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들아,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까? 아침에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요즘 초등학교에 눈병이 돈다는구나. 그런데, 너희들 사이에서는 눈병에 걸리면 공식적으로 학교에 결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눈병에 걸리려고 장난을 친다는구나. 서로 끌어안기도 하고, 눈을 빤히 마주치거나 서로 비비기도 하고, 심지어 미리 눈병에 걸린 아이가 눈병을 옮겨주면 그 아이에게서 오백 원도 받고 삼천 원도 받는다는 구나.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내가 어떻게 그냥 웃어넘길 수 있겠니? 내가 만일 너희들의 그런 모습을 본다면 달려가서 엉덩이짝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구나, 아니, 눈물을 흘리면서 너희를 끌어안고 차라리 내가 눈병에 걸리고 싶구나. 너희들의 그 천진난만함이 나로서는 한없이 부럽기도 하다마는, 병의 무서운 폐해를 생각하면 우선 절대로 그것만은 안 된다는 생각에 머리끝이 다 쭈뼛해진단다. 그냥 단순한 장난일 뿐이었다 해도 그것이 너무도 철이 없는 때문이라면 회초리를 때려서라도 너희들의 이성을 자라게 하고 싶구나. 그러나 또 한편으로 어른인 나로서는 참으로 미안하구나. 그렇게도 학교가 가기 싫었니? 아, 무릎 꿇고 사죄를 하고 싶도록 정말 부끄럽구나. 어차피 어른인 나도 너희들 시절을 다 겪어왔는데 다 알면서도 너희들에게 재미있고 신나는 학교를 만들어주지 못 했구나.
오늘날 학교가 그 모양인 줄 알면서도 용감히 너희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 하였고, 아름다운 너희 꿈을 펼치기에 더 좋은 세상을 선물하지 못 한 채 눈병에 걸려서라도 가기가 싫은 학교로 만들었구나. 우리 어른들이 이 자연을 파괴하여 온갖 질병이 떠돌게 하였고, 너희들의 먼 장래는 생각하지 않고 자식이라면 무조건 감싸고 돌아 조금만 아프면 병원으로 싸안고 가야 하는 세상을 만들었으며 그만큼 너희들을 연약하게 키웠구나. 아이들아, 우리 어른을 잠시만 용서하고 시간을 좀 다오. 깊이 반성하고 애쓰고 있으니 그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서 제발 그런 눈병 장난을 그쳐 다오.
너희들의 눈이 아프면, 우리 어른들의 가슴이 더 아프기 때문이란다. 너희들의 장난이 눈병으로 그치지 않고 세상에 대한 삐뚤어진 생각으로 확대되어 지금보다 더 힘겨운 세상을 살아갈 것이 두려운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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