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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토바이 세계일주 아메리카 대륙 편>
책 <오토바이 세계일주 아메리카 대륙 편> ⓒ 북하우스
오토바이로 국내 여행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아메리카 대륙을 일주했다고 하면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 책 <오토바이 세계일주>의 저자는 이런 무모함을 지닌 청년이다. 완전 초보인 그가 세계 일주를 해 보겠다고 바이크 전문 잡지사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많은 관계자들은 무리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의 라이더들이 이렇게 격려해 준다.

"모든 것은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정비요령도, 라이딩 기술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하지 마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현지인에게 도움을 받으며 함께 어울리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여행이 될 수 있다. 너의 오토바이는 일반여행자들이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여권'과도 같은 것이므로, 절대 외롭지 않을 것이다. 힘내라, 넌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여행은 미국을 거쳐 북으로는 알래스카와 남미 최남단인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에 이르기까지 1년 반에 걸치는 여정을 만들어낸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보면서 인생에 대한 회의와 함께 시작한 오토바이 여행. 처음 출발은 무모했을지 모르나 긴 여행 동안 저자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세상의 여러 아름다움을 느낀다.

목이 말라 들이켠 물이 비상용으로 넣어둔 휘발유인 적도 있고 아무도 없는 비포장도로 허허벌판 알래스카에서 심하게 달리다가 오토바이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하는 등 그의 여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오토바이 여행은 자동차로는 놓치기 쉬운 험난한 곳,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최대 장점을 갖고 있다.

용감무쌍한 이 청년에게는 도와주는 사람도 참 많다. 30만 원짜리 오토바이 부츠를 잃어버리자 우연히 만난 바이크 동지가 하나 선물로 주기도 하고 BMW 오너북을 통해 연락이 닿은 사람들이 무료 숙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제멋대로 돌아다니지만 배우고 느끼는 것은 남보다 큰 생각이다.

"예쁜 마을을 관통하며 굽이굽이 도로가 나 있었다. 600킬로미터를 달렸는데, 가면 갈수록 똑같은 풍경의 연속이라 막판에 지겹기까지 했다. 딱 보아하니 은퇴한 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듯했고. 하지만 건물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는데 해변엔 나무계단으로 산책로를 만들어놔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갑자기 동해 바다가 생각났다. 네온사인으로 도배한 횟집과 식당들, 시멘트로 처바른 모텔들, 지저분한 바닷가 그리고 철조망.

우리나라도 예쁘게 꾸며 놓으면 참 볼 만한 곳이 많은데, 먹고 살기 바빠서 그런지 전 국토가 식당과 모텔 천지다. 심지어는 설악산에 올라가도 식당 아줌마들이 호객행위를 하지 않던가. 술 먹기 바쁜 음주가무 문화도 문제지만, 좁은 나라에 모여 사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오토바이 사고로 매일 밤 온몸이 쑤셔대는 바람에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라이더 친구 프랭크.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저자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진짜 괴짜 기질의 사람도 있고 멋진 여행자 정신을 갖춘 사람도 많다. 여행에서 얻는 가장 큰 보배 중 하나가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

여행을 하면서 저자는 자신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 학창 시절엔 대학입시를 통과하기 위해, 졸업한 뒤엔 직장을 잡기 위해, 그 뒤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쫓기듯 살아온 인생. 이렇게 사는 건 대부분 직장인들과 다름이 없다. 저자는 자신이 이렇게 특이한 여행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는 한국 남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 저자. 한 번 지나간 학창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여행의 순간은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을 80이라고 할 때에 오직 돈을 모으기 위해 젊은 시절을 소비하면 늙어서 돈은 있을지 몰라도 추억은 없다.

아름다운 추억은 수십억을 줘도 살 수 없다. 저자는 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여행을 떠났다. 그의 용기와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자는 여행 전문가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단순히 오토바이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일 년 반이나 여행한 순수한 여행자다.

책을 읽다 보면 화려한 미사여구나 전문가다운 멋진 사진이 없음에도 저자의 씩씩한 글에 감동하게 된다. 일탈을 향해 일상의 무거운 짐을 벗고 자유로워진 영혼의 여행자들. 그들이 경험한 많은 세상만큼 더 자란 눈으로 우리들에게 좋은 글을 선사해 주면 좋겠다. 멋진 여행기를 읽다 보면 나도 그들처럼 떠나고 싶어진다.

오토바이 세계일주 - 아메리카 대륙 편

강세환 지음, 북하우스(2007)


#오토바이#아메리카대륙#강세환#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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