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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수면위의 은은한 달빛과 가을 풀벌레 소리가 밤낚시의 묘미를 더한다.
잔잔한 수면위의 은은한 달빛과 가을 풀벌레 소리가 밤낚시의 묘미를 더한다. ⓒ 이화영

쌓여만 가는 숙제들, 정리 안 되는 일상, 할 일은 많고 몸은 따라주지 않고….


이런저런 고민들을 뒤로 하고 지난 주말 밤낚시를 간다는 직원들을 따라 낚싯대도 없이 그저 똑딱이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직원들을 따라나섰다.


땅거미가 기어 다니는 낚시터에서 이미 도착한 반가운 얼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저녁 요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주 앉은 직원들의 얼굴은 사무실에서 늘 보아오던 그 표정이 아니었다.


밤낚시가 가져다준 자유로움과 넉넉함이 넘치다 못해 나에게까지 퍼주는 듯했다. 평소 소주랑 살림 차렸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술을 즐기던 직원들이 이날은 '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했다.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하나 둘 낚시터 매점에 걸린 액자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곳엔 초짜인 내가 보기에도 근사한 몸매를 자랑하는 붕어 한 마리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붕어는 직원들의 마음을 채근하며 낚시터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했다.


직원들이 빠져나간 매점에서 이규공 음성군청 낚시동호회 회장으로부터 밤낚시의 매력과 묘미에 대해 들었다.


아래는 이 회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대물낚시 채비를 해온 한 조사가 낚시를 드리우고 있다.
대물낚시 채비를 해온 한 조사가 낚시를 드리우고 있다. ⓒ 이화영

- 언제부터 낚시를 즐겼나.
"본격적으로 낚시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건 35년 전부터다. 그때는 밤에 낚시를 하려면 가스 냄새를 맡아가며 눈을 부릅뜨고 야광테이프를 두른 희미한 찌를 응시해야 했다. 하룻밤이면 수북이 쌓이는 가스먼지와 함께 칸데라의 추억은 이제 사라졌다."


- 직원들의 표정에서 넉넉함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밤낚시가 주는 매력이다. 잔잔한 물결 위에 고즈넉하게 내려앉은 달빛, 천상의 하모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풀벌레 소리, 일상에 찌든 마음의 때를 씻어내 주는 시간을 갖게 한다."


- 밤낚시 어떤 묘미가 숨어 있는지.
"한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보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동안 쌓였던 미움이나 스트레스를 자연스레 벗게 하는 마력을 가진 것이 밤낚시다. 또한 잔잔한 수면 위로 스르르 올라오는 케미라이트의 불빛, 순간 꾼의 마음은 짜릿한 흥분과 기대감, 설렘으로 숨이 멎는다. 이윽고 대를 휘감으며 요동치는 대물, 밤낚시의 묘미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 후배 조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사람의 움직임에는 예의와 건강한 문화가 기본이다. 낚시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고기를 잡겠다는 욕심을 앞세우지 말고 인생을 낚는다는 진솔한 마음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술에 취해 고성방가하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은 분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한 자연이 곧 나 자신이고 내가 자연이란 사실을 잊지 말고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낚싯대에 달린 케미라이트가 허공을 가르며 뻣어나가고 있다.
낚싯대에 달린 케미라이트가 허공을 가르며 뻣어나가고 있다. ⓒ 이화영

인터뷰를 마치고 케미라이트가 반딧불이처럼 춤추듯 날고 있는 곳에서 만나 한 직원에게 "고기 많이 잡았어요"라고 묻자 돌아온 답은 나의 상식을 배반한다.


"고기 잡으려면 족대 질을 해야지, 난 '자유'를 낚고 있네."

 

 케미라이트와 자동차 후미등 불빛이 어울어져 멋진 야경을 연출하고 있다.
케미라이트와 자동차 후미등 불빛이 어울어져 멋진 야경을 연출하고 있다. ⓒ 이화영
 낚시터 매점에 걸려 있는 붕어 탁본. 대한민국 최대 토종붕어 61.5cm, 육령낚시터(1985. 9. 10) 라고 기록돼 있다.
낚시터 매점에 걸려 있는 붕어 탁본. 대한민국 최대 토종붕어 61.5cm, 육령낚시터(1985. 9. 10) 라고 기록돼 있다. ⓒ 이화영
 민물장어를 낚아 올린 한 조사가 여유로운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민물장어를 낚아 올린 한 조사가 여유로운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 이화영
 넉넉함을 미끼삼아 자유를 낚고 있는 한 조사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넉넉함을 미끼삼아 자유를 낚고 있는 한 조사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 이화영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밤낚시#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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