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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해운대라고 하면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연간 천 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데다 해마다 여름이면 각종 언론에 우선적으로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해운대 해수욕장이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엔 왠지 부족한 점이  있다. 왜냐하면 생각만큼 해운대 해수욕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모래사장의 폭도 별로 넓지 않고, 해안선도 생각만큼 그리 길지 않다. 길이와 넓이로 따지자면 동해의 망상해수욕장이나 서해의 만리포 해수욕장이 훨씬 더 크다. 이런 점에서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이란 말은 다소 틀린 말이다.

그러나 해운대 해수욕장은 그 규모의 크기에 상관없이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우선 해수욕장과 더불어 발달한 다운타운의 규모가 엄청나다. 부산시내의 특급호텔과 고급 술집은 거의 해운대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해수욕장 근처에 바로 온천이 있는가 하면, 각종 음식점과 숙박촌, 그리고 패션용품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국내 최대란 말은 바로 이런 부대시설과 해수욕장이 결합한 시너지 효과 때문인 것이다. 연중 각종 축제가 벌어지고, APEC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외국의 원수들이 부산을 찾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바로 해운대 해수욕장인 것이다.

 
국밥거리
 국밥거리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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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운대에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는 거리가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31번 버스 종점에 있는 소고기 국밥 거리이다. 해운대역에서 길을 건너 전화국을 지나면 바로 31번 버스 종점이 나타난다. 예전에 이 일대는 거의 버스 종점 자리였다. 길 건너서도 대규모 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스펀지라는 대형 위락건물이 들어서 있다.

국밥이라는 것은 전형적인 서민의 음식이다. 그리고 상인의 음식이다. 물건을 잔뜩 지고 이 고을 저 고을로 다니던 장돌뱅이들의 음식인 국밥인 것이다. 바쁘고 힘든 여정을 가야 하는 상인들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넣고 진하게 우려낸 국밥을 좋아했다. 먹기에도 간편하고 뱃속도 든든하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국밥 집은 으레 장터 입구나 산등성이 주막집, 혹은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기 마련이었다. 아마 해운대 국밥집들도 그런 이유 때문에 버스 종점 자리에 터를 잡았을 것이다.   
 
 
국밥
 국밥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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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국밥집의 가장 큰 특징은 그 가격의 저렴함에 있다.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콩나물과 무, 소고기 몇 점이 들어간 국밥이 2500원에 불과하니 그 얼마나 값이 싼가 말이다. 게다가 반찬도 소시지, 부추김치, 무김치, 마늘장아찌, 젓갈 등 무려 네 가지나 되고 후식으로 요구르트까지 주니 정말 횡재한 느낌을 주는 국밥인 것이다.

식당들도 비교적 최근에 개축해서인지 다들 깔끔하다. 그래서 싸구려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 해운대 국밥 거리는 해운대 해수욕장의 숨겨진 명물인 것이다.

이 소고기 국밥집이 처음 형성된 것은 지난 1977년이라고 한다. 당시 가마솥국밥 집이라는 상호를 걸고 처음 장사를 시작한 사람은 김희대 할머니였다. 할머니 집안은 오래 전부터 국밥 집을 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할머니 때인 일제시대 부터 부산의 아미동에서 국밥 집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도 자연스레 국밥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국밥의 가격은 700원이었는데,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엔 2500원으로 된 것이다. 약 3.5배 정도. 인플레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더딘 속도로 가격을 올린 셈이다.

 
김이 나는 국밥
 김이 나는 국밥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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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국밥집은 어느새 해운대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저렴하면서도 값싼 소고기 국밥을 먹기 위해 자가용들이 몰려와서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국밥 집이 5군데 정도 있는데 주인은 세 사람이란 사실이다. 두 집에서 각각 분점을 내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장사가 잘 되었으면 앉은 자리에서 분점을 다 낼 정도였을까.

화려한 해운대의 뒤안길에 가려진 소박한 국밥 거리. 그 옛날의 장돌뱅이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호호 불어가며 먹던 국밥의 향이 해운대의 밤을 소박하게 물들인다. 해운대에 와서 저렴하고 맛있는 국밥을 먹는 것도 좋은 추억을 안겨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태그:#해운대,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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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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