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8월 둘째 주 일요일인 지난 12일은 브라질의 '아버지날'이었다. 어머니가 계신 한국이나 지금 살고 있는 미국 등지의 북반구 기념일도 다 모르는 내가 남반구에 있는 브라질 기념일까지 알고. 그만큼 내가 박식하냐고? 오, 노. 천만에!

그럼 어떻게? 브라질의 아버지날인 12일에 브라질 현지를 연결하여 생방송(?)을 했기 때문이었다. 예정에 없던 깜짝 생방송의 내용을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브라질 사람: 안녕하세요? 여기는 브라질 상파울루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미국 버지니아에 있습니다. 현재 시각은 일요일 오후 7시 40분인데 그곳은 몇 시입니까?

브라질 사람: 오후 8시 40분입니다.
: 오늘은 일요일인데 무엇을 하셨습니까?

브라질 사람: 오늘은 이곳 브라질의 '아버지날'입니다. 그래서 제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뵈었습니다. 저도 제 자식들의 아버지이지만 이번 아버지날에는 세 자녀들과 함께 얼마 전에 수술을 하신 아버지와 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사는 상파울루에서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십니다.
: 아버님 연세는 올해 어떻게 되십니까? 건강하십니까?

브라질 사람: 68? 69? 아니, 70인가?
: 아들 맞습니까? (웃음) 아버님 연세도 모르다니요.

브라질 사람: 죄송합니다.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 69 정도 되셨을 겁니다. 하지만 어머니 생일과 연세는 잘 압니다.


위 대화에 나오는 브라질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브라질 시민기자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릭스'다. 지난 6월에 열린 <오마이뉴스> 제3회 세계시민기자 포럼에서 나는 처음 그를 만났고 포럼 기간 여러 번 그와 마주쳤다. 인천공항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렸다는 그를 위하여 사진도 많이 찍어주었고 식사도 함께 했다.

▲ 한국의 모든 것이 그립다고 말하는 브라질 시민기자 안토니오 카를로스 릭스. 포럼 기간 동안 어느 식당에서.
ⓒ 한나영
포럼이 끝난 뒤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을 통해 그에게 쪽지를 보냈다. 하지만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동안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최악의 여객기 충돌 사고라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여 200여명이 죽는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여전히 그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반가운 메일이 날아왔다. 바로 그였다. 쪽지를 늦게 봐서 이제야 메일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뒤늦게서야 나는 컴퓨터에 저장된 그의 사진을 찾아 '보내기'를 눌렀다.

남반구 시민기자와 접속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로부터 고맙다는 답장이 왔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그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궁금했던 근황을 물었다. 그러자 브라질에 있던 그가 내 이메일을 접수한 뒤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메신저로 곧바로 치고(?) 들어왔다.

"hi"
"hi"


짧은 인삿말이 끝나자 그는 곧바로 내게 마이크와 헤드폰이 있냐는 질문을 해 왔다. '에엥, 웬 마이크? 그냥 자판으로만 이야기하지.' 쑥스러운 생각에 좀 꺼려지긴 했다. 하지만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그를 위해 기꺼이 음성대화를 수락했다.

'Hello? Hello?"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안 들려요."
"그래요? 나는 지금 당신 목소리를 다 듣고 있는데…. 아주 잘 들려요. 대화를 할 수 있어요. 당신은 말로 하고 나는 문자로 적으면 되겠네요.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에엥? 뭐라고요, 나만 말로 하라고요?"


▲ "당신은 말로 하고 나는 문자로 적으면 우리의 소통에 문제가 없어요."
ⓒ 한나영
결국 이상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는 내가 묻는 말에 문자로 대답했고 나는 그의 문자 질문에 말로 대답을 했다. 재미있는 의사소통이었다. 느닷없는 '접속'을 통해 남반구의 브라질 시민기자와 북반구 시민기자가 조우하는 순간이었다.

브라질 시민기자의 불평을 접수하다

그런데 우리의 대화는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 전날의 대화가 미흡해서였을까. 카를로스는 다음날 다시 나를 불렀다. 이번에는 화상대화를 통해서였다.

나는 그와 대화를 하면서 브라질 소식이나 그의 안부에 대해서만 물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는 아주 작정을 하고 대화를 시작한 듯 진지모드로 한국에 대한 인상과 <오마이뉴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이야기를 다시 이곳에 옮겨보자면….

한국에 다녀간 이후 나는 한국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 먼 길을 돌아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 음식이 그립다. 사람도 그립고.

한국에 대해 부러운 것은 인터넷 환경이다. 브라질로 돌아올 때 잠시 미국 공항에서 인터넷을 사용했다. 그런데 4분에 8달러를 줬는데 속도도 아주 느렸다. 인천공항에서는 30분에 1500원이었는데 속도도 대단히 빨랐다. 브라질은 어떠냐고? 미국보다는 싸고 한국보다는 비싸다. 그 중간이다. 속도 역시 중간이고.

그동안 기사를 얼마나 썼냐고? 포럼에 참석하고 난 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렸는데 그 중 3건이 생나무에 머물렀다. 왜 내 기사가 생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부에 질문을 했지만 반응이 없다.

기본적으로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은 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전에는 다섯 명이 기사를 검토한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토드 태커를 포함하여 두 사람만이 기사를 검토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리 잘 아냐고? 지난번 방문했을 때 들었다. 인터내셔널 팀이 바빠서 내 질문에 대답을 못해주는 것 같다. 빨리 인터내셔널 팀에 충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사실 내가 받는 원고료는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 식사 값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똑같은 기사를 이곳 신문에 싣는다면 아마 다섯 배 이상 원고료를 받을 것이다. 기사를 쓰려면 보통 3, 4일이 걸리고 모국어인 포루투갈어 대신 영어로 써야 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더욱 힘이 든다. 그러니 기사 채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하여간 내가 바라는 것은 내 기사에 대한 피드백이다. 왜 기사로 채택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 재미가 없어서인지, 주제가 너무 진부해서인지, 아니면 별 가치가 없는 기사인지….

한국어 기사에는 '내 기사가 왜 생나무인지'를 물을 수 있는 <생나무 클리닉>이 있다고? 한국어 기사에 대해서만 요청할 수 있는 거냐? 영문 기사에 대해서도 빨리 피드백을 해주면 좋겠다. 내가 지금 내 생나무 기사를 보낼 테니 한 번 읽어봐 줄래? 그리고 뭐가 문제인지 좀 알려주면 고맙겠다.”


생나무 클리닉 닥터도 아닌 내가 덜컥 생나무 기사에 대한 평가를 의뢰받은 것이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옷깃만 스치는 정도가 아닌 같은 시민기자 타이틀을 가지고 이렇게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 아닐까.

▲ 지구 남반구와 북반구에 있는 시민기자, 어렵게 화상대화를 나누다.
ⓒ 한나영

#세계시민기자포럼#브라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