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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미녀의 발차기.
태권 미녀의 발차기.

'율곡' 틀을 시연하고 있는 샤샤,
'율곡' 틀을 시연하고 있는 샤샤, ⓒ 윤형권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입니다. 어머니께서 맞서기(격투기)는 하지 말고 틀만 하라고 하셨어요. 얼굴 상할까 봐서 그러셨어요."

서툰 한국말로 말하는 하얀 피부의 아가씨. 제14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딴 샤샤(25)라는 이름의 아가씨.

샤샤는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그곳 대기업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근무하고 있다. 아버지(루돌프 강)는 고려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이다. 아버지가 25세 되던 때 최홍희 전 총재를 만나 태권도를 배우게 된 것이 태권도와의 인연이다.

샤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다. 즉 러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이다. 샤샤의 할아버지는 일제 때 사할린으로 끌려와서 그곳에 정착했고, 샤샤의 아버지 루롤프 강(57)씨는 15살 무렵부터 러시아에 정착했다.

훤칠한 키에 숯보다 더 검은 긴 머리에 눈이 부실만큼 하얀 얼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수많은 '태권미녀(?)' 들이 많았지만 단연 돋보였다.

금메달 자매. 영국 버밍엄 NIA 경기장에서 열린 제14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제9회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틀 부문에서 샤샤(오른쪽)와 랴샤(왼쪽) 자매가 나란히 금메달을 땄다. 샤샤의 아버지는 고려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이다.
금메달 자매. 영국 버밍엄 NIA 경기장에서 열린 제14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제9회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틀 부문에서 샤샤(오른쪽)와 랴샤(왼쪽) 자매가 나란히 금메달을 땄다. 샤샤의 아버지는 고려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이다. ⓒ 윤형권
미모만 돋보인 게 아니다. 175cm나 되는 늘씬한 키에서 180°로 차올리는 옆차기를 보는 순간 관중 들은 탄성을 질렀다. 사각의 경기장에 올라온 상대선수가 주눅이 들어 제대로 주먹을 뻗지 못할 정도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샤샤는 침착하게 한 동작 한 동작을 시연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태어난 태권도….

샤샤는 8세가 되면서 아버지로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뼈를 에는 러시아의 눈보라 추위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차디찬 마루를 밟고 뛰었다.

할아버지께서 그토록 가보고 싶다고 하시던 조국인 한반도. 샤샤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할아버지의 조국에서 살다간 핏줄의 인연들을 만났다.

"중근, 율곡, 세종, 계백, 단군…. 한국 역사는 잘 몰라도 태권도 틀에 나오는 할아버지들은 알아요."

샤샤와 함께 모스크바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는 동생 라샤(여 ․ 18)도 틀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자매가 금메달을 깨물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미소를 보이며 뛰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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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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