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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여론은 '신정아'의 스캔들로 온통 소란스럽다. 죄를 지은 사람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깨끗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예로부터 죄인과 격리해서 수용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죄를 짓고 싶어서 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윤동주의 <서시>를 좋아한다.

그리고 무슨 누명을 쓸 마당이면 펄쩍 뛰면서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이 세상은 교도소가 필요 없을 것이다.

나는 경찰서나 교도소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 하지만 "너희들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란 '요한복음'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이 누구라도 이 세상을 깨끗하게 살기는 너무 어렵다.

어린 시절, 엄마는 늘 시장에 장사를 나가고, 집안 살림을 맡아 하는 일하는 언니가 있었다. 자주 일하는 언니들은 얼굴이 바뀌었지만, 그녀는 그나마 오래 우리 집에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착하고 성실해서 엄마는 친딸처럼 여겼다. 그녀는 갓스물이 넘었는데 남편이 있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남편은 교도소에 있었다.

교도소에서 편지가 가끔 왔는데, 그녀는 까막눈이었다. 내가 대신 편지를 읽어주고 대필을 해 주곤 했다.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쯤 되었을까. 그녀는 남편이 출감되어 우리 집을 떠났지만, 그녀를 따라 두어 번 거리가 먼 교도소에 면회를 간 적이 있었다. 언니는 그 사람이 추울 거라며 내의를 사고, 배가 고플 것이라며 과자를 사고, 심심할 거라며 소설책을 샀지만 그것을 무슨 까닭인지 차입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돌아오면서 과자를 내게 주었는데, 언니는 하염없이 울어서 나도 울면서 차입하지 못한 과자를 내가 다 먹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짓고 산다. 시인이었지만, 도둑이기도 했던, 프랑스의 장 주네란 시인이 있다. 시를 쓰는 시인도 인간이기에, 피치 못할 상황에는 죄를 짓게 된다. 그는 25세 때까지의 악덕한 생활을 뉘우치고 훌륭한 작품으로 결실을 맺는다. '사형수'라는 시를 쓰고, 이어 그의 최초의 걸작인 '꽃의 노트르담'을 썼다. 이로 인해 사르트르와 장 콕토가 종신 금고형 판결을 받은 그의 특사에 진력한 바 있다.
 
 
 그대에게 차입할 그리움은 따뜻하다
한조각의 빵과 자유를 바꾸어 버린
당신에게 가는 차표는 주머니 속에 구겨져 있다
그대의 면회를 기다리며 책처럼 넘기는 생각 위에 눈이 나렸다
그대는 연필에 침을 묻혀 편지를 쓰고 있고
그대와 나는 유리벽을 두고 마주 앉은 채
쓸데없는 세상 이야기만 주고받다 일어선다
그대에게 다 하지 못한 말은 완행버스 짐칸에 얹어져 흔들리고
잊어버린 과자봉지를 괜스레 슬픔인 듯 만지작거린다.
그대가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은 비어 있지 못하고
그대에게 가는 길은 늘 눈이 왔고
차창 밖의 상수리나무들은 늑대같이 우우우 울고 있다
 
- 자작시 '청송가는 길의 일부'
 
우연거형방처라고, 내 안 어딘가 티끌처럼 쌓인 죄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죄는, 사람을 가장 더럽게도 만들지만, 또 사람을 가장 깨끗하게 만들기도 하는 죄, 그 죄 때문에 울고 웃는 인생이다.

릴케, 또한 시인을 이 세상에 유배 온 죄인이라는 데야…. 누구라도 이 가을에는 맑은 하늘을 우러러 나는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 거울 같은 맑은 가을 하늘을 우러러보는 시간에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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