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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경선 후보 선거 캠프로 간 이치범 전 환경부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규용 환경부차관의 위장전입 문제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규용 환경부장관 내정자는 자녀의 학교문제 때문에 3차례의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 내정자 본인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이들 학교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만 주소지를 옮긴 적이 있다"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또한 <프레시안>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18일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부동산 투기도 아닌데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다고 한다.

 

"뭐가 문제냐"는 청와대, 전전긍긍하는 한나라당

 

한나라당도 이 미묘한 담합에 참여했다. 장상· 장대환 두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등 장관이나 총리 인사 임명시 위장전입을 엄격한 결격사유로 평가했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오히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가 이 일로 인해 다시 불거질까 전전긍긍하는 듯 하다. 바야흐로 청와대와 한나라당과의 '위장전입 대연정'이 맺어진 것이다.

 

알다시피 이명박 후보는 1977년 11월부터 91년 6월에 이르기까지 자녀의 사립학교 진학을 위해 다섯 번을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바 있다. 이제 한나라당은 위장전입에 대해 다시는 입도 뻥긋하지 못할 것이다. 청와대가 위장전입 전력이 있는 환경부장관 내정자에 대해서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는 바로 이런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이 '위정전입 대연정'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인재(?) 풀'이 엄청 넓어진 것이다. 고위공직자 중에서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이제 '자녀 교육용'이라는 용도만 내세우면 위장전입 전력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차기 정권의 꿈에 부풀어 있을 한나라당 쪽 인사들에게 특히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이명박 후보답게 '위장전입 면죄부'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주었으니 이제 안심하고 차기 정권의 주요 직책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청와대의 이규용 환경부장관 내정은 바로 그 신호탄이다.

 

솔직히 장관들이 하도 자주 바뀌다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권의 장관이 누가 되는지에 대해 별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전력을 이용하고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명백한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을 장관 자리에 앉히려는 시도는 참여정부가 그나마 가지고 있다는 스스로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혹여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논란을 부추기려는 의도라면 치졸하기 짝이 없는 정략으로 비난받을 일이다.

 

청와대의 이번 환경부장관 인사는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장관 내정이 철회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반대를 못할 것이라고 해서 명백히 잘못된 인사를 해서는 안된다.

 

청와대는 국민의 위임에 의해 장관 인사를 하는 것이지, 한나라당의 묵인에 의해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국민참여정부가 아니라 '한나라당 참여정부'인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도덕성은 이토록 중요하다

 

어쨌든 이제 대한민국에서 위장 전입은 죄가 아닌 것이 된 듯하다. 대통령 후보가 위장전입을 다섯 번씩이나 해도 건재하고, 청와대는 위장전입 사실을 버젓이 알고도 장관을 내정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도덕성이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어쩌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 도덕의 기준이 적지 않게 바뀔 지도 모르겠다. 부동산을 통해 많은 재산으로 불리는 것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며, '자녀를 위한 위장전입'은 부모의 능력이며 자식사랑이고, '마사지 업소'에서 미운 여자를 선택해주는 것은 '기회균등 사회'를 위한 노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이다.


태그:#이규용, #환경부장관 , #위장전입,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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