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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나라경제를 제대로 이끌고 가지 못하다 보니까, 대통령선거에 나온 정치인들이 너도 나도 '경제대통령' 감을 자처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이명박씨는 수많은 의혹과 검증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씨나 범여권 주자들에 비해 경제를 잘 살릴 수 있는 인물로 인식되는 데 성공하여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의 주인인 시민이 심부름꾼인 대통령을 뽑는데, 진짜 경제대통령감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방법이 없을까? 나는 나름대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① CEO해야 경제대통령? 과장광고 속지 말자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23일 후보 확정 뒤 첫 민생탐방 행보로 서울 종로 광장시장과 중구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광장시장 한복상가를 방문해 상인들에게 하트를 그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첫째, 기업에서 CEO(최고경영자)를 한 사람은 진짜 경제대통령감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명박씨와 문국현씨가 해당될 것이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CEO 경력이 없어도 나라경제를 훌륭하게 이끌고 갈 수 있다.

기업경영의 요체는 제대로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마케팅하고, 재무관리를 잘 하는 것이다. 경세제민을 해야 하는 경제대통령은 정책공약이 상품이다. 소비자인 유권자는 우선 각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의 내용을 잘 검토해서 우량·불량을 판별하고, 우량이라면 그 공약을 반드시 지킬 사람인가를 또 판단하여야 한다.

CEO 출신이 아니더라도 좋은 경제정책을 유권자에게 제시할 수 있고, 그 공약의 실천에 대한 믿음까지도 줄 수 있다. 따라서 경영인이 진짜 경제대통령이 될 필요조건은 아니다.

따라서 현대건설이든 유한킴벌리든 CEO를 했다고 유권자에게 진짜 경제대통령 감임을 강조한다면 그 사람은 시작부터 나라의 주인을 진짜·가짜를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외에서 경제분야에 좋은 업적을 낸 과거의 대통령들이 CEO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선거 전부터 스스로를 과대포장한다면, 학력을 속여 교수가 되려는 사람보다 더 사회적 폐해를 가져오지 않겠는가?

▲ 지난 2002년 5월 참여연대 회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신용카드사 횡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 이종호
그런데 왜 이런 과장된 진짜행세가 우리 사회에서 먹히는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부자는 더 부자가 되게 하고, 서민·자영업자·중소기업인은 더 힘들게 만든 것이 큰 이유이다. 현 정부의 실패는 이명박 인기의 원천이다.

현실이 괴로운 이 다수 계층이 마음을 여권에서 돌린 것이다. 비한나라당 20명 내외 예비후보들 중 누구도 이명박씨보다 나은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믿음도 못 주었기에, 자격 미달의 사람이 CEO 경력을 내세워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선점한 것이다. 그 전략은 지금까지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이런 가짜의 진짜행세가 언제까지 성공할 것인가? 나는 여기에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고 판단한다. 나라경제가 외환 위기·신용카드 위기에 이어 더 심각한 제3의 위기에 빠지느냐 여부가 이번 대선에 달려있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② 부패한 유능? 썩으면 유능할 수가 없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 그 사람이 깨끗한 사람인지 부패한 사람인지를 알면 된다. 깨끗하면 진짜이고, 부패하면 가짜이다.

'썩어도 준치'는 경제에서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준치가 아니다. 잘 사는 선진국은 모두 국가투명성이 높은 나라들이다. 자신이 부패하였고, 나라경제를 더 부패시킬 사람이 경제번영을 가져올 수는 없다.

한국적 현실에서 건설업은 80년대나 지금이나 부패의 온상이다. 재벌은 건설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2003년에도 현대건설 등 7대 건설사가 지하철공사에 담합하여 서울시의 부담을 늘린 것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발각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패한 산업이 건설업이다.

그런 건설업의 부패를 이명박씨는 현대건설 CEO시절에 막지 못하였고, 서울시장 시절에도 막지 못하였다. 경실련의 조사에 의하면 부패사건의 60% 이상이 건설업체와 관련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다보면 그릇도 깨고 손도 벨 수 있다"고 부패의 불가피성을 감성에 호소하지만, 부패를 자인하는 사람을 왜 꼭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단 말인가?

많은 사람이 '깨끗한 무능'보다 '부패한 유능'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깨끗한 무능'이 아니라 '부패한 무능'이었다. 대통령 개인은 깨끗했을지 몰라도, 건설부패가 극에 달하고, 총액출자한도제 완화, 공익재단의 계열사 주식보유한도 확대 등 부패재벌의 수십년 숙원을 다 들어준 것을 볼 때, 역대 최악의 부패정권이라 할 것이다.

▲ 지난 2005년 6월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전경련 회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부패사회는 유능한 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 부패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술마시는 실력, 골프치는 실력, 뇌물 몰래 주고받는 실력은 출중할지 몰라도, 소비자를 위하는 실력, 위험관리능력, 기술력 등은 부패기업에서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부패하지만 유능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다.

20세기 군사독재하에 정경유착시절에는 그런 사람이 로비력에 의해 일시적으로 회사의 외형을 키울 수 있었을지 모르나, 21세기 글로벌 경쟁 하에서 그런 부패경영에 의해 꾸려나가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금융회사 못지 않게 현대건설 등 많은 건설사가 도산하거나 도산 위험에 처한 것도 경영의 부패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오죽하면 IMF가 한국은 정실자본주의에 의한 투명성(transparency) 결여, 즉 부패가 문제라고 지적하였겠는가?

그렇다. 깨끗하면서 무능한 사람은 많다. 그러나 부패하면서 진정 회사를 살리고 나라를 발전시킬 능력이 있는 사람은 동서고금에 없었다. 유권자는 심부름꾼을 뽑을 때, 부패한 사람을 먼저 제외시키고, 깨끗한 사람 중에 가장 경제운용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③ 법 여러번 어긴 사람은 봐주지 말라

셋째, 실정법을 여러 번 어긴 사람은 진짜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다. 가짜이다.

우리는 국무총리는 물론 장관들까지 국회에서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였다. 많은 인사들이 과거에 법을 어긴 것이 발견되어 중간에 낙마하였다. 주권자의 심부름꾼인 국회의원들도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였는데, 정작 주권자 자신들이 국무총리보다 몇십배 중요한 대통령을 뽑으면서 법률 위반자를 너그럽게 봐준다면, 나라의 주인 노릇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밀레니엄 사면 등 사면권을 남용하여 경제질서를 후퇴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 공교롭게도 이명박씨는 김대중씨의 덕도 많이 본 사람이다. 이렇게 전현직 대통령의 덕을 많이 보았으니 상당수 유권자들도 헷갈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찍이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는 법치가 시장경제 발전의 필요조건임을 갈파하였다. 법이 문란하면 사유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계약의 이행이 불확실해진다. 그런 경제는 경제주체간 신뢰가 형성되지 않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부동산이나 담보를 믿게 된다. 저신뢰사회는 소수의 졸부를 제외하고는 대중의 빈곤을 낳는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독재자에 의해 법이 유린되었고, 이어 민주정부에서도 법의 존중도가 선진국 수준에 현저히 미달하였다.

김영삼정부 하의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도입은 반쪽에 불과하여 차명거래를 용인함으로써, 이를 악용하는 세력이 잔존하게 되었고, 탈세의 길을 널리 열어놓게 되었다. 탈세는 국가세입을 그만큼 줄이므로, 정직하게 법대로 납세의무를 다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행위이다.

④ 부동산 투기 거품 키우면 가짜

▲ 정부가 분당급 신도시로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동쪽 지역 660만평을 개발한다고 발표된 지난 6월 1일 오후, 브리핑이 열린 과천 정부종합청사앞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넷째, 부동산정책을 투기에 의존하여 펼쳐가겠다는 사람은 가짜이다.

나는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라는 책을 통해 아우와 함께 부동산을 통한 자산양극화가 지난 6년간 4000조원 이상 벌어졌으며, 한국경제가 투기거품으로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음을 상세히 지적한 바 있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철저한 공영개발, 후분양, 제대로 된 원가공개 등을 통해 장지지구 등 강남지역에도 3.3㎡당 7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20년 장기전세로 임대아파트를 서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문국현 사장은 오 시장의 이러한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정책을 전국에 확대 적용하고, 나아가서 수도권과 광역시등 인국과밀지역의 신도시를 공영개발하여 토지임대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다량 공급하여 3.3㎡당 500만원 이하, 즉 수도권의 경우 반의 반값으로 공급하겠다는 희망제안을 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전 시장은 여전히 낡은 방식으로 선분양을 고집하고 투기이득을 환수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신도시가 투기판이 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누가 거품선호의 낡아빠진 가짜이고, 누가 인간의 기본적 경제권리를 보장하는 진짜 경제대통령인지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가?.

⑤ 토건 중심 성장? 지금은 21세기다

다섯째, 토건 중심으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사람은 낡은 사람이며 21세기에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다.

21세기는 지식정보사회이며, 대운하에 투자하여 환경을 파괴할 것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여 평생학습기회를 넓혀주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낡은 방식으로는 5% 성장도 어렵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할 때에는 8% 이상의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⑥ 재벌 중심 고용으로는 경제 망친다

여섯째, 130만명을 고용한 재벌중심으로 경제를 끌고 가겠다는 사람은 특권층 위주의 낡은 사람이며, 경제를 망칠 확률이 높다.

2000만을 고용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에게 수출과 학습의 기회를 확대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고 중소기업부를 신설하겠다는 문국현 같은 사람은 시장경제의 기본이 공정한 경쟁에 있음을 알고 실천할 몇 안 되는 대기업 출신 인사이다.

중국과 러시아·인도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고,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인가는 자명하지 않은가.

▲ 지난 2005년 1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식료품점을 30여년간 운영해온 상인이 TV 생중계를 통해 "양극화 해소에 힘쓰겠다"는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을 지켜보다 손님을 맞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제 재벌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

김대중 정부는 임기말에 재벌의 금융계열사가 가진 주식의 의결권을 인정해줌으로써, 이어서 노무현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대폭 완화하고 최근에는 공익재단에 20%까지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삼성 등 특정재벌의 경영권 세습이 자동으로 보장되도록 하였다.

2001년 이후의 기업정책은 단순히 친재벌정책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권장한 지주회사제로 빨리 전환한 다수의 재벌을 불리하게 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고 각종 불법을 저지른 특정재벌만 유리하게 한 엉터리 불공정정책이다.

이제 그 재벌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시중은행을 지배하도록 허용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금산분리'라는 미명 하에 허용하겠다는 것이 이명박씨 공약이다. 오호통재라, 한국경제의 말로가 보이지 않는가?

나는 진짜 경제대통령감과 가짜를 구별하는 기준을 10여가지 더 가지고 있다. 지면관계로 여기서 줄일 수밖에 없음은 유감이다.

진짜의 조건을 가장 많이 갖춘 사람이 주권자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경제는 고용없는 성장, 거품경제를 이어 가다가, 선진국이 되기는커녕 젊은 세대, 미래세대에게 양극화로 붕괴된 경제를 물려줄까 두렵다. 가짜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덧붙이는 글 | 김태동 기자는 성균관대 교수이며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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