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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톤앤워터
내가 오랫동안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지역이니까 누군가 오랫동안 공을 들이면 ‘고향’ 같은 ‘마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했습니다(참으로 미숙하고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개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만…).

내가 살고 있는 안양에 있는 변두리 재래시장에 해마다 많은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다양한 흔적들을 남겼습니다(일명 '석수시장 프로젝트'라 불립니다).

그 행위와 흔적들을 지역미술, 공공미술, 다원미술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만 행위나 행동 혹은 그 흔적들을 어떤 개념 안으로 귀속시키는 것에 참으로 낯설고 어색할 따름입니다.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감동이 있거나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맹맹한 짓거리들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예술' 혹은 ‘공공미술’이랍시고 위세를 떠는 모양으로 비치지 않을 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10년, 20년 아니 한 30년 후에 누군가 ‘그건 이런 거였다’ 라고 한다면 모를까 이리 규정짓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30여 년을 살아온 동네라도 매일 자고 일어나면 낯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빅토르 위고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남겼다는군요.

“자신의 고향을 달콤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직 주둥이가 노오란 미숙아다. 보다 성숙한 자는 타향을 고향처럼 느끼는 코스모폴리탄이며 궁극의 성숙한 모습은 모든 곳을 타향이라고 생각하는 이방인인 것이다.”

낯설어지는 게 성숙해지는 것이라니 굳이 슬퍼하거나 괴로워할 일도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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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환풍 장치도 제대로 달려있지 않는 석수시장의 슬레이트 지붕 아래 10여명의 예술가들이 입주한 지 3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이 석수시장에서 느끼고 소통하며 만들어낸 그들의 작업실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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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해 온 타마라 구베르낫은 뉴욕이나 안양이나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곤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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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온 페트릭 잠봉은 ‘소통이란 유토피아냐?’라고 반문하며 꾸준히 새로운 소통기법을 만들어 냅니다. 잠시 그가 만든 소통 게임 속으로 빠져 볼까요?

안양사람들(안양거 Anyanger)을 UFO광선으로 클릭하면 외계해(외계에서 온 게) 스파이로 변환시킬 수 있다. 이때 거주자들은 20초 동안 외계해로 변환되었다가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온다.

주의사항: 너무 많은 수의 거주자를 외계해로 변환시키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수가 적어지므로 득점이 느리다. 또한 너무 적은 수를 변환시켜도 빨리 득점할 수가 없다. 가장 많은 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스파이와 안양거의 비율을 항상 적절하게 유지시켜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온 닉 스파랏과 로렌 윈스톤은 시장골목 곳곳에 놓여있는 재생가구들(평상, 주차금지 표지석, 의자, 식탁)에 주목하며 리놀륨 장판을 이용한 새로운 리펌 가구들을 만들어 '공짜세일'로 나누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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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수시장. 그리고 갈라진 아스팔트 틈을 비집고 일어선 이름 없는 풀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그림으로 그것들을 추억하는 길뿐이다” 라며 이름 없는 풀들을 기록하는 작가 이재헌

• 기억의 파편 - “안양에서의 매일의 경험, 세속적이거나, 여느 때와 같은 풍경, 익숙한 이미지를 모아 그림일기와 같은 형태를 창조하고자 하였다.” / 채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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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적인 물건, 구조물로 만들어진 새로운 가구 - “시장의 상인이나 오픈 스튜디오에 온 방문객, 또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이 열린 가능성을 지닌 물체들을 변형하고 그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 니콜라스 스프랫(Nicholas Spratt) & 로렌 윈스톤(Lauren Winstone)

• “석수시장에는 몇 개의 빈 점포들이 있는데 입주해 있던 주인들이 떠나고 그 장소들은 다시 채워지지 않고 비어 있는 것이다. 그 중 한 곳에 내가 앉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빈 곳이 있는데 그것은 ‘럭키’라는 개가 살던 집이다. 어느 날 나는 ‘럭키’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는다.” / 조은지

• 뮤직 앨범 - 석수시장의 상인들을 만나 그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을 어떠한 반주나 악보 없이 자신의 입을 통해 불러줄 것을 부탁하고 그것을 녹음함 / 진시우

• 석수시장 비디오 프로젝트 - 석수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현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함 / 김선애 & 타마라 구베르낫(Tamara Gubern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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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3개월간의 뜨거운 여름 동안 석수시장 슬레이트 지붕 아래서 만들어낸 작업들과 작품들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가을 문턱에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석수시장의 빈 공간들은 여유롭게 잠들어 갈 것이고, 그동안 익숙했던 풍경들이 다시 낯설어 질 것이다.

그동안 안양 석수동 재래시장 안에서 생활 속의 문화예술, 지역미술운동, 공공미술, 문화예술교육운동으로 불리는 개념들에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추가되고 있다.

P.S

22일부터 8월 26일까지 짧은 기간 그들의 작업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10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석수시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놓여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함께 보고 느끼시길 바랍니다. 이곳을 찾는 발걸음 또한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실천하는' 중요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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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스튜디오 퍼포먼스 “외계해의 안양탐색”, 8월 22-26일 4-8시/ 페트릭 젬본(Patrik Jam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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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단방치 라디오 방송국 바셀린 프로젝트(Vaseline Project) / 권승찬
시간: 8월 22-26일(오픈스튜디오 기간) 1-4시(3시간)
장소: 작업실과 시장 내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서 이동방송
프로그램: 음악방송, 작가, 주민, 시장, 관람객 소개 등의 자유진행 방송으로 편성
작가의 작품과 상인, 관람객 등 물물교환 및 판매, 막걸리 대담(토론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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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문의. 스톤앤워터 레지던시 기획팀 / 031-472-2886, 473-1529
         www.cyworld.com/stonenwaterresidency 
         www.openthedoor.co.kr  www.stonenwater.org


#석수시장프로젝트#레지던시프로그램#스톤앤워터#재래시장#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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