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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통령후보경선이 막을 내렸다. 흠결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이명박후보가 투표에서 지고 여론조사에서 이겨 가까스로 당선되었다. 흔들면 흔들수록 떨어지는 늦가을 단풍처럼 이명박 후보도 늦가을 찬바람이 불면 그의 지지도는 추풍낙엽이 될 것이다. 석양의 낙조에 비쳐지는 앙상한 나무의 몰골처럼 그의 각종 의혹은 찬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시베리아 찬 공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1997년에도 2002년에도 한나라당 이회창후보는 말년 병장처럼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대통령 선거 몇 달 전부터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각 부처 장관 후보 명단을 들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의혹과 호화빌라 의혹, 원정출산 의혹의 덫에 걸려 결국 낙선하고 말았다.

이에 비해 이명박후보의 의혹은 이회창의 의혹에 비하면 아마 100배는 심할 것이다. 땅 투기 의혹, 위장전입 의혹, BBK 의혹, 도곡동 의혹 등등등. 이명박은 당에서 이루어진 검증의 칼보다 100배다 더 예리한 국민 검증의 벽을 넘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범여권 주자의 불확실성에 기반한 반사이익의 승리였다. 10월 14일 대통합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가시화 되는 날 아마 그날이 이명박후보의 정치적 제삿날이 될 것이다.

문제는 대통합 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이다. 공정한 경선룰에 의한 아름답고 공정한 경선의 축제 속에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탄생하는 즉시 이명박후보와 1:1 구도가 잡히고 국민의 시선은 집중되게 된다. 이제 대통합 민주신당의 공정한 룰의 결정이 막바지에 와 있다. 나는 정동영예비후보의 룰미팅 대리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고 있다.

다른 후보의 캠프처럼 대리인을 교체투입하거나 뒤늦게 합류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전 과정의 합의과정과 디테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누가 허무맹랑한 주장을 했는지도 나의 수첩에 모조리 기록되어 있다.

첫 번째 룰미팅은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전이었으므로 국민경선추진협의회 주관으로 시작되었고 창당이후 당의 국민경선위원회가 주관하였다. 7월초 첫날 첫 번째 룰미팅 합의는 룰미팅 협의 기간 중에는 어느 캠프도 외부에 정부를 유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위원장인 이목희의원과 대변인인 이인영의원만 합의된 것을 언론에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중간 중간에 논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혼란을 차단해야 했기에 그랬다.

적어도 나는 이 부분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회의가 끝나고 2시간만 지나면 논의했던 내용이 상세하게 알려졌고 기자들로부터 역으로 확인취재가 들어 왔다. 참 놀랍고 한심스런 나날이었다. 나는 한 번도 응대를 한 적이 없다. 우리 캠프에도 다음날 아침에야 보고하고 토론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보안을 지키지 않아서 낭패를 보았던 지난날 열린우리당의 전철이 반복되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첫 번째 합의는 소위 친노(나는 친노세력이 아니라 친노이용세력이라 생각한다.) 주자 네 명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인터넷 접수 방법은 7월 16일 합의를 본 사항이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하는 실명인증을 마친 후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선거인단에 확정한다.’는 합의를 깨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해찬 총리측 서갑원의원도 합의하는 현장에 있었고 한명숙 총리측 대리인도 만장일치로 합의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이해찬 총리 측에서 대리인을 교체 투입해 딴 소리를 하기 시작하더니 끝내 사고를 쳤다.

이 기자회견을 한 후 국민경선위 이목희 의원은 화가 나서 공개적으로 이들의 행위에 대해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이해찬 전 총리측 대리인은 룰미팅 중에 정중히 사과를 해야 했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과를 한 그다음 날 또 기자회견을 열어 핸드폰 인증을 도입하지 않으면 등록을 거부하겠다는 벼랑 끝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다. 경선 판이 깨질 것을 두려워 한 국민경선위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한 치졸한 방법이었다. 일국의 총리를 지낸 분들이 하는 행태라고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인 내가 부끄러웠다.

핸드폰 인증은 그럴싸해 보인다. 그런데 인터넷 접수 첫날 핸드폰이 아닌 집 전화를 등록한 사람은 16%였다. 앞으로 핸드폰이 없는 국민은 인터넷접수를 할 수 없다. 인증을 받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핸드폰이 있어도 인증절차를 모르는 어르신 세대는 참여할 수가 없다. 열린우리당 승계당원의 경우 다른 절차 없이 본인 의사확인만으로 선거인단을 확정한다(문턱 낮추고 참여 확대)는 것과 견주어 인터넷 접수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인터넷 접수의 문턱을 낮추자고 주장하면서 열린우리당 승계당원의 문턱을 높이자는 주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속이 훤히 보이는 짓이다. 문제는 최대 참여를 원칙으로 200만 300만 500만이 선거인단에 접수하고 투표장 앞에서 본인 확인절차를 철저히 해 투표를 하자는 취지가 이들의 합의 파기로 어쩌면 무산될 위기를 나는 걱정한다. 경선 룰에 대한 조항 하나하나가 각 캠프의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합의를 하는 것이고 그러하기에 오히려 합의 된 것은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데 총리까지 지낸 분들의 억측으로 룰미팅 합의정신이 근본적으로 깨져 버렸다. 그런데도 우여곡절 끝에 예비경선에 관한 일정과 방법이 합의되었고 경선 순회일정도 본경선 숫자도 합의가 되었다. 모바일과 여론조사 정도가 쟁점사항으로 남아 있다.

내가 제안해 놓은 인터넷 인증제를 풀고 접수된 선거인단에 대한 전수 본인확인조사를 핸드폰 문자메세지와 ARS 그리고 직접 전화방식을 통해 하자는 것이 정식 의제로 채택되어 논의 대기 중이다. 열린우리당 승계당원 107만 명도 일일이 본인 참여의사를 확인하고 있는데 못할 것도 없다는 나의 주장에 한 캠프만 빼고 모두 동의한 상태이다.

모바일투표-얼핏 생각하면 모바일 투표를 하자는 것이 멋있어 보인다. 그런데 모바일 투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1항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투표를 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모바일 투표는 기본적으로 비밀투표가 아닌 공개투표이다. 또한 투표 행위에 있어 ‘본인투표’가 제일 핵심 사항이다. 그런데 투표하는 순간 본인이 했는지 누가 대리투표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도리가 없다. 국민경선위 실무자들로 원천적으로 본인 확인 여부가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보고 했다.

여기에다 대한민국 어떤 업체도 모바일 투표 시스템을 갖춘 회사와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개발시간만 4주가 걸리고 개발 후에도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인 확인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서 대리투표의 가능성이 무방비로 열려 있고 위헌시비 소동이 벌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므로 모바일 투표를 주장하는 측에서 이에 대한 증명과 보장을 하라고 한 달 넘게 주장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여론조사-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이다. 대통령 예비후보 6인 연석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을 하자고 이미 합의한 바 있다. 그것을 지키라는 것이다. 원하는 국민 누구나 200만 300 400만 선거인단 신청을 하고 투표한다.는 정신을 지키라는 것이다. 국민경선을 한다는 것은 1천명정도의 부정확한 여론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선언이다.

1천명 여론조사가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는가 아니면 200만 300만 국민들의 투표가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삼척동자도 알거늘 어찌 손학규후보쪽만 모르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나라당에서 3등을 하고 있을 때는 국민선거인단 수를 높이고 여론조사는 하지 말자고 해놓고 왜 이러시는지...미미한 여론조사의 우위가 그렇게 달콤한 유혹인가?

한나라당 지지층이 포함된 대상의 여론조사에서 손후보가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층은 경선 장에 나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시라. 국민경선 신청서에도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했거나 한나라당 당적을 보유한 사람은 대통합 민주신당 국민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한나라당 지지층이 탐이 나면 탈당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손후보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처럼 국민경선 선거인단을 늘이고 여론조사를 하지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그나마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에 대한 면피이고 탈당의 정당성을 강변할 근거이다. 스스로의 자기부정을 하는 일을 하루 빨리 거두어야 한다.

96년 신한국당 대변인 시절 ‘김대중은 정신이상자다.’ ‘김대중은 빨갱이다.’라고 해놓고 지금은 아무런 사과도 없이 동교동에 찾아가서 DJ에게 머리 조아리다가 광주에 가서는 ‘광주를 털자.’는 둥 자꾸 갈팡질팡한 행보를 하니까 짝퉁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희망이 없어서 탈당했다면서 ‘한나라당에 있었던 것이 자산이다.’라는 이율배반의 소리를 하니 ‘행동하는 흑심’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여론조사 부분도 이랬다 저랬다 그러고 있지 않은가?

손후보는 당당하고 쿨하게 룰미팅에 임하시라. 그리고 손후보 측에서 여론조사를 하자고 슬쩍 말을 꺼냈을 때 길길이 날뛰며 반대했던 캠프(누군지 다 알고 있다.) 몇몇이 이제 은근슬쩍 여론조사 하자고 부화뇌동하고 있는데 참 측은하다. 아무리 유불 리가 있다지만 영혼마저 팔지는 말기 바란다. 유불리에 따라 왔다 갔다 할 수 있지만 나의 마지막 주장은 너무도 간결하고 명징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합의한 것은 깨지 말고 지켜라.

덧붙이는 글 | 합의정신은 지켜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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