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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포항경주지역에서 두 개의 단체가 성명서가 발표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주제가 주민소환제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경주에서 열린 전국자치단체장 하계 세미나에서 단체장 회장단은 지난 7월 발효된 주민소환제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했습니다.

 

한편 같은 포항에서는 지역의 7개 시민단체는 포항시장이 의회를 경시하면서 해외 출장을 강행 할 경우 주민소환제 카드를 동원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포항시장이 3차례나 의회가 열리는 기간에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또 다시 9월6일부터 8박10일 일정으로 미국 피츠버그시에서 열리는 바다음식 축제에 참석하겠다는 일정에 대해 제동을 거는 일환으로 주민소환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두 성명서를 보면서 주민소환제가 발효된 이후에 자치단체장과 시민단체가 이 제도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1일에는 서울은평구청장이 조선일보를 통해서 주민소환제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글을 발표 했습니다. 하남시 김 황식 시장이 주민소환제에 의해 업무가 정지되었고 주민투표를 남겨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글이라 성명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요지는 이러합니다. 주민투표로 소환이 결정되기 전에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장기간 행정의 공백을 초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적 타격과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소환에 따른 일체의 비용이 지방예산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지방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주민소환을 추진한 당사자에게 아무런 책임을 부과하지 않아 ‘주민 이기주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주민환제가 악용될 수 있으니 주민소환 청구 사유를 법으로 구체화 시키고, 주민투표로 소환에 결정되기 이전에 업무 정지 조항을 폐지하고 소환이 실패 할 경우 청구인에게 경비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겉으로는 제도 개선을 내세우지만 별로 실효성 없는 주민소환제도로 전략이 내포되어 있는 듯합니다. 무소불위의 자치단체장이나 선출직의 권력에 제동을 거는 주민소환제가 그리 좋아 할 리가 없습니다. 보수 신문들이 일제히 소환제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단체장 편을 적극 지지 했는데도.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현행 주민소환제가 실효성이 있다고 여기고 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치단체장을 소환하려면 몇 차례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소환에 필요한 주민 서명이 필요한데 해당지역의 유권자 15%입니다. 적법 여부를 결정 받은 후 유권자 1/3 이상 투표율에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 합니다. 인구가 50만 넘는 지역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조건입니다.

 

서명 받는 것과 투표를 종용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인구가 작은 군 단위 농촌 지역은 주민소환을 주도할 단체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인구가 작은 지역일수록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한 연고주의에 따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기도 하남시 주민들이 광역화장장 유치 반대를 두고 단체장이 주민이기주의로 몰아 부치는데 이것이 타당한가를 묻고 있습니다.  화장장이 건설되면 편익은  경기도 전체로 분산되는데 반해 해당주민은 교통 혼잡 소음, 지역이미지 손상을 받습니다. 이에 시민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적 권리라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주민소환이 결정되기 이전에 업무 정지에 따른 행정 공백을 우려 했습니다. 업무정지 되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아마 방폐장 유치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 경우처럼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되어 서명과 투표를 방해하려고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어찌 생각 하지 않는지요. 단체장 정도가 되면 그 정도 사고는 할 수 있을 텐데.

 

행정 공백을 우려 하는데 부단체장은 무엇 때문에 있는가요. 주민들을 두고 이기주의라 했습니다. 저가 보기에는 성명서를 통해 단체장들이 더욱 숨은 이기주의 성향을 드러냈습니다. 

 

주민소환추진 당사자에게도 책임을 묻자고 했습니다. 무분별한 소환 방지하고  정치적 정신적 타격에 따른 방지를 위해서. 행동에 따른 책임은 누구나 피할 수 없습니다. 단체장은 투표에 의해 책임성을 판별 받는다고 강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체장이 의사결정 잘못으로 인해 책임을 느끼고 그만 둔 시장이나 군수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형사 처분 법적 조항만 피하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자치 현실입니다.           
                                   
지역에서는 단체장이 가장 많은 권력을 부여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자치현실입니다. 의회와 언론이 그리고 시민단체가 비판 감시 기능을 한다고 하지만, 집행부 수장의 힘과 비교하면 여전히 열악합니다. 지방 현실을 알고 있는 여론주도층은 하나 같이 지역을 변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단체장이라고 합니다. 아마 그가 가장 많은 권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날 두 단체가 발표한 두 개의 성명서는 이렇게 정리 할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입장에서 보면 전국자치단체장의 주민소환제 개선 성명서는 권력 방어를 위한 ‘엄살’로 들리고, 단체장 입장에서 시민단체의 성명서는 ‘으름장’ 보일 것입니다. 어느 기자의 지적처럼 ‘으름장’으로 보면 다행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구 50만 넘는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그런 성명서는 으름장이 아니라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한 장의 ‘시정 정세 보고서’일 따름입니다.

 

단체장들은 권력유지를 위한 ‘그들의 이기주의’ 숨긴 채 제도 개선을 촉구하였고 시민단체는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문제를 삼았습니다. 어쨌든 몇 번 실행을 거듭한 후, 실효성을 거둘 있게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포항시민뉴스(www.simin.tv)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주민소환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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