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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도 줄 세우고, 구의원도 줄 세우고, 대학교수와 시의원도 줄을 서라."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대선후보 양 캠프의 영남권 세불리기를 위한 기세싸움이 그칠 줄을 모르고 과열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경선이 끝나면 대권쟁취를 위해 협력한다거나 상생하는 정신을 엿볼 여지가 없어 보일 만큼 양 캠프의 경쟁은 치열하다.

그동안 지방자치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구의원들을 상대로 양 캠프에 대한 지지선언을 지시(물론 양 캠프에서는 자율선언이라고 주장)해 지역민심을 극단으로 갈라놓았다는 비난여론이 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박근혜를 지지하는 대구지역 전·현직 선출직 의원 455명이 대규모 지지선언을 하고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대구시의원 12명도 대구시의회에서 같은 날 맞불선언을 하고 나섰다.

'끝장 경선'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과열양산을 보이고 있는 영남권의 경우 향후 한나라당 내 경선후유증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바가 크다. 당 경선관리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양 캠프의 갈등을 조정하거나 중재할 완충지대 없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경선이 끝난다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우려가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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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형규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이 경선에서 2위를 한 후보가 선대본부장을 맡아야 한다며 양 캠프의 화합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모 아니면 도' 식의 경선구도에서는 좀체 약발이 듣지 않는 형국이다.

정상적이라면 약간의 잡음이 수반돼더라도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대선후보를 선정해 필승의 잠재적 동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경선의 종국적 목적이지만 경선을 공천경쟁의 시작으로 보는 정치지망생이나 전·현직 의원들에 의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질돼 버린 듯하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가 "내 평생 이렇게 막나가는 경선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탄식하고 있는 것은 조금도 과장이 아닌 한나라당 내부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물론 경선이 끝나고 후보가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대권탈환의 대명분아래 다시 화합된 모습을 연출할 것이란 관측도 유효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본선도 하기 전에 제집식구에 대한 고소·고발이 넘쳐나고 '공작정치의 화신', '범죄 집단화'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극언으로 서로를 물어뜯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이미 양 캠프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동반자 관계는 사망선고를 내린 듯하다.

특히 TK에서는 비례대표와 지역구의원이 갈라서고, 시의원과 구의원이 따로 놀고, 단체장과 광역의원들 간에 삿대질이 난무하다. 역대 선거에서 공천에 밀렸던 사람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면 공천을 받았던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철학이나 명분 따위는 애당초 고려대상도 아니다. 오직 차기 총선에서 잘만하면 한자리 꿰찰 수 있다는 계산에 근거한 행동이기 때문에 싸움의 혼탁도는 더욱 짙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선 후 승복문제나 분당가능성이 소멸되지 않고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어차피 어느 한쪽도 '완승'이 어려운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경선방식과 여론조사 등 해묵은 소재들이 경선불복의 도화선이 될 여지는 농후하다. 또 양 캠프가 모두 경선승리를 염두에 두고 당의 혁신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후보와 코드를 맞춘 당직개편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그 폭발성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누가 승자가 되어도 상대를 끌어안기가 어려울 만큼 앙금은 커졌고 누가 패자가 되어도 선선히 이를 받아들이기엔 치러야 할 정치적 상처가 너무도 크게 보인다. 한나라당의 대권회복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적어도 양 캠프의 벌어진 간격을 어떤 방식으로든 메우지 못한다면, 2개의 엔진으로 분리된 추진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은 또 다시 5년간의 인고의 세월을 겪지 말란 보장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