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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요즘 하루가 너무 짧습니다. 두 딸(다정 4살, 의정 1살) 아이가 깨어 있는 동안 다른 할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아내는 정말이지 화장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도와준다고 힘을 보태지만 그렇다고 짬이 남지 않습니다.

저와 아내는 12시에 출근을 해서 밤 9시 넘어 퇴근합니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베이비시터인 할머니와 같이 지내게 되지요. 물론 큰 아이는 어린이 집에 다녀옵니다. 오후 4시30분에 씩씩하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합니다. 이제 겨우 32개월 된 아이인데, 태어난 지 3일 만에 두 살이 되어버린 아이여서 그런지 차라리 3살이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어린이집에서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말이죠.

큰딸은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입학하면서 저와 아내는 다소 마음이 들뜨기도 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본 아이이기도 하지만 첫 아이가 어쨌거나 교육(사실은 보육이죠)기관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이제 다 컸구나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첫날은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참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3일이 지나면서 아이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울기 시작하더니, 어린이집에 가서는 저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아주 서럽게 울더군요. 다 그러려니 하면서 억지로 아이를 맡기고 돌아섰습니다. 그런 과정을 다 경험한다는 어린이집 원장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날부터 저는 자기의 표현을 아직 할 줄 모르는 아이이기에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았지요.

아이는 분명히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면서 어린이 집에 가지 말자, 라고 말하기도 하면서 잘 받아먹던 밥도 안 먹고, 잘 가리던 쉬도 실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자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울기 시작하면서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저는 말했습니다.

어린이집 가지 말자, 라고요. 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울음을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일주일에 두세 번 꼴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참에 저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가면 아이는 으레 아빠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울기 시작합니다. 그런 아이를 어린이집 원장이나 선생은 억지로 떼어 안고 들어갑니다. 적응하는 과정이라면서요. 교실 안으로 끌려 들어간, 그것도 아빠의 가슴에 안겨 있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서 냉정하게 돌아서버리는 선생의 뒷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아이는 안에서 콜록콜록 기침까지 하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저는 그게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라고 단정했습니다. 아이에게 아빠와 떨어져서 어린이집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우는 아이를 다시 데리고 나와 집으로 돌아왔고, 저와 아내의 직장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빠와 엄마는 여기서 매일 일해서 돈을 벌어야, 우리 다정이 맛난 '까까'도 사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자전거도 사줄 수 있다고, 그러니까 다정이는 어린이집에 가야해, 라고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 다음 다시 어린이집에 데리고 갔습니다. 집을 나설 때는 분명히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기분 좋게 나섰는데, 어린이집이 가까워지면 아이는 불안한 듯 말했습니다. 아빠 어린이집에 안 가면 안 돼. 아빠 말 잘 들을 게요 등등. 제 나름대로 아빠를 설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이 됩니다. 그런 아이를 다시 달래서 어린이집에 들어섰습니다. 아이는 선생님만 보고도 이성을 잃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안고 교실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그 공간이 아빠와 떨어지는 공간이 아니고, 아빠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시간 가량 그 교실에 있는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다가 나오기를 보름 가까이 했습니다. 아이는 차츰 안정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빼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은 인구 3만 명 정도가 사는 읍 소재지입니다. 그 어린이집은 이 지역에서 시설이 잘된 곳이고, 제법 큰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면서 원장이 이 지역 시민단체의 장이라고 입학원서를 쓰는 나에게 안심시키려는 듯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여성부에서 인증했다는 증표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제가 그 어린이집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밤 아홉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곳이 이 지역에선 그곳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를 그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한 짓이고, 아빠로서 정말이지 하지 못할 짓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유는 우리 아이를 맡고 있는 담임선생 때문이었습니다. 그 선생을 믿고 우리 아이를 맡길 수가 정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교실에 있는 한 시간 가까운 시간에 선생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하지 마'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선생의 목소리가 어른인 제가 듣기에도 규칙에 엄한 선생의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 때문에 저는 아이들은 무조건 선생에 의해 통제가 되고 있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4살짜리 아이들을 모아놓고 하지 말라고 말하는 그 엄한 선생을 어떻게 믿고 제 딸아이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은 당연히 어지럽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본능이니까요. 그런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니, 그것도 제가 있는데 그러니 만약에 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마도 더 심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인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쨌거나, 아이만 낳으면 다 키워주겠다고 말한 대통령께서 정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지금 대권에 도전하는 너무 많은 후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되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지를 말입니다. 대학 교육만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은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고 성장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어린이집에서 경험하는 공동체 생활, 그리고 선생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지 말 좀 해주세요.

요즘 초등 및 중학생들이 교실에서 매우 산만한 편이고, 또한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된 것이 혹시 어린이집에서 잘못된 교육 때문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말이죠. 어제는 또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비가, 그것도 제법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지금 제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순간 제 눈을 의심해보았습니다. 비가 오고 있는데, 아이들이 줄지어 서서 마치 짐차에 짐이 실리듯 선생에 의해 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15인승 승합차에 족히 20명도 더 넘게 실리는 듯했습니다. 저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더군다나 비가 오는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자기 자식들에게도 저럴까 싶었습니다.

아내에게 급히 전화를 해서 어린이집에 확인을 해보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아내가 말하더군요. 원장님이 계시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정말 그 말을 믿어야겠지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지요?

정말이지 저와 아내는 우리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가 없어서 다시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한 지가 두 달이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 보낸 그 어린이집은 아닙니다. 이 지역에 어린이집이 참 많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까 다 그렇다네요. 그렇다면 나도 그냥 잠자코 보내야겠지요. 그나마 그런 어린이집마저 없으면 어떡해요. 그쵸?

대통령님, 그리고 많은 대선 후보님들. 또 그리고 여성부장관님. 그쵸?

#어린이#교육#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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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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