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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서 뿜어내는 푸르름은 바다보다 더 시원하다.
▲ 묘관음사의 대숲 대숲에서 뿜어내는 푸르름은 바다보다 더 시원하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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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묘관음사를 찾은 그날, 무더위가 내려앉은 부산광역시 기장군 임랑 바닷가, 사시나무 이파리 하나마저 낮잠에 빠져 있었다. 작은 에어컨에서 내뿜는 찬바람 한줌으론 차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볕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던가. 차창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따갑다.

승용차의 문을 열고 발을 내리니 뜨거운 바람이 앞을 가로 막는다. 푸른 숲을 향하여 걸어가는 발길에 땀방울은 등줄기 골을 타고 내려온다. 푸른 대숲이 눈에 싱그럽다. 대숲에 덮인 절집, 문득 죽림정사가 생각난다. 불교 최초의 절집 죽림정사도 이랬을까. 어디선가 사제 팔정도를 설법하는 부처님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절은 거의가 고찰이다. 수백년, 아니 천년넘은 긴 세월동안 잡초에 묻혀있던 절터에도 어느 날 절이 들어서고 그 절은 신라시대 원효가 아니면 의상 등 고승이 창건한 절집이 된다. 천년 세월의 이끼가 돋아난 옛 절집들을 보노라면 옛날의 찬란했던 불교문화가 상상이 되기는 하지만 박제화된 구경거리로서의 박물관을 보는 것만 같다.

묘관음사엔 따로 일주문이 없다.
▲ 묘관음사로 들어가는 문 묘관음사엔 따로 일주문이 없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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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관음사는 동부 남해선 철길을 건너 푸른 숲속으로 들어간다.
▲ 묘관음사로 가는 길 묘관음사는 동부 남해선 철길을 건너 푸른 숲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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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관음사는 팔월 한낮 그 무더위속에서 고요한 잠에 빠져 있었다.
▲ 묘관음사 선방 묘관음사는 팔월 한낮 그 무더위속에서 고요한 잠에 빠져 있었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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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채워진 옛 절집에서는 살아서 움직이는 성자혼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천년 넘은 역사 속에서 창건주 큰 스님의 빛바랜 그림자도 찾기 어려운데 어디서 성자의 혼을 만난다는 것인가. 어리석은 중생의 지견으로는 사량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 묘관음사는 역사속의 인물이 아닌 근대 한국의 고승들의 발자취를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묘관음사는 향곡당 혜림 스님(1912~1978)이 창건한 절이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끊어진 선맥이 경허 스님에 의하여 되살아나 혜월, 운봉, 향곡스님으로 이어져 해운정사 진제스님에서 머물고 있다. 묘관음사는 이들 선승들의 발자취가 뚜렷하다. 조사전엔 이들 큰 스님들이 화상이 선명하다.

묘관음사 오른쪽 푸른 잔디밭위에 우뚝한 향곡스님과 운봉 스님의 부도탑과 비석에서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향곡 스님의 임종게를 들어 본다.

목인은 고개 위에서 옥피리를 불고
석녀는 시냇가에서 춤을 추도다
위음왕불 이전으로 한걸음 나아가라
영원히 밝고 밝아 언제나 수용하리


묘관음사의 중심 건물 대웅전의 모습
▲ 묘관음사 대웅전 묘관음사의 중심 건물 대웅전의 모습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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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속으로 올라가면 산신각이다.
▲ 산신각 푸른 숲속으로 올라가면 산신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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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의 모습이다. 불교가 한국 민속종교와 습합한 모습, 절집 어디서나 볼 수 있다.
▲ 가까이서 본 산신각 산신의 모습이다. 불교가 한국 민속종교와 습합한 모습, 절집 어디서나 볼 수 있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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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관음사에서 전법이 이루어진 근대의 큰 스님들의 화상을 모셔 놓았다.
▲ 조사전 묘관음사에서 전법이 이루어진 근대의 큰 스님들의 화상을 모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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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주고 받은 조사들의 화상을 본다.
▲ 조사전안의 조사들의 화상 법을 주고 받은 조사들의 화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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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향곡 스님의 부도, 오른쪽은 운봉 스님의 부도이다. 푸른 잔디밭이 너무 좋았다. 이들 스승의 가르침도 이처럼 푸르게 빛이 난다.
▲ 향곡스님과 운봉 스님의 부도와 탑, 그리고 비 왼쪽은 향곡 스님의 부도, 오른쪽은 운봉 스님의 부도이다. 푸른 잔디밭이 너무 좋았다. 이들 스승의 가르침도 이처럼 푸르게 빛이 난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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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7년 8월 11일 토요일 한낮, 내 일터 해운대에서 가까운 기장군 임랑 해수욕장 앞, 묘관음사를 다녀왔습니다. 하루 이틀 늦추다 오늘까지 이르렀습니다. 한국 근대의 선풍이 살아있는 묘관음사입니다.



태그:#묘관음사, #향곡, #혜월, #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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