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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제 티켓판매소 전경.
ⓒ 최삼경
줄리어드 음대 교수인 강효 감독을 주축으로 한 대관령국제음악제가 'Visionary -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지난 8월 3일부터 26일까지 총 23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음악제는 9일 개막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그간 강원도가 야심 차게 뛰어온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의 잔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대관령으로 가는 길은 때 아닌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졌다. 그러고 보면 음악이나 비는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고 소통시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너무 억지스러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거나 말거나 자연 속의 평창, 산바람 속의 대관령은 이런 모든 것을 벗어나 의연한 대로 한여름을 지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지역축제가 연간 10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모두 저마다 지역특성과 장점을 살려 볼거리, 먹을거리 등의 이벤트로 문화 지명도를 높여 나가기에 부산하다. 그 귀결점은 결국 문화상품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의도이다. 하지만, 몇몇 축제를 빼면 아직은 체계적인 기획과 주민참여 등 실질적인 준비 없이 급조되고 있다는 혐의를 떨칠 수 없다.

▲ 솔로이스츠 연주모습.
ⓒ 대관령국제음악제
그렇다면 이번에 네 번째를 맞고 있는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어떤 등급을 매겨야 할까. 일단 규모 면에서도 가히 매머드급이라고 할만하다.

알도 파리소, 지안 왕, 정명화 등 초청음악가들의 면면이 그런가 하면 실제로 연주되는 곡들도 서양음악사의 큰 획을 그었던 바흐, 베토벤, 드뷔시, 쇤베르크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또 쿠르탁, 리게티, 탄둔 등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갖고 있다는 신예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초연될 예정이어서 음악인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다 해마다 15여 개국 150명 정도가 참여하여 현 세대의 거장들과 다음 세대의 음악 신동을 이어주는 음악학교에서는 도제식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개막연주회에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세종솔로이스츠를 주축으로 하이든의 '야상곡'으로 시작된 연주회를 보면서 든 느낌은 일단 굉장히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것이었다.

관람객들은 부부 등의 중년층이 반을 넘게 차지하고 가족단위, 친구, 연인들끼리 앉아 막간 사이사이 담소를 나누었다. 두 번째 무대에서는 음악가들의 연주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리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노만 페리맨의 미술이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메인 연주인 타케자와, 애플, 슈미트, 골란이 연주하는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치고, 연주자들은 세 번이 넘는 답례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

클래식에 그리 재능이 없는 나로서도 괜한 신명에 어깨를 들썩이고는 하였는데, 관람을 끝내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알도 파리소와 정명화씨 등의 얼굴도 보였다.

▲ 기자회견장에서
ⓒ 최삼경
연주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출신의 유명 첼리스트인 '지안 왕'은 "인류가 개발한 것 중 가장 고귀한 것이 음악이고, 음악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람들끼리 소통하게 만들고, 서로를 아끼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제 한국의 음악수준, 특히 학생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점에 와있고,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이렇게 멋진 음악제를 개최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그 수준에야 이르지 못했지만, 하나의 선율이 주는 감동과 그로 해서 번져나는 사람들의 미소가 어떤 증거처럼 여겨진다.

음악제를 뒤로하면서 과연 주제로 삼았던 '비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비전은 분명 보다 나은 어떤 것을 향해 가자는 의지이고, 그런 면에서 대의를 갖는 것이겠다.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이어야 비로소 비전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합당해 지는 것은 그만큼 미래는 진보한다는 인류의 오랜 약속은 아니었을까.

지금 조금씩 잦아들며 내리는 이 비는 아프간에도 내릴 것이고, 이라크와 아프리카 등 지구촌 곳곳에 아낌없이 내릴 것이다. 묵묵하게 내리는 비처럼, 화광동진이라는 말처럼 지구 곳곳의 분쟁과 갈등이 없어지고 모든 인류가 존엄하게 되는 날은 언제쯤이나 실현될 것인가. 그때가 되어서야 지구상의 모든 축제가 본연의 잔치가 될 것이다.

한여름 밤의 음악제에서 잠깐 귀를 씻은 정도의 것으로 느끼기에는 너무 큰 망상이 되려는가.

#대관령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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