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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공원 (한라산을 꼭 빼 닮았다. 공중에서 사진을 촬영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금산 공원(한라산을 꼭 빼 닮았다. 공중에서 사진을 촬영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 장영주

제주도에는 산이 하나밖에 없다. 그게 한라산이다. 나머지는 오름이라 부른다(산방산, 영주산 등 몇 개의 산이 있는데 그건 편의적으로 부르는 산이다). 그런데 산이 아닌 것이 산 행세를 하는 공원이 있다.

 

한라산에는 온대림, 난대림 식물이 층을 이루어 자생한다. 금산도 그렇다. 한라산에는 수백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금산도 그렇다. 그러기에 한라산을 식물의 보물창고라 부른다. 금산도 그렇다. 이쯤 되면 금산이 한라산 아들 행세를 한들 그리 과장된 건 아니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지정된 금산공원은 제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울창한 상록수로 덮여 있다. 자연석과 더불어 수려한 경관은 원형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어 학술자원의 가치가 높으며 난대림지대이면서 아열대식물이 자라는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콩란, 송악 (콩란이 자라고 송악이 나무를 휘감고 올라갔다.)
콩란, 송악(콩란이 자라고 송악이 나무를 휘감고 올라갔다.) ⓒ 장영주

예전엔 도토리도 많았다. 하긴 지금도 변함이 없다. 도토리를 밟으며 바라보는 하늘 꼭대기로 늘 푸른 나뭇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상층에는 후박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등이 자라고, 하층에는 자금우, 마삭줄 등이 서식하며 콩란, 송악 등이 고목을 휘감으며 올라가고 있다.

 

골목길 (납읍리 중심부 골목길을 지나 금산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골목길(납읍리 중심부 골목길을 지나 금산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 장영주

한라산 백록담에서 서북쪽으로 30㎞ 뻗어 내린 지점, 제주시에서 중산간 도로로 20㎞쯤에 다다르면 과납을 만날 수 있다. 과납은 예전의 이름이고 지금은 납읍이다. 풍수지리설이 성행하던 시기에 주변 지역에 사람들이 살았지만 마을 중앙 명당자리에는 거주하지 않고 나무를 심었다. 학교도 지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3만3000여㎡(만평 정도)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난대림식물 200여종이 서식하고 있어 금산공원으로 들어가는 골목길부터 범상하다.

 

쉼터 (나그네가 편히 쉬게 평상이 놓여 있고 화장실은 숲속에 공주집처럼 서 있다.)
쉼터(나그네가 편히 쉬게 평상이 놓여 있고 화장실은 숲속에 공주집처럼 서 있다.) ⓒ 장영주


내가 초등학생 시절 소풍갔던 금산공원에서 그 자리를 더듬어보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해(1996년)에 금산공원내에 민속박물관을 건립했으며 최근에는 화장실과 숲속 길 한 가운데 평상을 놓고 쉼터를 만들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쉰다.

 

나무 통로 (친환경적으로 나무 통로를 만들어 관람의 편의를 돕고 있다.)
나무 통로(친환경적으로 나무 통로를 만들어 관람의 편의를 돕고 있다.) ⓒ 장영주

수령이 오래된 팽나무가 운치를 더해주는, 문화와 민속이 살아있는 금산공원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수목을 거니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친환경적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1670년경 주변 주민들이 마을 중앙지점으로 모여들어 자연마을을 이루었다. 이 때 남쪽에 거대한 암석이 나타나니까 불길한 징조라 하여 마을 가운데에 나무를 심어 출입을 금지시키고 방목과 벌목을 못하게 했다. 나무가 자라니 출입을 금한다 하여 금산(禁山)이라 불렸다. 마을이름도 과납이 납읍으로 바뀌고 금산(禁山)도 금산(錦山)으로 바뀌었다. 울창한 원시림이 수려한 경관과 아름다움으로 금산(錦山)이 되었다.


 

마을 제단 (마을제가 열리는 장소)
마을 제단(마을제가 열리는 장소) ⓒ 장영주

옛 기억을 더듬으며 낙엽 밟는 소리에 심취해 있을 때 정자가 보인다. 내 기억으로는 정자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금산공원 한 가운데 성처럼 자연석을 쌓아올려 울타리를 만들어 마을제를 올릴 때 준비하는 정자이고, 하나는 문인들이 모여 학문을 나누던 곳으로 기억된다. 이 곳 포제단은 다른 곳과 달리 세 신위를 모신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른쪽에 포신단이 있으며, 북쪽에 서신단과 토신단이 있다.


 

납읍초등학교 (금산공원에서 바라본 납읍초등학교, 폐교 위기를 극복한 수범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납읍초등학교(금산공원에서 바라본 납읍초등학교, 폐교 위기를 극복한 수범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장영주

금산공원에서 바라보는 납읍초등학교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폐교 위기를 잘 극복하고 학교살리기운동이 성공해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 옛적 제주에 설문대할망(할머니)이라는 창조신이 있었다. 설문대할망은 치마에 흙을 담아 한라산을 만들었다. 일년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치마에 흙을 가득 담아 산을 만드는데 치마 구멍으로 흙이 흘러 내려 굳어서 368개 오름이 생겼다. 설문대할망은 마음이 넉넉해서 보너스로 먹을삼, 석삼자 셋을 더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영주#한라산#금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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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통일교육위원, 한국녹색교육협회이사,교육부교육월보편집위원역임,제주교육편집위원역임,제주작가부회장역임,제주대학교강사,지역사회단체강사,저서 해뜨는초록별지구 등 100권으로 신지인인증,순수문학문학평론상,한국아동문학창작상 등을 수상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음(특히 제주지역 환경,통일소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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