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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꽃무릇 옆에 꽃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는 하얀 꽃이 피어 있다. 한 두 송이 피어난 것이 아니라 집단을 이루고 있다.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보일 듯 말 듯 맺혀 있는 하얀 기운들이 여여(如如)하다. 마음의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꽃무릇은 그것대로의 아름다움이 돋보이고 이름 모를 꽃은 그것대로의 멋이 있다. 빨강으로 장식하고 있는 꽃에서는 자랑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 완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숨기거나 수줍은 것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당당하게 모든 것을 앞세우며 안의 것을 펼쳐 보이며 보아달라고 하고 있으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꽃무릇에 반해 하얀 꽃은 자신을 아예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시선을 잡는 화려한 색깔도 없고 다른 꽃처럼 크지도 않다. 자신을 낮추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하고 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낮춤으로 인해 더욱더 돋보이는 것이다. 겸손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최상의 방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북극성이 우뚝한 것은 가장 환한 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빛을 흐리게 함으로써 주변의 별들이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북극성처럼 다른 별들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자신을 내세우는 슬기를 배우게 된다.

 

낮춤의 지혜를 평생 실천하신 분이 계시다. 바로 어머니이시다. 한평생을 하루 같이 변함없이 살다 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추석 귀성 행렬이 시작되었다. 뉴스에는 자동차 물결에 대한 보도가 톱을 이루고 있다.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의 소중함이 드러나는 현상이다.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움직일 수가 없어도 짜증을 부리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마음이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설레는 가슴이 그 모든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고향은 근원이고 뿌리이다. 고향을 찾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다. 본능이란 이유가 필요가 없다. 왜 그곳에 가야하는지 합리적으로 따질 까닭이 전혀 없다. 그냥 끌리는 것이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그곳에 가면 마음의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시게 되면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고향을 찾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여러 가지다. 우선 그곳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그대로 배어 있다. 유년 시절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고향의 하늘에는 그리움이 꿈틀거리고 있고 흘러가는 시냇물에는 추억의 편린들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고향을 어찌 그리워하지 않고 찾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고향은 하얀 꽃을 닮아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이를 돋보이게 해주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그것은 어머니일 수도 있고 북극성일 수도 있다. 꽃무릇처럼 화려하게 자신을 자랑하지 않지만, 그것보다 더욱 더 우뚝해지는 것이 바로 고향이다. 타향살이에 지친 마음에 편안함과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고향이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다보게 해주는 것이 귀향이다. 살아가는 삶의 힘든 것을 극복하게 해주는 힘을 주는 것이 바로 고향이다. 고향에 가면 원초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반추하고 회기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임으로 그 모든 어려움을 기쁜 마음으로 감수하는 것이다.

 

길게 늘어선 귀향 행렬들을 뉴스를 통해서 바라보면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꽃무릇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식들을 위해 살다 가긴 어머니의 사랑이 절실하게 그리워진다. 하얗게 피어난 꽃을 바라보면서 고향을 가슴에 담아본다.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되새기면서 절실해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군에서 촬영


태그:#귀향, #은은, #화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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