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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할인마트 비치된 유기농 가공식품... 대부분 외국의 유기인증마크를 달고 있다
 대형할인마트 비치된 유기농 가공식품... 대부분 외국의 유기인증마크를 달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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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할인마트 안 '친환경상품' 코너. '유기농 통밀 100%로 생산된 □□□' ,'유기농 콩으로 만든 ○○ 간장' 등 다양한 식품이 전시되어있다. 수입상품 코너 역시 유기농 표시를 단 웰빙 상품들이 전시되어있다.

방배1동에 살고 있는 주부 양동희(35)씨는 "비싸긴 하지만 어린 아이를 생각해서 유기농 상품을 산다"며 유기농 과자를 집어 들었다. 서초동에 살고 있는 김형선(40)씨는 유기농 표시가 된 일본 콩된장을 샀다. 그녀는 "두 달 전에는 그냥 국산 된장을 샀는데 일본 콩 된장이 건강에 좋다고 동네 주부들끼리 입소문이 돌아 구입했다"고 말했다.

웰빙 열풍을 타고 국내유기가공식품의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농림부가 추산한 결과 국내유기가공식품 시장은 2005년 기준으로 약 1106억원으로 유기농산물 시장의 약 3.5배나 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사는 대부분의 유기가공식품은 외국의 유기인증을 받고 수입된 것. 유기가공식품의 표시면을 잘 살펴보면 호주산 유기농 통밀 혹은 중국산 유기농 콩으로 만든 가공식품임을 알 수 있다. 유기인증마크도 제각각이다. JAS(일본) 혹은 USDA(미국) 등 다양하다. 버젓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음에도 왜 국내 인증기관의 표시는 없는 것일까?

현재 수입유기가공식품의 인증표시를 담당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인증제도가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수입유기가공식품의 경우 '인증'이 아니라 식품위생법에 의거해 '표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유기가공식품 관련제도는 농산물 가공산업 육성법에 근거한 유기농산물가공품 품질 인증제가 있지만 수입유기농산물을 사용한 일반유기가공식품의 경우 국내법적 근거가 없어 수출국 인증기관이 발행한 인증서로 유기여부를 판단해 표시한다. 물론 외국의 인증서류로 판단하지만 국내의 표시기준에 준해서 판단한다."

국민들이 먹을 식품의 안전을 외국의 기준에 맡긴다?

식품위생법 제10조 관련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 정한 규정에 의거해 수입된 유기가공식품은 원재료의 95%이상이 유기농산물인 가공식품일 경우 주표시면에 '유기' 또는 이와 유사한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성분표시면을 통해 유기농 원료의 원산지나 함유량을 파악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동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국장은  "소비자들은 주표시면과 기타표시면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기농 통밀 100%로 만들었다고 선전하는 과자의 경우 밀 이외에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지만 소비자는 첨가물 함유량을 꼼꼼히 살피기보다 기타표시면에 표시된 유기농 통밀 100%를 믿고 사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또 그는 "국내인증절차가 없다보니 비양심적인 수입업체가 유기농산물이 아닌데도 유기농 표시를 붙여 판매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먹을 식품의 기준을 다른 나라의 양심과 기준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외국의 유기가공식품을 수입하는 경우 일본의 인증기관의 검토를 다시 거쳐 시중에 유통합니다."

정부, 유기가공식품 산업 육성 서둘렀지만...

실제로 2005년 9월 식품의약품안정청이 실시한 식품 모니터링 결과, 미국산 유기농 대두를 95%이상 사용해 '유기농'으로 판매된 국내 유명 두유 및 이유식 제품에 유전자재조합식품(GMO)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인 적이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10조의 식품표시기준에 의하면 유기농 표시를 한 가공식품에서는 GMO성분이 검출되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기농산물 수출국가의 인증서류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사례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는 농림부에서 관할하되,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폐지하고 농·수·축산물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관장할 식품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을 내놓았다.

농림부 역시 작년 9월 '유기가공식품 산업 육성' 보도자료를 내고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미비로 부정유통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고 "유기가공식품 인증 근거 법률을 정비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인증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실패하면서 상황은 꼬였다. 농림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없어 예전처럼 식약청과 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이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주무부처가 어서 결정되어야 작년에 계획했던 시안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늘어만 가는 수입유기가공식품 ... 대책이 필요하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유기가공식품 수입현황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유기가공식품 수입현황
ⓒ 오마이뉴스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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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에 따르면 유기가공식품의 수입 규모는 연평균 70%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01년 약 17억원에서 2006년 약 253억원까지 성장했다.

이에 비해 국내유기공품 품질 인증 실적은 아주 저조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유기가공식품 수입은 1만톤이 넘는데 비해 국내유기가공품 품질인증 실적은 겨우 1천톤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즉 소비자의 유기농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국내 유기농산물을 이용한 유기가공품 개발에는 미흡한 것이다.

유기농식품 가공을 위해 원자재로 수입된 유기농산물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6년 말 기준 중국 유기농산물 수입물량은 전체 수입물량의 약 57.3%나 된다. 현재 중국은 국가의 유기식품 육성전략 하에 유기식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유기농업은 이제 초보단계를 지난 단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는 2006년 현재 전체 농산물시장의 4%에 불과하지만 2010년에는 10% 수준에 이르러 주류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최 사무국장은 "유기농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유기농업과 산업과의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수입유기농산물의 수입만 급증하는 형태로는 유기농가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민간 인증기관들도 현재 수입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맡고 있는 IFOAM(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엄격합니다. 빨리 국내의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식품 위생상 오류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것이 국내 유기농업을 살리는 길입니다."


태그:#유기농, #농림부,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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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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