고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상징하는 것쯤으로 해석하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것은 둥근 형태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도탑은 전통적인 부도탑과는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후세 사람들에 의해 20세기의 특별한 양식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예술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자운스님 부도탑에 참배하는 여승들
자운스님 부도탑에 참배하는 여승들 ⓒ 이상기


이곳에서 이 탑을 참배하고 관찰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 아래 자운율사 탑과 탑비에 참배하는 일단의 승려들이 보인다. 아마 다른 절에서 순례 또는 공부하러 왔다가 큰 스님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들른 것 같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상당히 낭랑하게 들리고 입은 옷차림이 좀 더 깔끔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여승들이다. 머리까지 정말 파르라니 깎아 그렇게 순결해 보일 수가 없다.

 

 성철스님 사리탑에 절을 올리는 두 스님
성철스님 사리탑에 절을 올리는 두 스님 ⓒ 이상기

 

그들이 자운스님 전에 참배를 마치고 이곳 성철 스님 부도탑으로 올라온다. 서로 이야기를 나무는 모습이 마치 날렵한 제비들 재잘거리는 것 같다. 그들은 하얀 고무신을 신기도 하고 고무 털신을 신기도 했다. 모두 부도탑 앞으로 오더니 신을 벗고 참배를 한다. 참배를 하는 가장자리 큰 원이 넓지를 않아 한꺼번에 모두 참배를 할 수가 없다.
 

 노장스님은 좌정을 하고 다른 스님들은 참배를 한다.
노장스님은 좌정을 하고 다른 스님들은 참배를 한다. ⓒ 이상기

 

한쪽에 노장 스님으로 보이는 분은 참배대에 좌정을 하고 부도탑과 자연을 바라본다. 그리고 젊은 스님들은 신발을 벗고 원 위에 서서 합장을 하고는 절을 올린다.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깨달음에 이르게 해달라고, 고민을 해결해 달라고, 교육을 무사히 끝마치게 해달라고 빌었을 테지.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나만의 상상이고 공상일 뿐이다.

그들은 참배를 마치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부도탑을 내려간다. 어 그런데 한 스님이 아기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기를 서로 안고 싶어서 스님들이 경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성철 스님에게 기도를 했더니 아기를 하나 점지해 주신 건가? 무슨 그런 불경한 생각을.

 

 아기를 안고 얼르는 여승의 모습
아기를 안고 얼르는 여승의 모습 ⓒ 이상기

 

아, 그러고 보니 스님들이 아기 인형을 가지고 모성애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비록 속세를 떠나기는 했지만 인간 본연의 모성애를 어떻게 떨쳐버릴 수 있겠는가! 아기인형과 대화도 하고 요즘 말로 스킨십도 하면서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수행정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여승들의 원초적인 본성에서 뭔가 순수한 깨달음을 얻은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산사의 아침 공기가 더 맑게 느껴진다. 이때 시간은 아침 7시를 지나고 있다.

 

성철 스님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1935년 해인사에서 동산스님에게 출가한 후 용맹정진하여 1968년 초대 해인 총림의 방장이 되었다. 1981년에는 조계종 6대 종정이 되었으며, 열반하는 1993년까지 종정을 연임하면서 해인사에 주석하였다. 스님은 살아 있는 동안 올곧은 수행정진, 중생을 향한 자비의 실천, 서릿발 같은 가르침을 통해 승려들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덧붙이는 글 | 합천군 네번째 이야기로 성철스님 사리탑 편이다. 사리탑을 참배하는 과정에서 일단의 여승들을 만났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여승들의 모성본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성철스님#사리탑#계정혜 삼학#여승들#아기 인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