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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전기도 이라크로 가져갔나?"

갑작스러운 미국의 정전 사태에 대한 한 미국인의 조롱 섞인 농담이다. 24일 오전 3시경 (미국 현지 시각으로는 23일 오후 2시경), 기자가 사는 버지니아주 해리슨버그에 갑작스러운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2년여의 미국 생활에 처음 겪는 느닷없는 정전사고였다.

'아니, 미국에도 이런 원시적인 정전사고가?'

한낮의 불볕 더위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즈음, 오늘의 정전 사고는 큰 사건이었다. 기자는 전화번호부를 찾아 해당 전기부서에 전화를 해보았다. 하지만 계속 통화중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저마다 전화를 해대는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는 미국인에게 전화를 걸어 그곳도 정전이 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곳 역시 전기가 나갔다고 했다. 사전에 예고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정전에 대해 그 역시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미국인은 비웃듯 이렇게 말했다.

"부시가 (군인들뿐 아니라) 전기도 이라크로 가져갔나?"

하루가 멀다 하고 늘고 있는 이라크전 희생자

▲ 공화당의 유력 인사인 존 워너 상원의원이 미군들이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철군을 주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 CNN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심기가 대단히 불편하다. 아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철군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철군의 목소리는 지난 22일에 발생한 이라크 북부 타밈주에서의 블랙호크 헬리콥터 추락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미 보도된 대로 야간 작전 수행 중에 추락한 블랙호크 헬리콥터 사망자는 지난 1월 중순 이후에 발생한 하루 사망자수로는 가장 규모가 큰 14명이었다. 특히 이번 희생자 가운데에는 혼자서 6살 난 아들을 키워온 조종사의 슬픈 이야기도 소개되었다.

끝날 줄 모르는 이라크 전쟁에서 이처럼 많은 미국인들의 희생이 줄을 잇게 되자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이 베트남전쟁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공화당의 한 유력 인사가 미군들이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철군을 주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버지니아주 공화당 의원인 존 워너. 그는 국방과 군사문제에 정통한 군인 출신 상원의원이다. 워너 의원은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해군 사령관도 지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복무했고 6.25 전쟁 중에는 미군 해병대로, 베트남 전쟁에서는 해군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그는 1978년부터 현재까지 29년째 상원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5선의원이다.

이렇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존 워너 상원의원이 미국 현지 시각으로 23일 오후 4시경,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발표를 했다. 미국 NBC 방송이 생방송 '뉴스속보'로 내보낸 이번 발표문에서 워너 의원은 미군이 이라크에 영구적으로 주둔하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이라크 지도자들을 행동하도록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철군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 내 미국 고위 관리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부시 대통령이 9월 중순에 미군 철군의 시작을 발표하고 그 부대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미국에 돌아올 것이라는 내용을 천명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내 소박한 판단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워너 의원은 주장했다.

▲ 국내외 속보, 백악관, 의회 뉴스를 전담하는 미국 NBC-TV의 스티브 한델스만이 이라크 전쟁에 관한 존 워너 의원의 발언을 속보로 전하고 있다.
ⓒ NBC-TV

한편, 텍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고든 존드로 국가 안보 회의 대변인의 말을 통해 백악관은 워너의원의 충고를 고마워하지만 존드로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데이비드 페트라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과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의 조언을 기다려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워너 상원의원은 이미 지난 달 13일에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리처드 루거 의원과 함께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또 다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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