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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으로 17년간 일해온 김시광씨는 어느 날 아침 문자를 통해 해고 통지를 받았다. 김씨는 기자에게 "먹고 살아야 하는데, 착잡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으로 17년간 일해온 김시광씨는 어느 날 아침 문자를 통해 해고 통지를 받았다. 김씨는 기자에게 "먹고 살아야 하는데, 착잡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17년 간 일했는데, 갑자기 문자로 해고당했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억울하고 착잡하다."

30일 오후 3시 광화문역, 이날 파업에 들어간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들의 대열 속에서 만난 김시광(48)씨의 말이다. 이들은 뉴코아 강남점으로 가는 길이었다.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 등이 속해 있는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내 17개 자치단체 소속 상용직노동자와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 1300여명은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화문 인근 공원에서 3박 4일 간 농성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민주연합노조는 현재 ▲민간위탁 중단 ▲적정인원 충원 ▲비정규직 무기계약화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이 파업한 이유를 그들의 입으로 직접 듣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했다. 뉴코아 노조의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움직이던 그들을 만났다. 김씨를 비롯해 300여명의 환경미화원들과 같이 뉴코아 강남점으로 가면서 그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해고된 환경미화원 "문자로 해고 통지"

"4월 4일 문자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김씨는 전철 안에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지난 1989년 9월 경기도 안양의 청소대행업체에 쓰레기 운반 차량 기사로 입사했다. 거리 청소를 제외한 쓰레기 수거, 운반 등의 환경 미화 업무는 당시에도 민간위탁(외주화)된 상태였다.

김씨는 17년간 일했다. 김씨는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안양시와 청소대행 계약은 맺은 업체들이 수시로 바뀌었지만 올해 초까지 고용승계가 되어왔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고용불안을 면한 것은 아니었다. 김씨는 "매년 12월, 업체가 안양시와 청소대행계약을 맺고 나면 노동자들을 자른다"며 "안양시에서는 금액 관련 계약만 맺기 때문에 노동자가 잘려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지난 4월 4일 ㅇ개발 소속으로 일하던 중 갑작스럽게 자신의 일터에서 쫓겨났다. "회사는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고 밝혔다"고 김씨는 전했다.

옆에 있던 김종필 민주연합노조 안양 부지부장이 "업체가 설마 적자나는 계약을 맺었겠느냐"며 대화에 끼었다. 김 부지부장은 말을 이어 나갔다.

"ㅇ개발은 2004년 노동자가 43명이었을 때 24억3천만원에 청소대행료 계약 맺었다. 올해는 약 22억원에 계약 맺었는데, 현재 노동자가 22명이다. 적자가 나겠느냐."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재활용 선별' 작업, 보수는 월 120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 정은숙씨는 힘들고 위험하고 어려운 '재활용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월 급여는 월 120만원이다.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 정은숙씨는 힘들고 위험하고 어려운 '재활용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월 급여는 월 120만원이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어느덧 전철은 오후 4시께 뉴코아 강남점 인근 고속터미널역에 닿았다.

김 부지부장은 "안양시 비정규직들이 잘려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시에서는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2009년 7월에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지부장은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화한다는 비정규직법의 취지를 완전히 역행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일하는 업무는) 민간위탁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전철에서 내려 뉴코아 강남점으로 이어지는 강남지하상가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한 여성노동자와 말문을 텄다.

정은숙(43)씨 역시 "청소대행업체에서 일한다"고 밝혔다. 정씨가 일하는 곳은 경기도 안양의 한 선별장. 선별장은 수거해온 쓰레기 중에서 재활용이 되는 것을 걸러내는 곳이다.

정씨는 "냄새 나고, 더러운 곳에서 그 더운 여름에 천장에 달린 선풍기 몇 대로 버티며 하루 종일 서서 일한다"며 "직접 보지 않고는 얼마나 열악한지 모를 것이다"고 밝혔다.

정씨의 일터는 기자의 집과 가까웠다. 그 일터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에 코를 쥐어 막던 생각이 떠올랐다. 잠시 동안 정씨의 말을 기자수첩에 옮길 수 없었다.

정씨는 "2001년 7월부터 6년 일했는데, 산재사고만 3번 당했다"며 "일하는 사람 모두 근골격계 질환을 가졌다, 어디 하나 안 아픈 곳 없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3D.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는 정씨는 주 48시간 근무를 해서 월 12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정씨는 "지금까지 고용이 보장된다고 해서 버텼다"면서 "지금은 김시광씨처럼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너무 불안하다"고 밝혔다.

환경미화원 파업은 '쓰레기 문제'가 아닌 '사람 문제'

파업중인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들이 뉴코아 강남점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파업중인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들이 뉴코아 강남점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환경미화원들은 오후 4시 20분께부터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그곳에서 만난 박현진(44)씨는 지난 4월 김시종씨와 함께 해고됐다.

박씨는 "청소 대행업체는 노조를 탄압을 위해 뭐든 한다"고 밝혔다. "단체협약에 정년보장의 내용이 있지만 노동자들을 수시로 자르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2005년에는 아무 이유 없이 임금을 깎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사람 못살게 구는 게 지긋지긋하다, 어떻게 그런 회사가 존속하고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코아 앞에 선 환경미화원들. 벌써 언론에서는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들의 파업 소식에 '쓰레기 대란 오나?' 등의 기사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의 파업 모습을 지켜보는 언론사 기자는 거의 없었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의 몸에서 나는 체취를 맡은 기자라면 '환경미화원의 파업은 쓰레기 문제가 아닌 사람 문제'로 보았을 터였다.

한편, 민주연합노조는 9월 5일 17개 지방자치단체와 단체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환경미화원#환경미화원 파업#파업#쓰레기#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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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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