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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은 '서울 차 없는 날'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오전 9시까지 출근길 시내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오전 4시∼오후 6시까지 종로의 중앙차로 운행 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의 출입을 통제할 예정이라고 한다.


종로를 비롯한 도심 주요 도로에서 지루하게 늘어선 차량행렬 대신에 다양한 퍼포먼스들도 기대된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운전자의 시각이 아닌 보행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울대기오염소송 진행상황


차 없는 날을 열흘 정도 앞둔 지난 8월 29일 서울대기오염소송 첫 준비변론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준비 절차실에서 열렸다. 정부, 서울시, 자동차회사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지성, 율촌, 세종과 서울대기오염소송 변호인단 소속의 변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월 28일 서울대기오염소송의 소장이 법원에 제출된 후 6개월 만이었다. 그간 원고와 피고 측은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통해 상호 간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원고 측은 소장을 통해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과 환경권에 기초하여 피고들이 향후 서울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수치를 초과하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배출을 금지할 것과 대기오염 방지 의무를 게을리하여 원고에게 피해를 입힌 데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한 답변에서 서울시는 정부보다 엄격한 대기오염규제 기준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 도로를 확장한 것 자체가 설치·관리상의 하자 혹은 과실이라고 할 수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를 원고 측에 물었다.


정부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대기오염규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점을 들어 국가의 과실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원고 측에게 일반적이고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자동차회사들의 주장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마다 다르고 대기오염배출관련법규는 행정적인 단속규정뿐만 아니라 형사책임까지 규정되고 있어, 이 규정이 지켜지고 있다면 민사상 책임은 면책되는 것으로 봐야 하며 대기오염의 원인은 잘못된 교통 정책에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과 도쿄의 비교


서울대기오염소송은 종종 지난 7월 조정화해로 끝난 동경대기오염소송과 비교된다. 동경 대기오염 소송을 통해 도쿄도 내 천식환자들에 대한 의료비 구제, 충실한 공해 대책, 자동차 회사의 화해금 등을 약속받게 되었다. 동경대기오염소송의 이런 성과는 도쿄도가 서울보다 훨씬 양호한 대기환경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룩한 것이었다. 서울과 동경을 지형적으로 봤을 때 서울은 주변에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산으로 둘러싸인 역 ㄷ형 분지형태로 대기오염물질 확산이 어렵다.


반면 도쿄도는 바다에 접하고 있는 임해지역으로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낮아지는 계단모양으로 통풍성이 좋아 대기확산에 용이하다. 인구밀도는 도쿄도가 서울시에 비해 인구는 1.2배 많으나 면적이 3.6배 넓어서 서울의 인구밀도는 3.1배 더 높다. 대기오염의 주 오염 원인으로 지목되는 자동차의 등록 대수는 동경이 1.6배 많지만 단위면적당 차량 대수는 서울이 2.2배 많아 서울의 대기환경여건이 훨씬 나쁘다.


서울시민은 도쿄시민보다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농도가 곱절이 넘는 지역에 살고 있으며, 이런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서울시민은 도쿄시민보다 3년가량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일본대기오염 소송의 역사


동경대기오염소송은 시작된 지 11년이 지난 올해 7월에 이르러서야 화해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일본은 동경 대기오염 소송 이전에 이미 욧까이찌(1967년 9월), 지바가와떼쯔(1975년), 니시오도가와(1978년), 가와사끼(1982년), 야마가사키(1988년)등의 대기오염 소송의 역사가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 극심했던 공단지역의 공해를 대상으로 했던 소송은 욧까이찌 판결 이후 지바가와떼쯔 판결(1988년 11월), 니시요도가와 판결(1991년 3월), 가와사끼 판결(1994년) 등으로 이어졌고, 공단기업들에 대해 원고들이 승소하는 흐름이 이 과정에서 정착되었다. 1990년대 이후 소송의 초점은 공단지역이 아닌 자동차 배기가스로 옮겨갔다.


야마가사끼 판결(2000년 1월)은 일정수준 이상의 공해배출을 금하는 금지청구까지 인정받게 된다. 이 판결에서 '도로의 공공성보다는 위험에 처한 원고의 건강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명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마가사끼 국도 43호선에서의 차선삭감, 대형차량의 통행의 규제, 고속고베선과 만안선 사이에 유료도로 설치, 아마가사키 진입로 건설의 완전동결이라는 성과를 얻게 된다. 도로의 확장이 설령 공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시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동경대기오염소송은 이런 일본 전역의 대기오염공해 소송들을 통해 축적된 경험의 결정판이었다.

 

지바대 조사 무엇을 말하고 있나


동경대기오염소송에서 법원이 대기오염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게 된 근거자료로 내세운 것은 지바대조사였다. 지바대 조사는 자동차배기가스를 중심으로 하는 간선도로 도로변 대기오염이, 초등학생의 호흡기증상, 특히 기관지천식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한 조사였다. 이는 지바현에서 주요간선도로가 관통하는 도심부와 전원(田園)부의 10개 초등학교에서 1992년 당시 1∼4 학년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조사를 한 것이다.


기관지천식 발병률은 여학생의 경우 도심부 도로변이 가장 높았고 도심부의 비도로변, 전원부의 순서였다. 남학생의 경우에도 유의미한 경향성을 가지고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다중로지스틱회귀에 의해서 관련원인을 조정한 후 그 발병률을 구한 결과, 전원부의 발증을 1로 하면 남학생의 경우 도심부 비도로변 1.92, 도로변 3.70, 여학생에서는 도심부 비도로변 2.44, 도로변 5.97로 나타났다. 즉 자동차 교통량 증가에 따른 대기오염이 기관지천식 발증에 기여하고 있음이 지바대 조사를 통해 역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도쿄 고등재판소는 법원에서 판단을 내리기에는 사안이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 때문에 결국 화해판결을 종용했다. 도쿄대기오염소송 변호사들은 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도쿄도 이시하라 도지사의 적극적인 대응을 꼽고 있다.


"도쿄 또한 야마가사끼에서 처럼 대기오염으로 인한 행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경유차 규제, 친환경차 도입의무화, 유료도로들을 신설하며 "No Diesel Car!"를 선언하게 된다. 자동차 통행량의 총량을 억제하기 위해 건설 예정 중이었던 간선도로건설계획 또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게 되는데 새로운 도로의 건설이 더 많은 교통을 유발하게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도쿄도 환경백서 2000). 이 과정에서 운송회사와 건설회사가 기존에 사용하던 차량을 더 이상 운행하지 못하게 됨에따라 도산하게 되는 사례들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기오염 소송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기관지 천식, 폐색성 폐질환, 폐기종 등의 호흡기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원고모집을 진행 중에 있다. 이 소송이 어떤 결과와 영향을 이 사회에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 소송은 이 사회와 이 시대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대기오염 소송이란 것을 통해 도쿄에서 가능했던 것들과 서울에서 가능했던 것들에 대해서. 그 후 두 도시의 변화가 어떤 차이를 만들 지에 대해서. 도쿄에서의 화해 소식 이후 도쿄 등의 수도권 대기오염 농도가 4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차 없는 날'을 앞둔 서울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유연화하기 위한 입법예고가 있었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덧붙이는 글 | * 서울대기오염소송 원고가입 문의
서울대기오염소송 추진단 02-747-3753
http://www.greenlaw.or.kr/bluesky
kelc@greenlaw.or.kr


태그:#서울대기오염소송, #대기오염, #대기환경, #환경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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