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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벌초방학을 꺼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2003년 이전에는 벌초방학율이 100%였는데 올해는 겨우 절반 정도의 학교만 벌초방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초·중·고 181개교 중 특수학교 3개교를 제외한 178개교의 벌초방학율은 60%정도, 이를 학교 급별로 보면 초등학교 106개교 중 60개교(56%), 중학교 42개교 중 26개교(62%), 고등학교 30개교 중 20개교(66%)다.

 

제주도의 고유 풍습인 벌초방학이 이제는 그 빛을 잃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벌초는 음력 8월 초하룻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형편에 따라 아무 때나(음력 7월 11일인 처서를 지나 추석 다음 일요일까지) 하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회사원과 공무원도 벌초휴가 내기에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

 

 
이런저런 사정으로 8월 초하루 전 일요일로 벌초날을 정하는 문중이 늘어 난 것도 한 원인이다. 현재 제주는 사상 초유의 수해를 입어 민심이 급속도로 흐트러진 상태이며 해군기지 유치 찬반 논쟁으로 도민 정서가 이분화 되어 있다. 이런 상황은 제주 고유의 풍습인 수눌음(품앗이의 제주도 방언) 정신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제주의 주 소득원인 감귤이 제 값을 받지 못해, 경제적 여유가 없어 벌초날 친지들이 모이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예전에는 벌초에 불참하게 되면 미안해서 선물이나 음식을 보내는 걸 미덕으로 삼았다).
 
 
벌초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가족 벌초이다. 이는 정해진 기간 내에 아무 때나 벌초를 한다. 두 번째는 문중 벌초이다. 이는 8월 초하룻날을 벌초일로 정한다.
 
제주에는 음력 8월 초하룻날을 벌초일로 정해 다른 지방이나 해외에 나가 있던 후손들이 모두 모여 벌초를 하는 풍습이 오랫동안 내려오고 있다. 까마귀 모르는 제사(아무도 몰래 지내는 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흉을 보지 않지만 벌초를 하지 않으면 불효라 여겼다.
 
특히 추석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벌초만은 마쳐야 조상들이 기분 좋게 후손을 만나러 온다고 여겼다. 예전에는 벌초를 위해 회사에서 휴가를 내줬고 공무원도 연가를 받아 벌초를 하는데 동참하는 게 당연한 도리였다.
 
임자 없는 묘소를 골총이라 한다. 제주에서는 골총도 정성껏 관리해 주는 미덕이 있다. 특히 골총은 묘소가 거칠고 오랫동안 손질을 하지 않은 관계로 여러 가지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사고도 발생한다.
 
벌초 행렬이 절정인 지난 일요일(9일) 13명이 독버섯을 먹는 사고와 5건의 예초기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을 합하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늘(음력 8월 초하루, 양력 9월 11일) 벌초 취재 중  불행한 일을 목격 했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일대에서 예초기 사고가 난 것이다. 전세 버스로 벌초를 하러 왔는데 예초기 사고로 우왕좌왕 거렸다. 큰 전세 버스로 환자를 옮기려는 것을 119로 신고 하라 일러 주었다. 벌초일에 제주에선 항시 119가 대기를 한다. 사고 시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환자를 옮길 준비가 되어 있다.
 
사고를 방지하려면 예초기는 벌초하기 전에 점검해야 하며 작업반경을 확보해야 한다. 야생버섯은 함부로 먹지 말고 풀밭에 눕지 말고 벌초 후 목욕을 해야 한다. 벌이 접근할 때는 움직이지 말고 뱀에 물리지 않도록 등산화를 착용 하여야 한다. 벌이나 뱀에 물렸을 때는 신속히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
 
 
2006년과 2007년 <한라일보>에서 기사화 된 벌초 관련 중 눈에 띄는 것은 '태풍 속 벌초 행렬' '벌초객 2명 실종' '제주 섬 뒤덮은 벌초 행렬'이다. 벌초 기사가 게재된 언론사 중 <한라일보> 한 곳만을 골라 정리한 것만 보더라도 제주에서 벌초는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것인지 짐작할 있다.
 
한편, 제주농협은 농협 관계자 회의를 열어 고객 편의제공 차원의 산소관리사업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로 했다. 특히 조천농협은 지난 2001년부터 연 150여기 정도 무연고 분묘(골총)을 올해는 500여기로 늘려 벌초는 물론 제사까지 지내주어 어울림정신을 기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주시에서는 무연고 묘소 없는 마을을 추진 중이다. 2009년까지 1400여기로 추정 되는 주인 없는 묘소를 신고 받아 처리해 주는 계획으로 올해 720여기를 처리 했다. 이런 추세면 계획 보다 완성이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무연고 묘소, 3년 동안 임자가 없는 것을 대상으로 신고 하면 처리해 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영주, #한라산, #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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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통일교육위원, 한국녹색교육협회이사,교육부교육월보편집위원역임,제주교육편집위원역임,제주작가부회장역임,제주대학교강사,지역사회단체강사,저서 해뜨는초록별지구 등 100권으로 신지인인증,순수문학문학평론상,한국아동문학창작상 등을 수상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음(특히 제주지역 환경,통일소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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