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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을 앞둔 2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김영춘-우원식-이인영 의원이 주최한 ‘대통합민주신당의 과제와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이 창당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토론회를 갖는 것은 ‘기초를 튼튼히 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 보수-진보 정당을 대표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일찌감치 대선후보를 선출해 놓은 상황에서, 범여권을 대표하는 신당은 후보 선출이나 집권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한가하게’ 당의 과제와 미래를 토론해야 하는 대조적인 현실이다.

 

<오마이뉴스>가 생중계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온 강원택 교수(숭실대 정외과)는 창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당이, 심지어 그 전신인 열린우리당보다 정당 지지도가 낮을 만큼, 유권자의 외면을 받는 한심한 정당으로 전락한 첫 번째 이유로 ‘정체성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한마디로 ‘정당으로서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정당의 정체성은 그 존립의 기반이면서 동시에 존립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체성이 분명치 않다는 것은 유권자의 입장에서 지지하거나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정당이 누구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대표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3인의 정체성을 묻는다’

 

정체성은 정당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들에게도 존립의 기반이자 존립의 목적이다. <오마이뉴스>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3인의 정체성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신당 대선후보 초청 ‘온라인 청문회’를 기획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오마이뉴스는 21일 밤 9시부터 100분 동안 ▲○○○ 당신은 누구인가 ▲왜 당신이어야만 하나 ▲당신은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나 등의 3부로 나누어 진행한 온라인 청문회에서 먼저 정동영 후보를 청문했다(원래는 손학규 후보와 먼저 온라인 청문회를 갖기로 했으나 손 후보가 경선궤도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순서가 바뀌었다).

 

대선 후보별로 강-단점과 기회-위협 요인을 도출한 SWOT 분석에 따르면, 정동영 대통합신당 대선 예비후보의 강점은 ‘연설 및 TV토론을 잘하는 역동적인 대중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약점은 TV 앵커 출신답게 ‘정책 콘텐츠보다 이미지 정치에 강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약점은 ‘이슈 메이커가 아니라 이슈를 따라가는 수동적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범여권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오랫동안 정체되어 왔고, 또 그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집권 여당 의장을 두 번이나 지낸 유력 정치인으로서 대중에게 오랜 기간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일정 수준(5%) 이상의 지지도를 얻지 못한 것은 정 후보가 감수해야 하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그러나 정 후보는 온라인 청문회에서 일반의 예상과 달리 구체적인 각종 통계와 자료를 인용하며 상당히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느낌을 줬다. 특히 ‘개성 동영’이라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에 걸맞게 개성공단과 관련된 ‘평화경제’ 및 ‘중통령’(중소기업, 중산층과 통하는 대통령) 공약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신명’이 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비정규직이 820만이다. 노동부의 공식통계는 550만이지만 사실 퇴직금과 4대 보험이 없으면 비정규직 아니겠나. 청년실업도 정부 공식통계가 33만인데, 사실 최근 너 댓 집 걸려 한 명씩 청년실업자가 있다. 이들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350만 명,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500만 명을 위해 일하겠다.”

 

“청와대 집무실의 대형 그림을 떼어내고 디지털 상황판을 올려놓겠다”

 

대선 레이스에 동참한 정 후보 참모들에 따르면 ‘선수의 컨디션 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그의 약점 중의 하나다. 한 참모는 “방송을 잘 아는 앵커 출신임에도 TV토론회도 컨디션이 좋을 때는 잘하지만 컨디션이 나쁠 때는 저조해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후보가 일정에 치여 너무 혹사당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지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저조한 상황이 며칠 간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예비경선을 앞두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할 때만 해도 정 후보는 일과 시간인데도 상당히 피곤해하는 모습이었다. 당시만 해도 정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때였다.

 

정 후보는 21일에도 손학규 후보가 빠진 상태에서 이해찬 후보와 함께 부산에서 두 차례나 ‘맞장토론’을 가진 뒤에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와서 광화문에 있는 오마이뉴스 방송스튜디오에서 세 번째 토론회를 가졌다. 그 때문인지 정 후보는 “셋이 하면 숨 쉴 틈이라도 있는데 둘이서 하니 진이 빠진다”면서 손 후보의 불참을 ‘매우 현실적으로’ 아쉬워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이날 이미 세 번째 토론회인데다가 광주-부산-서울을 오간 강행군의 뒤 끝에 가진 심야 100분 토론회였지만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정 후보는 ‘대통령 정동영’이 꿈꾸는 세상을 한두 마디로 요약해 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청와대 집무실의 대형 그림을 떼어내고 디지털 상황판을 올려놓겠다. 대통령이 챙겨야 할 200여 가지 통계자료를 업데이트하며 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무현 정권 들어 지난 5년 동안 지니계수가 벌어졌다. 0.3이 넘으면 빨간불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0.31~0.35 사이다”고 통계수치를 인용하면서 “평화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면서 눈물 젖은 밥을 먹었던 경험이 내게 힘이 되고 있다”고 말해다. 이어 그는 “택시기사님들이 ‘손님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장사 된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고 싶다. 그러면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치인은 ‘밥’보다는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특이한 사람들

 

정 후보 진영에서는 “우리는 이미 ‘본선 모드’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미 정 후보는 동아일보-KRC, 한겨레, SBS-중앙, CBS-리얼미터 등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손학규 후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에 통계 수치뿐만 아니라 슬쩍 ‘농담’을 섞는 여유가 있을 만큼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농민, 자영업자 등 ‘신빈곤층’을 위해서는 삽질이 아니라 삶의 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명박 후보보다 잘할 것이다.”

 

역시 정치인은 ‘밥’보다는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특이한 사람들인가 보다.


태그:#정동영, #정체성, #SW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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