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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 주부 김향숙씨의 사진. 한 동네에서 50여년을 살았다는 할머니를 사진에 담다.
ⓒ 김향숙
전문가만 사진을 찍던 시절은 지났다. 전문가용 DSLR 카메라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콤팩트 초소형 디카'(일명 '똑딱이')로도 얼마든지 전문사진가 못지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UCC의 등장과 함께 기존처럼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던 것에서 점점 소비자가 새로운 콘텐츠의 창조자로 진화하는 확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4일 저녁 6시 30분경, 대전 중구청 맞은 편 갤러리 '오픈 스페이스'에서는 대전문화예술교육연구회에서 시행한 <원도심에서 디카로 놀기> 사진전 오픈식이 열렸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대전에 거주하는 일반 시민 30여명이 참가했다. 대부분 성인남녀가 신청을 했지만, 참가자들 중에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남녀노소가 일상 속에서 그만큼 '디카'와 친숙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 <원도심에서 카메라로 놀기> 사진전에 전시된 작품들.
ⓒ 국은정
일반 참가자들은 사진작가 임민수씨의 지도 아래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대전 원도심(대전역~충남도청 사이)을 총 4회에 걸쳐 직접 촬영했다. 1~2시간은 사진학 강의를 듣고, 3시간 정도는 직접 출사를 나가서 정해진 공간을 촬영, 촬영 후에는 다 같이 찍어온 사진을 함께 보면서 느낀 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제가 대전에 온 지 올해로 8년째에요. 그런데 대전에 처음 내려올 땐 상황이 녹록지 않았어요. 그때 제가 원도심에서 생활했지요. 지금은 형편이 좀 나아졌지요. 그러데 이번 작업에 참여하면서 뭐랄까, 낯선 도시의 뒤란에서 처음 생활하던 8년 전 기억이 떠올라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김향숙(주부)씨의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찍은 사진 속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집 와서 50여년 동안 한 번도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는 할머니는 처음엔 자신을 찍는 것에 무척 쑥스러워했지만 이내 편안한 포즈를 취하며 자신을 향해 맑게 웃어주었다는 것. 그녀는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살아있는 대전의 역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계속되며, 25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반인 대상 일일 워크숍도 열 예정이다(오전 10시~ 오후 4시 / 대전 시민 누구나 참가 가능, 참가비 무료). 이날 워크숍에서는 원도심을 직접 걸으며 사진을 찍는 기회를 제공하며, '우리나라 도시경관 사진의 기원과 역사'라는 제목의 특강을 통해 도시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의 시선이 아니라서 다소 거칠고 투박하지만, 전문가의 작업이 아니라서 더욱 솔직하고 자유로운 그들의 사진들. 이번 작업을 통해 그들은 각자 개인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을 것이다. 문화의 방관자에서 적극적인 문화의 창조자로 거듭난 그들이 담아낸 세상 속으로 성큼성큼,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24일 대전 중구청 맞은 편 갤러리 오픈 스페이스에서 열린 <원도심에서 디카로 놀기> 사진전 오픈식.
ⓒ 국은정


태그:#똑딱이, #사진전, #원도심,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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