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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 한 구석을 차지한 상자들.
ⓒ 이상협
수능을 3개월 앞둔 요즘, 우리 반에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물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자(box). 교실 곳곳에서 네모난 종이 상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전체 38명 중 28명이 상자를 사용하고 있다. 창고나 폐지함에 있어야 할 상자들이 왜 교실 안에 놓이게 된 걸까?

그 이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고3 수험생들의 문제집(참고서) 때문이다. 고3 수험생들은 100일도 채 안 남은 입시를 위해 개인적으로 문제집을 사거나 학교 보충교재를 사기 위해 서점을 자주 찾는다. 또 개념 설명보다는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방식과 4과목의 탐구영역이 문제집 보유량 증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늘어난 문제집들을 사물함에 넣으면 그만 아닌가.

개인용 사물함은 이미 만원

▲ 사물함은 벌써 만원이다.
ⓒ 이상협
물론 교실 뒤쪽에는 개인용 사물함이 있다. 하지만 사물함은 벌써 만원이다.

▲ 통로에 꽉 찬 상자들(위 사진)과 지나다니다가 발로 차여 찢어진 상자.
ⓒ 이상협
사물함의 공간이 너무 부족한데다가 200제, 300제와 같이 세로길이가 긴 문제집은 사물함과 크기가 맞지 않아 넣고 빼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가로, 세로 틈을 찾아 억지로 문제집을 끼워넣어 보았지만 다시 꺼내는 일이 여간 쉽지 않다.

이렇듯 상자는 우리 반에서 사물함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상자 안에서는 늘어난 문제집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할 수도 있고, 사물함 안에 들어가지 못했던 큰 책도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책상 바로 옆에 상자를 두기 때문에 수시로 사물함에 들락거렸던 귀찮음도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자가 교실을 차지하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바로 '통행불편'이다. 책상 옆의 통로를 상자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교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래서 화장실을 가거나 점심을 먹으러 갈 때마다 상자들이 계속 발에 걸리고, 가끔 친구들이 지나다니다가 발로 차고 다녀서 상자가 찢어지기도 한다.

현재 상자 열풍은 이런 문제점들을 안고 옆 반으로 점점 퍼져 나가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문제집들을 상자에 계속 보관해야 할까?

교실 안 상자의 '박스 오피스' 행렬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

"문제집을 보관할 곳이 필요하다"
[인터뷰] 같은 반 친구 한광권

▲ 학급 친구 한광권
ⓒ이상협
- 상자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물함에 들락거리기가 귀찮기도 하고 책을 둘 공간이 없어서 상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 보충교재로 200제, 300제와 같이 세로가 긴 문제집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책들이 사물함에 들어가지가 않아서 그동안 많이 불편했다."

- 상자에 주로 넣는 물건은.
"상자에는 대부분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넣는다. 그리고 체육이 들은 날에는 체육복이나 기타 준비물들을 넣기도 한다."

- 상자는 어디에서 구했나?
"상자를 구하기란 매우 쉽다. 우선 학교 매점이나 근처 마켓에서 상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모의고사를 본 날에는 교무실에서 상자를 구하기도 한다."

- 상자가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자리를 이동할 때나 상자가 찢어질 때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 상자의 사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은가?
"사물함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학합격 날까지 상자 사용이 계속될 것 같다." / 이상협

덧붙이는 글 | 이상협 기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태그:#수험생, #상자, #사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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