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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자 <노컷뉴스>의 단독 보도 내용입니다. 부검을 통한 최초의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소식을 전하며 '인간광우병'과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 노컷뉴스 화면 캡쳐
'유사 인간광우병'의 첫 발병이 우리나라에서 확인됐다는 기사가 22일 CBS <노컷뉴스>의 단독보도로 나간 이후 많은 국민들이 광우병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특히 <노컷뉴스> 보도에서는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인간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마치 우리나라에서 인간 광우병이 처음으로 증명되었다는 느낌의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당국이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와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하 CJD)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이번 보도로 인해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에 당황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정말 이번 보도가 인간 광우병의 국내 첫 발병을 시사해준 것일까요?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뭘까?

▲ 22일자 <노컷뉴스>의 단독보도입니다.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대한 첫 기사를 인간 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연계시켜 읽는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 노컷뉴스 화면 캡쳐
<노컷뉴스>가 보도한 뇌질환 등으로 지난 4월 숨진 아파트 관리원 박아무개(77)씨의 부검에 참여한 최경찬 한림의대 성심병원 병리학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이번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보도는 전혀 인간 광우병과 무관하다"고 인간 광우병 논쟁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특히 최 교수는 "이번 부검은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임상 소견, 진행양상과 나이, 그리고 부검시 조직소견들이 다르다"며 "해당 기자에게 이미 정정 보도를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간 광우병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뭘까요?

▲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특수 염색을 통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인간 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는 다른 조직소견의 양상을 보입니다.
ⓒ 질병관리본부
이 병은 이미 일반 국민들에게는 친숙한 병입니다. 특히 90년대 중반 영국에서 광우병 사태에 이어 벌어진 인간 광우병 사망 소식 등으로 우리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질병입니다.

CJD에 걸리게 되면 심한 우울증과 근육마비 등이 나타나며, 말기에는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신경세포가 죽게 되어 소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잠복기도 길어 때로는 감염된 지 몇십 년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아직 증명된 사실보다 밝혀지지 않은 면이 더 많은 질병입니다.

모든 국가에서 연간 약 100만명에서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프리온(Prion)'이라는 감염성 단백질을 통해 전염되는 희귀 질병입니다. 프리온은 400도 이상의 열이나 일반 소독 약품에 의해서도 소멸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프리온에 감염되어 생기는 CJD에 대한 치료방법도 현재까지 전혀 없기 때문에 공포의 전염병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중요성 때문인지 우리나라도 지난 2001년 보건복지부에서 CJD를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해오고 있습니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CJD는 다시 산발성(sporadic), 가족성(Familial) 및 의인성(iatrogenic)으로 나누어지고 인간 광우병으로 알려진 변종(variant) CJD도 있습니다.

산발성 CJD는 전체 CJD의 85∼90%를 차지하며 풍토병적 질환으로 일반 인구 중 자연적인 돌연변이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가족성 CJD는 유전적인 질환으로 유전적 소인에 따라 발병하며, 의인성 CJD는 감염된 조직의 접종 혹은 섭취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감염된 조직, 각막 이식 혹은 감염자 뇌에서 추출된 호르몬의 주입 등에 의하여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우병과 깊은 연관이 있는 변종 CJD는 1996년 영국에서 최초로 보고된 이래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로 2005년까지 보고된 변종 CJD 환자는 영국이 148명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 미국, 캐나다, 그리고 지난 2005년 일본에서도 환자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번 <노컷뉴스> 보도에서는 부검에 참여한 최경찬 교수가 분명히 "인간광우병 의심환자를 국내 처음으로 부검한 실시한 결과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 환자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사의 내용은 "우리나라가 광우병 청정국가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산발성 CJD를 변종 CJD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인간광우병' 표현 부적절, 의도적" VS "오해할 수 있으나 사실관계 명확"

▲ '유사 인간광우병'기사가 나간 후 일부 한우에 대한 안전성까지 의심하며 광우병 공포에 빠져 있습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일반 국민들은 유사 광우병 기사를 접하고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번 기사의 여파로 지난 22일 증권시장에서는 수산 주와 닭고기 주가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도 '유사 인간광우병'을 '광우병'과 연관시키며 "광우병 소 섭취에 따른 CJD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한우에 대한 안전성까지 의심하며 광우병 공포에 빠져 있습니다.

인간 광우병에 대한 사실을 빠르게 보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간 광우병에 대한 보도는 더욱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일수록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무엇보다도 크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대해 조금만 더 확인했다면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을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과 연관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경찬 교수는 "이번 부검으로 밝혀진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임상 소견, 진행 양상과 나이, 그리고 부검시 조직소견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광우병'이라고 일컬어지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전혀 무관하다"면서 "이번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최 교수는 <노컷뉴스>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자 "해당 기자가 이번 부검 환자가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라고 기사에 분명히 언급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만, 기사의 의도는 부검 환자를 통해 '인간광우병'으로 기사화하는 것이 다분히 의도적이다"고 밝혔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이번 보도와 관련해서 "산발성 CJD는 인종, 문화, 사회경제 수준에 무관하게 일정 수준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라며 "'유사 인간광우병'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22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작성한 <노컷뉴스>의 송형관 기자는 23일 전화통화에서 "4가지 종류 산발성(sporadic), 가족성(Familial), 의인성(iatrogenic), 변종(variant)의 CJD가 증상이 같고,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되었느냐로 판정이 된다"며 "단지 여러 방법을 통해서 증명이 되지 않을 때 산발성 CJD라고 한다"고 산발성 CJD와 변종 CJD가 충분히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송 기자는 "비록 기사를 처음 본 사람들이 오해가 가능할 수 있으나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한 기사이므로 문제가 없다"며 "'유사 인간광우병'이란 표현도 의학적 표현은 아니지만 독자들에게 쉽게 알리기 위한 표현방법의 문제일 뿐이다"고 기사 작성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의학, #건강, #광우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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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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