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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신정아 교수 사건 이후 불거진 학력 위조 논란이 온 한국사회에 학위 검증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듯 하다. 어떤 경로로 취재가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으나 각 분야의 유명인들, 특히 연예인들의 학력에 대한 검증이 언론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조금은 흥미위주의 가십성 기사화되고 있지 않은가 우려된다. 물론 학력을 속이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미국 비인가 대학 출신의 박사학위자를 검증하고 나섰다 하는 데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대학을 설립하는데 있어서 한국에서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 미국 교육부의 인가여부이다. 미국은 알다시피 연방국가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교육부가 대학의 설립에 관여할리 없다. 또한 각 주의 교육당국 역시 대학설립을 인가한다거나 하는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신고만 하면 대학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인가 대학이란 도대체 뭘까? 미국에는 대학을 인증하는 민간기관이 있는데 이 기관이 대학의 여러 가지 면을 평가하여 인증을 해준다. 예를 들어 기자가 다니고 있는 경영대학의 경우, AACSB라는 기관에서 인증을 하는데 미국 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프로그램을 인증한다. 서울대학교 역시 AACSB의 인증대학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인증 받지 못한 한국의 경영대학들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넓은 의미의 비인가대학이 되는 것이다. 물론 미국내 대학 중 인증을 받지 못한 경우 그 대학의 프로그램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대학에서 받은 학위가 가짜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다만 학계에 취업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기업체의 경우에도 인증학교의 학위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한 상급 학위 진학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 대학의 학위과정을 합법적으로 수료하고 학위를 취득하였다면 그 학위는 가짜는 아닌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학위 취득자에 대한 검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고용하려고 하는 기관측이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만일 검찰의 수사가 학위를 가지고 취업한 개개인을 상대로 하고 있다면 이는 큰 문제이다. 그들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그들을 고용한 학교나 기업체가 인사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학계의 경우, 학위만 보고 교수를 임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기자가 알기에 미국의 경우, 교수직을 얻기 위해서는 학위 이외에도 학술활동이 있어야 한다. 또한 박사논문 및 학위를 위한 논문을 발표하고 이를 검증받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따라서 학위증만 보고 교수직을 주었다면 이는 분명 학교측의 인사관리에 큰 허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검찰이 개입할 형사적 사건이 아니라 인사상의 제재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만일 학교가 교수임용시 미국기관의 인증대학 학위를 요건에 명시하였다면 이를 근거로 임용을 취소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비인증대학 출신을 모두 사기꾼으로 몰고 가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들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하고 그 학위가 실력에 부합하고 있는지를 판단하여 고용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책임은 고용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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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Augsburg University 경영학과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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