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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대담 : 오연호 기자
- 취재 : 박상규·이경태·안윤학 기자
- 사진 : 남소연 기자
- 영상 : 김호중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 후보 사퇴 이후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이 17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오연호리포트: 사퇴한 유시민, 네티즌과 신당경선을 전망한다’에서 사퇴 이후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 후보 사퇴 이후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이 17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오연호리포트: 사퇴한 유시민, 네티즌과 신당경선을 전망한다’에서 사퇴 이후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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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겠다던 유시민 의원은 왜 대권 도전을 중도하차 했을까.

대권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네티즌 앞에 섰다. 17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생중계 하는 '오연호리포트: 사퇴한 유시민, 네티즌과 신당경선을 전망한다'에 직접 나서 사퇴 이후의 심경을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유 의원이 직접 밝히는 사퇴 이후 심정을 현장 중계한다.

[1신 : 17일 오후 1시 35분] "비행기 띄우려 했는데 활주로가 짧아서..."

- 경선 때 고생 많이 했나.
"별로, 28일밖에 안했다."

- 첫날 사퇴했는데, 예상보다 빨랐다. 왜 사퇴를 결정했나.
"비행기를 띄우려고 했는데 활주로가 짧았다. 단일화 앞에서 매달린 꼴이다."

- 즉자적으로 사퇴한 것인가. 사전협의는 했나.
"단일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해찬 후보도 한 표라도 지면 던진다는 생각을, 나도 하고 있었다. 세 후보가 인사말 하는 시간에 누구와 상의할 수도 없었다. 머릿속으로 5분간 정리를 해보니 여기서 정리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 만약 단상에서 핸드폰이 있었다면, 누구와 상의했을 것 같나.
"시민광장 대표와 했을 것이다."

- 시민광장이라는 자발적 지지모임이 다른 주자들보다 강했다. 시민광장이 2001년 노사모 문화와 닮은 점과 차이점은?
"글쎄요. 많이 다르다. 양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노사모는 노무현이라는 자연인을 중심으로 감동이라는 코드로 모인 분들이고. 노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노무현이 사람들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일으켰다. 나는 노 대통령만큼 감동을 주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으로서 어떤 좌절도 하지 않고, 다 당선 되고 장관도 되고 하는 등 보호본능을 일으키거나 감동을 주지 못한다.

시민광장은 정당개혁의 중요성과 의미, 제대로 된 정당의 당원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행동 패턴, 분위기도 다르다."

- <오마이뉴스> 댓글에 한 네티즌이 소주 한 잔 마시고 울었다고 했다. 사퇴를 결심할 때 지지자들이 부담되지 않았나.
"미안했다. 많은 분들이 열성적으로 도와줬다. 그런데 후보가 그릇이 작아 못된 것 같다. 미안한 마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해해 주시겠지 하는 생각에 결단했다. 강원 경선까지 가면 이해찬 후보가 1등을 했는데…. 양강 구도는 막아야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었다. 그런데 전날 1억 2000만원 넘게 후원금이 들어왔다. 노 대통령에겐 김민석 전 의원이 정몽준 캠프로 갔을 때 7000만원이 들어왔었다."

- 사퇴 순간을 표현하는 언론들이 어딘가는 눈시울 붉혔다고 하고, 어딘가는 울었다고 했다. 본인은 땀방울이었다고 했는데. 집에 가서 혹시 울었는가.
"안 울었다. 집에는 못갔다. 그날 일정이 제주도였고…. 오랫만에 제 아내랑 만났다. 저는 울산에 있고 아내는 제주도에 있어서 간만에 가족상봉을 했다. 마음이 가벼웠다. (눈물 흘렸다는 것에 대해)결정하고 나서 거기 조명이 너무 뜨거워서 땀이 흘러 손수건으로 이마랑 눈밑을 닦았다. 수행팀장, 수행원들이 조금 울었다."

- 사퇴를 위해 울 것까지 없었다는 뜻인지.
"울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28일, 짧은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후회나 여한이 남는 것이 없었다. 당당하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최선을 찾아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207개의 댓글이 올랐다. 그래도 허탈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댓글도 있는데. 유 의원은 출마한 뒤 완주하고 싶다는 표현을 많이 하셨다. 그러나 한편으로 원래 사퇴는 예정됐던 것이다. 권력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을 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꼭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저는 지금도 후보가 된다면 이명박 후보랑 같이 박빙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직적 지원 없이, 기반 없이 19%의 지지를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저의 생각이고 비록 조직 경선이라 해도 일정 부분 국민의 뜻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 19%라면 한번 2, 3차를 도모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광주 경선 가기 전까지 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것이 광주시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후보가 하는냐 유 후보가 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저도 막내가 해보고 싶다고 호소도 했다. 하지만 선거인단이, 유권자가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그것을 고집할 수 없었다. 이해찬 후보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제가 포기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유시민이 이해찬 후보를 일방적 지지 선언한 것이지, 협상해서 단일화한 것 아니다. 승부를 해서 졌고 그에 대해 국민의 뜻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 네티즌 공간만 본다면 지지율도 높고 가장 뜨거웠다. 온라인에서의 뜨거움이 오프라인까지 번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초점이 모아졌는데. 어땠나.
"큰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데, 활주로가 짧았다. 또 조직적 지원이 없었으니 비포장 활주로였다. 그런 활주로에서, 그런 비행장에서 큰 비행기를 띄울 수 없었던 것이다. 비행기는 염력으로 못 띄운다. 컴퓨터 앞에서 참여하지 않고 논평하는 이들의 힘은 염력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양력으로 뜬다. 선거인단의 투표가 양력이 되는 것이다. 저에게 양력이 되어줄 선거인단이 적었다. 이륙하는가 싶더니 주저앉아 버렸다."

- 그렇다 하더라도 시민광장이라던가. 광범위한 열기가 있었다. 성과가 있다면.
"글쎄요. 꼴찌했는데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는가. 19%라도 과분한 지지라고 생각한다. 실제 대선을 처음 해봤다. 국회의원 당의원 선거 해봤다. 그러나 대선은 처음 해봤다. 후보로서의 마음가짐, 몸가짐이 충분히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라는 것이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경험, 염력만으로는 안 되는구나, 조직이라는 것…. 활주로가 길고 튼튼하지 않고서는 안 되겠구나 싶었다. 소망이 간절하더라도 소망만으로 강을 건너가기 힘들다."

[2신: 17일 오후 1시 50분]

"손학규-정동영, 이미 평가 끝났다... 이해찬? 아직 잠재력 있다"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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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여론은 뜨거운데, 대통령 후보로까지 출마할 작정이었으면 의원들과의 관계 등 조직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다 안 된다. 정치 시작한 지 5년, 국회의원 4년이다. 원내 중심으로 갔다면 평당원 지지를 못 받았을 것이다. 나는 네티즌 평당원들의 지지가 있어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다른 정치인이라면 어려운 일이다. 어제 충북 영동·보은을 보면 지구당 국회의원이 정동영 선대위원이라는 이유로 3500표 85%이상의 지지를 (정동영이)받았다. 이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네티즌의 염력만으로 이 강을 건널 수 없었다. 현실적인 정치 속에서 많은 국회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 박형숙 기자가 쓴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더라. "유시춘씨는 둘을 '영혼과 의식과 철학의 쌍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생의 중도 하차에 대해선 이같이 평가했다. "잠재력과 참신성을 갖추고 있지만 선거의 메커니즘을 너무 가벼이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바람이나 이미지로 조직의 한계를 돌파하긴 어렵다. 물론 시간의 한계도 있었다. 28일 만에 그 정도의 득표력을 보인 것은 적지 않은 성과다.". 어떤가.
"알면서도 했다. 우리 정치 현실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 정청래 의원이 '반드시 유시민 후보는 중도사퇴를 할 것이다'고 예언했다.
"예언이 아니라 '내일 해가 뜬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3등이라고 했다면 계속 갔다. 내가 기획에서 그만둔 게 아니고 큰 형과 승부를 벌인 것이고, 이해찬 의원도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승부를 한 것이다. 여기서 졌기 때문에 접은 것이다."

- 오늘 정 의원에 대해 코멘트했다.
"예전에도 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다고."

- 네티즌 중에는 지지도가 얼마나 될까. 한 네티즌이 "이해찬 후보의 연설은 감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후보는 감동을 주냐? 2002년의 경우는 노무현이라는 독특한 후보로 문화적 정서적 요소로 감동을 줬는데 매번 선거 때마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명박은 감동이 아니라 짜증을 주지만 1위다. 감동이라는 요소가 있으면 좋겠지만…. 선대위원장이라도 감동을 주겠다. 노력하겠다."

-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인가 고민. 이런 식으로 유시민 후보의 사퇴로 눈물을 흘렸던 지지가 얼마나 이해찬 후보로 갈 것 같은가.
"저 때문에 눈물 흘린 지지자들은 올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5년간 긴 활주로를 놓을 것이다. 길게 보고 이해찬 후보가 당선돼야 내가 활주로를 닦는데 좋으니깐."

- 이해찬 후보가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본선 경쟁력이 낫다는 점은.
"누구든 경쟁력이 확실히 낫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러나 손학규 후보는 지금 공약과 똑같이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했는데 이명박 후보의 1/5 지지를 받았다. 이미 평가를 받았다. 정동영 후보도 대통령 예비후보로서 활동은 5년간 5% 지지다. 역시 이미 평가를 받았다. 이해찬 후보는 대통령 후보의 길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다.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잠재적 능력이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평가 끝난 것을 밥상에 올리는 것은 아니다."

- 이해찬 후보의 연설을 지켜본 사람들은 감동이 없다 했는데, 이해찬 후보의 매력은?
"쿨하다. 보는 것과는 달리. 군더더기나 잡티가 없다. 되는 것은 되는 것이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고. 생각의 사악함이 없는 사람이다. 골프 등으로 비난 받았지만 그 분이 20년 정치를 하면서 개인적 영달을 위한 권한을 사용한 사람 아니다. 정동영이나 손학규를 보면 본인이 한 말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정동영 후보도 경제분야 토론회에서 법인세 특별 감면을 가지고 물었더니 그 공약이 자신의 정책 방향에 맞는지 모르고 나서는 사람이다. 정책면에서 이해찬 후보가 잘 할 것이라는 장점이 있다."

- 독자의견은 공정성에 대한 얘기를 한다. 
"네티즌이 생각해야 할게 언론인이나 시사평론가로 나와 있는게 아니라 선대위원장으로 나와 있으니 편파적인 것 양해해 달라."

- <대한민국개조론>, <사회투자국가> 책도 썼다. 그 때 만든 책을 이해찬 후보와 합쳐야 할 듯하다. 핵심적으로 주요하게 부각하고 싶은 것은?
"특전사를 활용해 멧돼지를 잡고, 시골 입내에 목욕탕을 짓는 것은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이다. 사회투자론의 핵심은 사람중심국가다. 이 문제를 제가 말할 때는 언론이 한 줄도 안 쓰더니 어떤 후보가 쓰니 대문짝만하 게 쓴다. 물적 인프라 투자를 인적 인프라 투자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찬이 확실히 챙겨가자고 했다. 새만금에 레저 특구라던가 하는 것은 논의를 해봐야 한다. 정책본부장들끼리 만나 협의를 시작했다."

[3신 : 17일 오후 2시 20분]

"손학규, 1위 수성전략만 써 실패... 바람이 없다"

대통합민주신당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이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보 사퇴 이후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이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보 사퇴 이후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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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약집 보니깐 표지 디자인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가.
"하도 못났다고 하니까….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했다."

- 지난 번 <MBC 100토론> 다음날 아침 화제가 됐다. 유 의원이 정동영 후보를 비판했는데, 그때 유 의원이 정동영 후보를 비판하는 표정을 보니깐 TV를 보고 있는 나도 저 비판이 나한테 향할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다음날 그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그날 슬슬했다. 무디게 한 것이었다. (카메라에 그 표정이 잡힌 순간) 마음의 절제가 그 순간 안됐다. 정동영 후보가 저를 향해서 혹은 친노 후보들에게 먼저 공격을 했다. '내가 먼저 통합신당을 만들 때 친노 후보들, 당사수파들은 무얼 했냐' 이렇게 그 분이 먼저 공격을 하셔가지고 엉겁결에 마음에 있던 이야기가 나와 버렸다. 인격수양이 멀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참 당원들에게 죄송하다. 2002년부터 자발적 참여의 물결이 정당으로 들어왔고 참여정부를 표방했고 열린우리당 만들 때 제대로 된 정당 만들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그러다가 국회의원 중심으로 당을 되돌리기 위한 시도가 계속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동영 후보가 있었다. 굉장히 난감하다.

제가 '국민여러분 투표해 달라, 핸드폰 투표해주십시오', '동원경선 막아 주십시오'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송구스럽다. 2002년에 그렇게 하지 않았나. 저는 정동영 후보가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도 열린우리당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낯을 들어야 하는 것이 난감하다. 그렇지만 저도 모르게 정 후보의 비판에 방어하는 과정에 제 마음에 찌꺼기처럼 남아있던 앙금이 얼굴에 나타난 것이다. 나를 못 다스린 것이다."

- 독자의견에 "인격수양 하지 말라 할 말은 하고 사셔야 한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네티즌 의견은 "시원하다", "더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변해야 한다"는 두 가지인 것 같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재미난 표현을 썼다. '유 의원은 사람을 거북하게 만든다'. 아마도 싸가지라는 표현을 공중파식으로 변형 한 것 같다. '싸가지 있는 유시민' 이 변신이 표를 얻기 위한 포지셔닝이었던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의 정치 생활의 새로운 변화인가.
"저도 그렇게 살아오니 불편했다. 사실 국회의원 되기 전에는 어디 가서도 그런 이야기 안 들었다. 제가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말하기 보다는…. 그냥 지켜봐주십시오."

- 네티즌들이 유시민 의원이 싸가지 없기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제가 구태정치, 동원정치, 낡은정치에 대한 공분을 대변했던 측면이 있다. 그에 대해 제가 모질게 해서 그렇게 비춰졌다. 이 분들이 나에 대한 정치적 지분이 있다. 선거 때 표도 주셨고 나를 지지해주셨다."

- 어제까지 주말 결과가 다 나왔는데 손학규 후보가 일반여론조사에서는 1등을 달렸지만 경선결과는 달랐다. 일부 지역 투표에서 꼴지가 되기도 했다. 손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그 분이 집 떠나서 객지에 와서 제2의 고향을 찾는 중이다. 그래도 국회의원들도 캠프에 많이 결합했고 저에 비하면 좋은 조건에서 선거하신 것이다. 그러나 캠프가 아무리 강력하고 조직이 있어도 국민들로부터 일정 부분 이상의 호감도를 받아야 된다. 강원도 합동 유세에서 처음으로 민주개혁세력을 주창하고 나섰는데, 진작부터 그렇게 하셔야 했다. 나는 손 후보가 제대로 된 연설하시는 것을 그날 처음 봤다. 그 전까지는 절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TV토론에서도 구렁이 담 넘어 가듯했다. '컷오프'부터 보름 넘는 시간, 더 길게는 약 두 달 동안 1위 수성전략만 써왔다. 그것이 실패였다.

저는 정말 마음이 사무치게 해도 그렇게 나오는데, 저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절실함, 절절함이 받쳐주고 조직 선거와 동원력까지 한다면 그렇게까지 안 나왔을 것이다. 물론 정치인으로서는 영향력이 있으신 분이다. 저도 인정한다."

- 손 후보가 정 후보를 역전할 가능성이 있는가.
"조직 플러스 바람이다. 손 후보는 정 후보에 비해 조직은 크게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바람이 없다. 이해찬 바람도 약하다. 그러니깐 넘어갈 수 없다. 손 후보는 정통성 논쟁을 돌파하지 못했다. 3~4백표 차이로 2위하고 있는데 광주전남 가면 바로 엎어지게 돼있다."

- 정동영 후보 캠프에 대해 줄곧 비판을 해오셨고 조직 동원 선거라고 비판을 하셨다. 심각한 정도 인가. 투표에 조직을 동원하는 것도 능력 아닌가.
"능력이다. 인정한다. 자기 기반이 없는 곳은 포기하고 자기 기반이 있는 곳은 집중해서 이겼다. 역시 장기간 준비해왔던 후보인 만큼 조직표가 확실하다.

처음 경선규칙을 정할 때 투표율에 따라서 당세가 강한 곳을 배려하고 당세가 약한 곳을 감안해 위로는 50%, 밑으로는 50% 유동성을 주면 2배까지 차이가 나니깐 역산을 해가지고 투표율을 나눠가지면 좋은데, 미국식으로 하면 좋은데, 무제한 경선을 해놨다. 정동영 후보는 이에 대해 미리 탈당해서 만들었다.

자신의 인사들을 다 배치해놓았다. 그리고 개편에 대해 요구하면 거부한다. 온라인 쪽도 신청을 할 수 있고 ARS 본인 승락 동의 여부 걸자는 것을 끝까지 거부했다. 특히 예비 선거인단 모집할 때 전북에서 10만명 넘게 들어왔다. 전체 선거인단의 2자리수 %가 넘는다. 외부에서 볼 때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지방방송에서 얻어 맞기도 했다. 제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정동영 후보가 공정한 경선을 만들기 위한 룰 도입을 반대해왔다는 것이다. 동원 조직 투표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이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보 사퇴 이후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이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보 사퇴 이후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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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7일 오후 2시 55분]

"노 대통령과 상의? 내 일은 내가 결정"

- 이 부분에 대한 반론은 20일 오후 정동영 후보를 모시고 듣겠다. 본선경쟁력 측면에서 정동영 후보의 약점은.
"정동영 후보는 특정지역을 빼면 지지기반이 없다. 지역도 없다. 한마디로, 전라도에서 후보될 수 있겠지만 본선에서 표를 얻을 수는 없다. 5년간 5%였다"

- 일반 여론조사에서 손학규가 1등하다가 정동영이 1위를 달리고 있으니, 그래도 정동영 바람이 불지는 않을까.
"그러면 고맙지만 어렵지 않겠나."

- 정동영 후보의 강점이랄까, 인정해야 할 부분은.
"장점은 많다. 그중에서도 열정과 노력하는 자세는 배워야한다. 개인적으로는 빚을 많이 졌다. 2003년 보궐선거 때 가장 긴 시간 지역에 와 선거 도와준 사람이 정동영 후보다. 실제 득표 효과가 날 정도로 시장통 골몰을 누비며 표를 모아주고, 놀라웠다. 내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도 얼마나 부지런하게 뛰어다니고 연설하고 그런가. 권력의지와 열정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 이런 것은 다른 후보들은 물론이고, 나도 배워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큰 장점이다."

- 독자 댓글이 40분 동안 1400개다. 심상정씨와는 700개가 안된 것 같은데.
"염력은 많이 받고 있는데 양력은 못받는다."(웃음)

- 한 네티즌이 대통합민주신당 이미지가 잡음이 많았는데, 누가 되더라도 이명박을 못 이기지 못할까 하는 질문이다.
"일리가 있다. 정직하게 당이 직면하는 문제다. 정직하게 얘기하면 해당행위 했다고 비난이 많을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해해달라."

- 선거때마다 예리한 예측을 해왔다. 이번 선거에 대해에 말해달라.
"내가 오마이 리포터면 하겠는데, 2002년에는 당사자가 아니었다. 후보도 아니었고 선대위원장도 아니었고 해서 자유롭게 전망하고 했는데, 현재 입장에서 그런 논평은 적절하지 않다. 저는 이해찬 후보가 경선에서 이기게 만들고 본선에서도 이기게 활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적절하지 않다."

- 추석 직후 광주 전남이 중요한데.
"역사적 정통성의 가치가 중요하다. 대통령 후보는 가치를 가지고 만나는 사람이다. 정 후보에 대해 신의 없는 후보라고 늘 비판했다. 국민에 대한 보호자로서 대통령이 중요하다. '멧돼지 공약'은 그같은 가치와 연결된다. 대통령은 정통성이 뚜렷해야 한다. 정 후보는 정통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정치적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 당을 사당화시키려고 노력한 사람이고 그 지점에서 나와 충돌한다.

지난 5년간 정당 지도자로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당은 해체되고 망했고, 그 안에서 구축했던 정동영이라는 정치인의 경선 조직과 국회의원만 남았다. 그런 우려가 남아 자칫 대선, 총선을 건너면 민주세력의 정치 기반이 상실할 것이다고 본다. 당이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 노 대통령 때 많이 보지 않았나. 정당 정치 기반이 소멸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조직동원 선거를 많이 비판했는데, 이광재 등도 강원지역에도 그러지 않았나.
"당원에게 다 참여하라고, 선거인단 가져오라고 하지만, 누구를 지지하는 사람을 데려오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해찬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200표 정도 앞섰다. 상식적으로 용인되는 정도다. 그러나 정 후보쪽은 충북에서는 아예 찍을 사람만 데려왔다. 이것은 그냥 실력이 있다 인정할 수 있겠지만 정도를 지나쳤다고 보는 것이다. 과유불급. 과하면 독이 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정동영의 조직 선거 양상은 정도가 심하다."

- 광주 전남의 목표는.
"1위다. 부산·경남에서도 1위를 할 것이다. 광주·전남은 모르겠지만 1위가 목표다."

-  한 주간지에서 광주·전남 여론조사를 했더니 친노 3인방을 합쳐도 8%가 안됐다. 이런 여건임에도?
"정동영은 혼자서 5%밖에 안된다."

- 네티즌이 유시민 의원을 좋아하고 있다. 현재 댓글이 2000개에 육박했다. '문국현 바람'에 대해서 묻겠다. 네티즌 질문 중 이해찬 후보와 문국현 후보를 단일화하면 어떻겠느냐 이런 댓글도 있다. 최근 유 의원은 문 후보는 정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문 후보는 현재 3%지지를 받고 있다.
"문 캠프의 정범구 전 의원이 나한테 '정치가가 다 됐다'고 비판했는데, 그런식으로 옹졸하게 대응하면 못뜬다.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하면서 밖에 나가 성공하는 경우 봤나? 문 후보를 돕는 사람보다 몇 십배 많은 사람들이 몇 년 간 실패하면서도 정치권에 머물러 있다. 그것을 비판하면 안된다. 충분한 기회를 가지고 국민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정치 연대는 늘 가능한 얘기다. 그런데 벌써 단일화 얘기하면 문 후보에게 도움이 되겠나? 그래서 나도 처음부터 잘라 말했다. 관심 없다고."

- 최근 우리 매체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다음 총선에서는 고향 경주에서 출마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보름 전에 대구시 경북도당 개편대회에 가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갑은 다른 사람이 있고, 경주에도 있다. 내 마음대로 못한다. 당에서 허락하면 한다. 이미 과거에 한 말이다. 약세 후보의 비극이다. 오래 전에 한 말을 기억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 과거 이라크 파병이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찬성했는데.
"수없이 설명했다. 독일이 대연정을 하고 있는데 선거철에 안싸우나? 연정은 경쟁당들이 일시적으로 손을 잡는 행위다. 제안인데 수락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당하고 원수만 지게 됐다. 우리 정치에서 너무 수준 높은 것인데 안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런 일을 하려다 안된 것이다."

- 결국 경선 출마할 때 노 대통령이 반대했다고 이광재 의원이 한 언론에서 말했다. 이번에 사퇴할 때 간접적으로 상의했나.
"내 일을 내가 해야지 누구에게 물어보나. 이 의원이 그런 얘기 들었으면 나한테 하던가, 기자들한테 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얘기 없었다고 청와대도 말했다. 장관 그만 둘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적이 많아 걱정을 많이 했다. 이후 전화 한통을 안했다. 그리고 솔직히 이해찬 후보 캠프에는 청와대 인사들이 많이 갔는데,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안줬다. 서로 침뱉는 얘기다."

- 이번 경선에 출마하면서 필요하다면 노무현을 넘어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유 의원이 독립했다고 뭘 가지고 말할 수 있겠나.
"오연호 대표가 평가해줘야지, 내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웃음)

- 경선을 하면서 '시민광장' '노사모' '서프라이즈' 등 친노 세력의 인터넷 사이트는 봤나.
"눈팅만 했다. 2~3일 씩 못봤지만 공항에서 재빨리 봤다. 그래야 여론을 알 수 있다."

- '눈팅'이라는 표현, 역시 네티즌과 호흡을 잘 하는 것 같다.
"호흡을 잘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네티즌이다."(웃음)

- 최근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문국현 후보에 대한 글이 다소 많았다고 유 의원 쪽에서 간간히 그런 지적을 했다. 
"그런 들어봤다. '문마이뉴스'라고"(웃음)

- 느낌은?
"5년 전에는 나도 많이 띄어주지 않았나?(웃음) 요즘 오마이뉴스 편집 지면이 편하지 않다. 인터페이스가 혼란스럽다. 그전에는 탑뉴스 들어가면 댓글까지. 지금은 오마이만이 자랑하는 것들이 옛날보다 흐릿해졌다. 뭐 때문에 오마이뉴스에 들어가지? 요즘에는 즐겨찾기 안해 놓았다. 예전 YS 고대 앞 농성 같은 건 하루에 두 번 이상 안들어가면 이상했는데…."(웃음)

-네티즌 여러분께 한 마디 해달라.
"기왕 나온김에 광고 좀 하겠다. 클릭 몇 번 하면 선거할 수 있는데, 부탁드린다. 우선 건강하시라.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 보다 내가 건강한게 최고다. 경선 선거인단에 200만명만 참여해주면 동원경선 박스떼기 이런 거 문제 안 된다. 염력만 주지 말고 양력을 달라. 온라인에는 담론만 무성하지 오프라인과 같은 동원력이 없다."


태그:#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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