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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장 갈 일없어?"
"왜?"
"나, 오늘(10일) 총각김치좀 배워보려고."
"그래 가자."

오후 2시에 퇴근하는 딸아이는 요즘 몸과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졌다고 하더니 김치를 담가보려고 한단다. 난 딸아이와 함께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았다.

딸아이가 끌고 가는 핸드카를 보니 딸아이가 어느새 주부가 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알타리1단에 3000원씩 2단과 쪽파와 생강등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커다란 신문지를 깔고 알타리를 다듬었다.

잘 다듬은 알타리를 깨끗이 씻어 소금에 절이라고 했더니 딸아이는 소쿠리에 건져놓고는 거기에다 그냥 소금을 뿌리느냐고 묻는다. "아이고 이 사람아 소쿠리에 절이면 그게 잘 절여지나. 거기 플라스틱 그릇에 넣고 절여야지." 그런 딸아이를 보면서 내 신혼 때 김치담그던 생각이 났다.

 다듬고, 버무리고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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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여 배추를 씻어 소금을 뿌려 절이는 것까지는 그런 대로  잘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배추가 소금에 잘 절여졌다고 판단하고 잘 절인 배추를 씻어 고추가루, 파, 마늘 등을 넣고 버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금에 제대로 절이지 않은 배추는 바로 살아서 밭으로 갈 정도로 생생했던 것이다. 그것도 남편과 함께 담그다가 그 현장을 남동생한테 들키고 말았다. 훗날 남동생은 그 얘기를 자주 써먹곤 했다. 그  김치를 버리기 아까워서 배춧국 비슷하게 김치찌개를 해먹었던 일이 있었다. 

알타리는 소금에 절여놓고, 찹쌀풀은 끓인 후 식으라고 내놓았다. 집에 갈  일이 있어 딸아이에게 어느 정도 절인 것 같으면 뒤집어 놓으라고 하곤  난 잠깐 집에 갔다왔다.1시간 반정도 있다가 딸아이 집으로 갔다. 잘 절인 알타리를 뒤집어 놓고 갖은 양념을 손질해서 가지런히 준비를 해놓았다.

식은 찹쌀풀에 고춧가루, 젓갈, 파, 마늘, 생강을 넣고 먼저 골고루 섞어 주었다. 그리곤 커다란 알타리를 먹기좋게 잘라 양념과 함께 버무렸다. 버무리는  것도 딸아이에게 직접 해보라고 했다. 어깨 너머로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니 말이다.

"엄마, 음식도 안 해먹으면 잊어 버리나봐?"
"그럼 잊어버리고 말고. 음식 만들기가 그리 쉬운지 아니?"

잘 버무린 알타리 맛을 보니 약간 싱거웠다. 소금을 조금 넣었다.

"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해도 엄마가 해준 맛이 나질 않아."
"그럼 당연히 안 나지. 벌써 나면 안 되지. 엄마는 살림 경력이 35년이고 너는 이제 6년인데 그나마 집에서 많이 해먹지도 않았잖아. 음식맛은 손맛이야."
"하긴 그런가봐."

딸이가 6시에 퇴근할 때는 시댁이나 내가 수시로 김치를 해다 주었다. 지난  5월 딸아이가 이사할 때 시댁에서 담가온 김치를 여태까지 먹고 한 접시 가량 남았다고 한다. 그런 덕에 맞벌이를 하면서도 딱 한번 김치를 사먹었지만 비싸기도 하고 입에 맞지도 않았다고 한다.

 잘 버무린 총각김치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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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맞는 듯했다. 딸아이는 "한통은 되겠지?"하면서 김치를 통에 담그기 시작했다. 난 "글쎄다. 많아야 반통이 조금 넘을 것같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 담았지만 반 통 정도였다. 어쨌든 딸아이가 처음으로 담근 총각김치가 먹음직스럽게 완성되었다.

"어떠니? 뿌듯하지?"
"그러게 기분이 좋은데."
"네가 직접 담가서 이 김치 익으면 아주 맛있을 거다."

딸아이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다음에는 김장김치처럼 포기김치 한번 해봐야겠단다. 난 포기김치 하기 전에 겉절이부터 해보자고 했다. 맛있게 담근 총각김치를 보니 신혼 때 내가 담근 김치와는 비교가 되었다.


태그:#김치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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