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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박물관이 많다.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면 누구나 만물박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은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갖는다. 하여 중요한 전시품에 눈도장을 찍고 기념사진 촬영으로 박물관 견학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알고 보면 그 안에는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옛 사람들의 생생한 삶이 녹아 있는데….

 

휘영청 밝은 보름달마냥 넉넉한 추석 연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끼리 '방콕'하고 있기엔 너무나 아쉬운 시간들이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친지들을 찾아본 다음 아이들 손을 잡고 가까운 박물관을 찾아 나서보면 어떨까?

 

남도에는 재미있는 박물관이 여러 군데 있다. 서부권에서는 전남농업박물관이, 동부권에선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이 가족과 함께 찾으면 좋은 곳이다. 중북부권에선 송학민속체험박물관에 보고 즐길거리가 푸짐하다. 나주천연염색문화관과 해남공룡박물관 등도 가볼만 하다.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박물관 견학이 아니라 전시품 하나하나를 보고 만져 보면서 직접 손끝으로 느끼다 보면 시나브로 박물관이 마음 속에 들어온다. 널뛰기·그네 같은 세시풍속놀이도 즐기다 보면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정말 오진 곳들이다.

 

아이들도 추석에 얽힌 추억 하나를 만들고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아이들의 동심이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것도 금세 느껴질 것이다. 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에 펼쳐지는 남도의 산과 들, 강과 바다 풍경은 덤이다. 차창을 내리고 자연이 내뿜는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것까지도….

 

 

[송학민속체험박물관] 만져라, 느껴라! 오감으로 체험하는 전시품


담양 추월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기존 박물관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단박에 깨버린다.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과 유물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물론 모든 전시품을 손으로 만져 보고 두드려 보며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윷놀이·널뛰기·투호 등 전통의 체험거리도 널려 있다. 굴렁쇠를 굴리며 박물관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재밌다.

 

전시품도 모두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일반적인 박물관과 달리 유리관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이 입었던 옷을 입고 대감모와 삿갓도 써볼 수 있다. 목판 인쇄도 경험할 수 있다. 재현된 1950∼1960년대 초등학교 교실에선 당시 교과서를 뒤적이며 지금의 책과 비교해볼 수 있다. 풍금 연주도 묘미를 더해준다.

 

짚신을 만들 때 썼던 신꼴과 다식판·대나무자·반닫이 등 전통 민속품도 널려 있다. 모두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가 묻어나는 것들이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져 보는 아이들을 지켜보던 부모들도 가난하고 불편했던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움으로 채색된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첫 장면을 장식했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아름다운 숲으로 이름난 관방제림 그리고 대숲인 죽녹원, 대나무골테마공원, 금성산성이 이곳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대나무박물관 죽제품체험교실에 가면 팔랑개비·물총·연·활·단소 만들기, 낙죽(烙竹)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전남농업박물관]
송편빚기, 집에서 말고 박물관에서


옛 농경생활사를 배우면서 가족끼리 송편도 만들어 쪄먹을 수 있는 곳이다. 연휴기간인 24∼25일 이틀 동안 박물관 야외 초가집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송편 만들어 쪄먹기 체험행사'가 준비되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이 기간 팥·깨·밤·잣·동부 등 다섯 가지 재료를 준비해 놓고 관람객들이 직접 송편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한다. 가족끼리 만든 송편을 가마솥에 불을 지펴 쪄먹을 수도 있다.

 

박물관은 또 농경문화체험관을 운영, 관람객들에게 가마니 짜기·절구·맷돌·다듬이·저울·풀무·풍구질·지게와 꼴망태 져보기 등 농경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한다. 널뛰기·그네타기·팽이치기·제기차기·투호·굴렁쇠 굴리기 등 민속놀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기존 전시관도 볼거리다. 제1전시실은 선사·역사시대의 농경과 봄·여름농사를 주제로 한 갖가지 도구와 유물·그림·모형 등이 배치돼 있다. 제2전시실은 가을 농사와 겨우살이 모습, 농산제조 도구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뜰에는 목장승·허수아비·솟대·돌탑·원두막·물레방아·디딜방아·뒤주·장독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마치 옛날 고향집처럼 정겹다.

 

세계의 자연생태와 공룡 화석·운석 등 지구과학 그리고 남도의 문화예술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목포자연사박물관이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바로 옆으로 국립해양유물전시관과 목포도자문화전시관도 자리하고 있어 박물관나들이 코스로도 딱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관] 살아있는 멸치 본 적 없었지?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고루 갖춘 해양·수산문화의 산 교육장이다. 신비스럽기만 한 바다 속을 여행하며 해양·생태학습을 할 수 있고 우리 해양·수산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전시 수조에는 해산어류와 담수어류 100여종 15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각종 어패류·해산 포유류·전복진주 등 500여종 3500여점의 박제는 바다생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잊혀가는 옛 어구류는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특히 살아있는 멸치를 보는 것은 이 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행운이다. 물에서 올라오면 금세 죽어버리는 특성 탓에 멸치를 수조에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과학관에서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멸치 사육에 성공했다.

 

관람객이 직접 선장이 되어 키를 잡고 항해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조타실 체험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다. 종묘의 생성과정과 치어 및 전복·전시어류·방생어류의 사육과정을 보고 각종 어패류 양식과정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종묘배양장도 있다. 감성돔과 숭어·조피볼락 등의 어린고기를 사서 방류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가까운 곳에 일출명소로 이름난 바닷가 암자 향일암과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돌산대교·오동도가 있다.

 

 

가볼 만한 박물관은 더 있다. 나주천연염색문화관(전남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은 천연염색의 전통계승과 전시·체험 등을 위한 공간이다.

 

쪽·치자 등 천연염료로 천에 물을 들여 보는 천연염색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천연의 빛깔을 띤 천을 모아놓은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도 우리 문화의 향기를 선사한다. 상설전시관에는 염색에 사용되는 염료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색깔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연에서 얻는 천연염료가 이렇듯 화려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다.

 

해남공룡박물관(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은 1억 년 전 공룡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켜켜이 쌓인 퇴적층마다 공룡의 발자국이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21m와 16m짜리 공룡 조바리아 등 재현된 거대한 공룡들 사이를 걷다보면 공룡시대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공룡과 관람객의 몸무게, 속도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공룡과학실도 흥미롭다. 박물관 야외 잔디밭에도 여러 가지 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 수 있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전남 해남군 송지면 통호리)은 땅끝·해남 갈두마을에서 완도쪽으로 4㎞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해양뿐 아니라 육지에 사는 생물까지 포함해 전시품이 3만여 점에 이른다. 140㎏이 넘는 거대한 식인조개, 길이가 8m나 되는 초대형 고래상어·대형철갑상어와 1억 년 이상 된 어패류· 화석 등 책에서만 보았던 바다 밑 역사까지 엿볼 수 있다. 전시품마다 원산지와 생식구조·서식처 등 다양한 해양 지식을 재미있게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송학민속체험박물관 : 88고속도로 담양 나들목(담양읍)-24번국도 순창 방향(5㎞)-담양리조트(금성산성)-송학민속체험박물관(담양호 밑)

⊙ 전남농업박물관 :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전남도청 입구 사거리(영암 강진방면)-영산호하구둑-전남농업박물관(목포 나들목에서 10분 거리) 또는 호남고속국도 서광주나들목-나주-영산포-영암읍-독천-대불대학교-전남농업박물관


태그:#박물관, #민속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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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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