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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후보가 잠적했다. 손 후보가 역풍을 예상하면서도 충격적인 방식의 대응을 선택한만큼, 사태는 최소한 며칠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국민경선은 중대한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손학규 잠적, 어떻게 봐야하나

 

손 후보의 경선참여 중단과 잠적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논쟁적인 문제이다. 손 후보측이 주장하고 있는 동원선거의 문제가 사실이라면 이는 당연히 제기되어야 할 문제이다. 명색이 국민경선인데 여기서 동원선거가 자행되고 있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그러나 왜 이제서야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느냐 하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동안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다가, 초반 4연전에서 패배하고 여론조사에서도 뒤쳐지는 상황이 되니까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카드를 던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그것이다. 결국 세의 불리함을 뒤집어 보려는 정치적 카드가 아니냐는 것이다.

 

어느 것이 옳은 해석인지, 지켜보는 제3자들의 입장에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다만 신당 내에서도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만큼 동원선거의 현상이 나타난 것은 어느정도 사실로 보인다.

 

다만 우리 정당의 현실에서 어디까지가 '과열경쟁' 수준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고, 어디부터가 '불법타락선거'로 배척되어야 할 것인지는 역시 논쟁이 따르는 문제이다. 당장 정동영 후보는 "당권 거래나 동원선거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마타도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신당은 뒤늦게 공정경선위원회를 만들어 사태에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어디 단시간 내에 결판이 날 문제이겠는가. 동원선거 여부를 둘러싸고 손학규·정동영 양측은 사활을 건 주장을 펼칠 것이고, 그 사이에서 당내기구가 며칠 사이에 철저한 조사를 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이전투구의 모습만 부각시키는 상황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일단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국민경선이 동원으로 얼룩진 선거로 비쳐지게 되었고, 정동영 후보는 그 책임자로 몰리게 됐다.

 

손학규 후보도 불리해지니까 또 판을 깨려한다는 의심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에서 한 차례 경선불참의 과정을 거치고 탈당했던터라, 비슷한 행동을 연이어 하는데 따른 부담이 따르게 되어 있다. 확전이 될수록 서로가 상처투성이가 되는 이전투구의 광경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

 

손학규 사퇴는 범여권의 위기 초래

 

현재로서는 손 후보가 사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나라당에서 한번 그러더니 또 다시 판을 깨려한다는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퇴를 했을 경우 그 이후에 '갈 곳'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정치를 아예 접을 생각을 하지않는 이상, 사퇴 카드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신당의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손학규 사퇴' 가능성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의 사퇴는 파행경선을 의미하는 것이고, '정동영-이해찬' 대결의 '도로 열린우리당' 경선이 되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경우 누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되든, 국민경선의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신당의 국민경선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선출된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반등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신당의 대통령후보가 범여권 표의 결집을 낳기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따를 것이다.

 

물론 정치공학적으로 보았을 때, 그러한 상황에서 문국현 후보는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신당의 대통령후보에게 가지않는 범여권 표가 일정 부분 문 후보에게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당의 경선실패는 단기적으로 문 후보의 지지율을 일정정도 상승시키는 반사이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문 후보 측이 즐기거나 기대할 것은 전혀 못된다. 그런 그림 속에서 이루어지는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범여권 내부에서 자신들끼리 주고받는 의미 정도이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준의 것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면 각 주체들이 어느 정도의 의미있는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범여권 전체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축이 무너져서 다른 축으로 이동하는 식이 되는 것은, 자신들 내부에서의 이동에 불과하다. 총선게임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선게임에서는 의미가 없는 경우이다.

 

신당 경선의 위기가 곧 범여권 전체의 위기가 되는 이유이다. 여기서 신당의 경선이 무너지면 범여권은 12월 대선을 더 이상 기약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돼 있다.

 

공정경선-경선정상화, 동시해결 필요

 

그렇다면 해법은 의외로 명확하다. 신당과 그 후보들이 12월 대선을 아예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경선은 다시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대전제다.

 

동시에 불공정선거의 시비를 낳는 요인들을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특히 동원선거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단속이 당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경선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모바일 투표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당 차원에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후보자 3인의 정치적 결단을 통한 공동의 선언도 필요해 보인다. 정상적인 경선의 진행과 결과에 대한 승복, 공정선거에 위배되는 행위의 금지 등에 대한 정치적 선언을 통해 서로가 명분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확전은 공멸의 길을 의미한다. 당장 정동영 후보 측에서는 '손학규-이해찬' 연대라는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경선 자체가 망가지고, 누가 최종 승자가 되든 상처뿐인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당구도의 한 축이 무너지면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권이 제약받게 돼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국민에게 그러한 상황을 안겨줄 권리는 없다.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여 경선을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이를 위해 3인 후보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갈등문제 앞에서 어떠한 정치적 해결능력을 보일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태그:#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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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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