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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하반기 최대 이슈는 단연 대통령 선거. 지지율 50%를 뛰어넘는 굵직한 후보, 그 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정치인들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지만, 인지도 1%도 되지 않는 이들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 출사표를 던졌다. <오마이뉴스>는 [2007대선 마이너리그] 기획을 통해 이들을 만나봤다. 인터뷰는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10문 10답과 2분 유세로 진행됐다. 첫 번째로, 화가 김윤환(41)씨를 만났다. <편집자주>
▲ "내가 왜 안돼? 저를 뽑아주십시오" 2007 대선 마이너리그 첫번째- 화가 김윤환 씨 인터뷰.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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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직업은.
"미술가입니다. 화가지요. 어릴 때 장래 희망은 과학자였습니다."

 

2. 출마 이유를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
"출마 이유를 다섯 자…. '내가 왜 안 돼.' (자신이 직접 만든 종이컵 안경을 쓰며) 내가 왜 안 돼."(웃음)

 

3. 대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만류한 사람은.
"제가 출마하겠다고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꺼내니까, 사람들이 '와 재미있겠다, 예술가가 선거운동하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고 했어요. 기대 반, 재미 반으로 후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현실 정치판이 있는데, 그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출마를 했고, 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4. 라이벌 대선 예비 후보는.
"저의 가장 큰 라이벌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입니다. 이 후보는 경제 살리기 그리고 개발 등의 전략을 세우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경제개발보다 우선적으로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지향점은 바로 창의적인 한국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이 후보보다 제가 한 수 위죠."

 

5. 주요 공약 한 가지.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창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예술적으로 사는 사회, 그것이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 저는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창의적이고 예술적으로)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 선거운동 방법은.
"저는 '예술'을 하는 대통령입니다. 그런 면에서 여느 정치인들처럼 사람들 홀리는 게 아니고, 제 직업에 충실하면서, 선거운동을 할 예정입니다. 즉 미술활동…. 그림을 그리면서 시민들과 만나서 저의 생각을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7. 기탁금 5억원을 마련할 방안은.
"선거 기탁금 5억원. 참 큰돈입니다. 서민들이 상상하기 힘든 큰돈입니다. 대의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 아닙니까? 그렇게 봤을 때 선거제도도, 부자들만 후보로 나서는 제도는 시정돼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5억원에 대한 부분은 대단히 비판적으로 보지만,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서 나왔기 때문에, 저는 거리나 광장,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그림을 그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림을 시민들에게 팔아서 5억원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너무 황당하다고요? 황당한지 안 황당한지, 직접 몸으로 체험할 예정입니다. 시민 여러분이 눈 여겨 보십시오. 가난한 예술가가 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떻게 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서 서민이 5억원을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지 않습니까?"

 

8. 주량은.
"소주 한 병 정도 됩니다. 그런데 저는 술을 매우 좋아합니다. 자주 마시는 편인데 어떤 분이든 저하고 술 한 잔 하시죠."

 

9. 좌우명은.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해보자' 입니다. 생각이 있으면, 그 생각을 실천해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생각을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는 것, 그 이후 더 좋은 실천에 대해서 실천해 보는 것이 저의 좌우명입니다."

 

10. 유권자들이 자신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국민 여러분, 저를 찍으세요. 저를 왜 찍어야 되냐면, 앞으로 미래사회는 '창의적인 사회'라고 다들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예술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하지요. 정치꾼들이나 또는 경제만 이야기하는 사람하고는 수준이 다르지 않습니까? 어쩌면 국민 여러분의 가슴속에 예술적으로 살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 있을 겁니다. 그 마음을 제가 대변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라의 정책으로 실천하겠습니다."

 

[취재후기] 나도 그냥 인생 즐겨봐?

어른들은 말하셨다, 인생을 즐기라고. 하지만 마냥 즐길 수만 있나. 번듯한 직장도 얻어야 하고, 매달 카드 결제도 해야 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가정도 꾸려야 한다.

 

하지만 20일 김윤환(41)씨와의 만남은 내게 새로운 가치를 줬다. 그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은 뭐든 해보자"는 좌우명을 가진 그는 서울 문래동 작업실 'LABORATORY 39'에서 실험 같은 예술을 펼치고 있다.

 

그는 도심 내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해 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오아시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도심 속 놀고 있는 땅을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단다. 일부 대기업들을 향해, 땅 사들여 투기만 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의 10평짜리 작업실 풍경은 흥미로웠다. 벽을 허물어 아예 문을 없애버렸고, 전기난로를 화분으로 만들어 부추를 키우고 있었다. 개성이라고 하지만, 그는 웃기기만 한 '종이컵 안경'을 끼고 작업실 안을 돌아다녔다. 동영상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선 가능성은 0%지만, 대선에 도전했다. 그림을 팔아 기탁금 5억원을 마련해서 '부자들만의 대선 리그'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그의 말은, 어떤 후보자의 유세보다 인상 깊었다. 가능성 0%면 어떠랴. 그는 충분히, 어른들의 말처럼, 인생을 즐기고 있는 걸.


태그:#대선 마이너리그, #김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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