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일 오후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전북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이명박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10일 오후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전북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이명박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D-6.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투표일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막판 돌발변수'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이명박·박근혜 한나라당 대선후보 진영은 '검찰발 태풍'이 막판으로 치닫는 경선 기상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검찰발 태풍'의 진로가 어디를 덮칠지는 아직 예측 불허다.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해온 이명박 후보에 대한 차명재산 의혹의 상당 부분은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발표 직후, 이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이 내놓은 성명의 제목도 '이명박 차명 재산 의혹은 사실무근임이 확인되었다'였다.

1% '차명'이 99% '결백'을 지울 수 있다

우선 이명박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소유했던 서울 도곡동땅의 김씨 지분과 김씨 명의의 전국 각지의 대지는 대부분 김씨 본인의 소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문제의 도곡동 땅을 판 돈 수백억 가운데 단 한 푼도 이 후보 계좌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김씨는 그동안 이명박 후보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되어온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로 이 후보는 자신을 향한 의혹의 핵심을 해소한 것으로 간주된다. 박형준 대변인도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차명재산 의혹의 핵심이 모두 근거 없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씨와 큰형 이상은씨가 지분을 소유한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의 자회사인 홍은프레닝(부동산 개발 회사)이 관련된 서울 천호동 주상복합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불법적 특혜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 대선후보의 맏형인 이상은씨가 지난 달 27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 대선후보의 맏형인 이상은씨가 지난 달 27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그러나 검찰은 문제의 도곡동 땅을 김씨와 함께 공동 소유했던 이 후보의 큰형 이상은씨에게 '고리'를 걸어놓았다. 이씨가 사돈지간인 김재정씨와 함께 도곡동 땅을 사고 팔았으나 김씨와 달리 매입 및 매각대금을 이씨가 직접 관리하지 않아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씨가 김씨와 공동으로 매입한 도곡동 땅의 지분이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매입자금 7억8000만원을 골재채취 및 현대건설 납품 이익, 젖소 판매대금 등으로 조달했다"고 해명했으나 객관적 증빙 자료가 전혀 없고 자료 제출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의 판단은 이상은씨가 보유했던 지분에 대해 '제3자의 차명재산 의혹이 있다'는 것이지, 그 땅에 대해 '이명박 후보의 차명재산 의혹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검찰도 실소유주를 가리기 위해 이씨의 계좌를 관리하고 현금을 인출해온 또 다른 이모씨를 조사할 필요가 있는데 검찰 출석에 응하지 않아 진상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이 지목한 이모씨는 이씨의 자금관리인을 가리킨 것이지 이명박 후보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발표에 등장한 또 다른 이모씨의 출현은 이상은씨에 대한 '제3자 차명재산' 의혹과 결부되어 대중에게는 이명박 후보 차명재산 의혹인 것처럼 인식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후보 측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명박 필패론'에 기우는 경선 표심

검찰 발표 이후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박영규 공보특보도 "검찰 발표의 99%가 이 후보의 결백을 풀어준다고 해도 대중들은 나머지 1%만 보고, 결국 그것이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다른 얘기는 귀에 안 들어오고 사람들의 뇌리에는 '차명'이라는 말만 남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재오 최고위원 등 이명박 캠프의 핵심 인사들이 13일 밤에 대검을 항의 방문해 밤샘 농성을 벌인 것도 시간이 갈수록 차명재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검찰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지 않으면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정성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문제의 도곡동 땅에 대해 이 후보의 차명재산일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대중에게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 땅이 이 후보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본선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해 이 후보가 예선을 통과하더라도 본선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13일 오전 박근혜 캠프 소속 의원 11명은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해서 한나라당 대선경선일 이전에 검찰이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의혹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13일 오전 박근혜 캠프 소속 의원 11명은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해서 한나라당 대선경선일 이전에 검찰이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의혹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바로 그 점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중간수사결과가 '대선 3연패의 악몽'에 시달리는 한나라당 선거인단의 '안정희구 표심'을 자극해 박 후보측이 주장해온 '이명박 필패론'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막판 경선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개입으로 정권교체에 실패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당원과 대의원들이 그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불안한 후보' 대신 '본선 필승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 후보 측은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이 후보는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이겨낼 수 없고 설령 예선을 통과하더라도 결국 본선에서 패할 것"이란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결백 증명된다면 '이명박 대세론' 전화위복

그러나 반대로 한나라당 경선 D-6일에 터진 '검찰발 변수'는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즉, "검찰이 경선에 개입해 상대적으로 강한 후보를 떨어뜨리고 약한 후보를 띄우려 한다"는 정치공작 의혹을 확산시킴으로써 한나라당 선거인단을 결속시키고 상대적으로 '약한 후보' 대신에 '강한 후보'를 선택케 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 후보측이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검찰에 대한 경고 메시지 이외에도 이 후보가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음모의 피해자임을 부각시켜 '이명박 대세론'을 굳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수사 발표에서 제3자 차명재산 의혹이 있는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지분과 이 후보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상은씨가 추가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이씨의 자금관리인이자 이 후보가 소유한 빌딩의 관리인인 이모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그 땅과 이 후보의 관련성이 없음이 입증되면, 오히려 이 후보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사실 '이상은 의혹'이 해소되면 이 후보에 대한 '더 이상의 의혹'은 없게 된다. 그럴 경우 이명박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지금보다 한층 더 강화된다는 얘기다. 결국 검찰 수사가 막판 경선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명박 대세론'과 이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심재철, 고흥길, 진수희 등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 캠프 의원들이 검찰의 '도곡동 땅 의혹' 수사 발표와 관련해서 14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심재철, 고흥길, 진수희 등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 캠프 의원들이 검찰의 '도곡동 땅 의혹' 수사 발표와 관련해서 14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