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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작렬했던 태양의 열기도 때를 알고 서서히 물러갈 채비를 한다. 열대야로 잠 설치던 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벽녘엔 차가운 공기에 잠이 깨 이불을 끌어 덮는다.

 

1막, 2막이 내려지고 가을이란 새로운 무대로 관객맞이에 분주한 자연, 머잖아 초록의 물결은 소슬바람에 곱고도 화려한 빛으로 새 단장을 하고 무한한 대지의 품안에서 농익은 가을이 풍악을 울리면 또 한 번 산야(山野)가 떠들썩하겠지.

 

달도 차면 기울고 계절도 때가 되면 자리를 내어주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되고 그로인해 아직 이렇다하게 내세울만한 인생의 목표달성이라든가 큰 부를 이루진 못했어도 간간이 느끼는 행복 속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요즘처럼 선선한 밤공기에 달빛마저 집안 깊숙이 드리워진 날이면 도심의 빌딩숲 아파트 에서도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며칠 전만해도 폭염, 찜통더위, 열대야로 가을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느새 성큼 곁에 다가와 있다. 

 

지난 달 27일은 아침부터 찌뿌듯하니 몸살기운이 있는 것처럼 하늘도 그러했다.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모여든다. 저 멀리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남녘의 파란 하늘이 비취색 바다를 연상케 한다. 그 곳은 아직도 여름내 달궈진 태양이 마지막 열기를 뿜어내는지 멀리서 보아도 눈이 부셨다.

 

서에서 동으로 끊임없이 헤쳐 모여를 반복하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먹구름, 작은 구름조각이 모여 큰 덩어리를 이루고 이내 물먹은 솜처럼 무게감이 느껴져 마치 정지한 듯 움직임이 둔해진다.

 

군데군데 파랗던 하늘도 회색 칠을 한 듯 온통 시커멓다. 이름 모를 새 대여섯 마리가 비가 내릴 걸 감지했는지 바쁘게 날개 짓을 하며 까만 점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이 급기야 후두두 소리를 내며 굵은 빗방울을 쏟아낸다.  

 

이처럼 하늘이 아침부터 가을마중으로 분주했던 날, 난 계절의 이취임식에 초대된 손님처럼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멀미가 날 정도로 하늘을 쳐다봤다. 그날 이 후 주인이 바뀐 듯 신비롭게도 새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야흐로 가을의 살갗에 닿는 차가운 공기에 민소매 위에 덧옷을 걸쳐 입는다.

 

구월의 첫날인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천둥번개를 동반하고 세차게 몰아치던 여름비와는 달리 여염집 아낙처럼 소리죽여 조심스레 내린다. 어느 새 내 가슴까지 가을이 스며들었는지 잠시 잊고 살던 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별 탈 없이 모두 무사했는지 안부전화라도 해 봐야겠다. 나이 탓인지 이젠 욕심보다는 그저 아무 일 없이 지낸 어제 같은 오늘이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태그:#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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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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