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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곡리 사무소?] 이것이 바로 이장집이라는 표시이다. 마을 이장집에는 이러한 간판과 함께 마을 방송을 할 수 있는 방송장비가 있다. 이날 이장을 만나지 못해 집앞 간판만 찍고 돌아왔다.
ⓒ 김동이

"행정복합도시내에서 최고의 숨은 일꾼은 누구일까?"
"연기군수? 공주시장? 면장?"

물론 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 완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희생하는 숨은 일꾼이 있다. 바로 행정복합도시내 마을의 이장들이다.

▲ 지난 7월 20일 충남 연기군의 행복도시내 중심행정타운 예정지에서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 기공식 모습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지난 7월 20일 충남 연기군의 행복도시내 중심행정타운 예정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침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정중심복합도시(일명 세종시, 이하 ‘행복도시’) 착공식을 가졌다. 착공식을 시작으로 첫 삽을 뜨는 행복도시는 오는 2030년까지 50만명이 사는 21세기의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행복도시에 포함된 지역 중 1차로 개발되는 지역사람들은 벌써부터 고향을 등지고 떠나고 있고, 앞으로 2차, 3차로 개발될 마을 사람들도 점차로 고향을 떠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이런 현실 속에서 행복도시내 이장들은 그 누구보다 바삐 움직이며 마을을 위해, 마을의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행복도시내 이장을 예전에 마을회의를 주관하고 방송을 하는 등 단순한 일을 처리하는 그런 마을이장 쯤으로 여겨서는 절대 안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예전의 이장이 했던 임무 이외에도 다른 임무가 추가되어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읍내 보건소에서...(어쩌구 저쩌구)"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던 예전 이장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예전에 이장하면 단순히 동네를 대표하는 사람 또는 동네 사람들에게 마을의 소식이나 면에서 하달되는 주의사항 등을 방송을 통해 알려주는 사람으로 통했으나, 지금의 이장은 더군다나 행복도시내의 이장은 위에서 언급한 단순한 업무 이외에 더 중대한 업무를 처리한다.

예를 들면 마을에서 이미 보상비가 다 지급된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받는 손실보상과 관련해서 보상을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동네분들이 이장을 찾아가 부탁을 하면 이장이 대신 돌아다니면서 일을 처리해 준다. 또한, 동답(동네의 공동소유 땅) 보상비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집행하는 일도 이장의 차지다.

▲ [이미 고향을 떠난 사람들] 점차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러한 빈집들은 더 늘어만 갈 것이다. 마을이장은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서운해하지 않도록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반곡리의 모습
ⓒ 김동이

특히,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인접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때면 서운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동네분들이 같이 이삿짐을 옮겨 주고, 집들이라도 할라치면 소형버스를 준비해 시간이 되는 마을사람들과 같이 집들이에 참석하도록 하는 등 마지막 이장답게 분주히 움직인다.

이장의 임기는 2년으로 선출방법은 각 마을마다 조금씩 상이하다.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동네사람들이 투표를 통해서 선출하는 직선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내가 취재한 ‘반곡리’라는 마을도 지금은 직선제 이장이 이장직을 맡고 있지만 현 이장 전까지만 해도 대개 마을 노인회에서 회원들이 지목하여 선출하였다. 즉, 지금 이장은 지난해 마을 주민들의 무기명 투표로 선출되었다. 따라서 반곡리의 현 마을이장은 이 마을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직선제 이장’인 셈이다.

반곡리의 이장은 직선제 이장답게 얼마 안 있으면 고향을 떠나야 하는 마을사람들이 서운하지 않도록 다른 마을의 어떤 이장보다도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마을의 대표인 이장. 다른 마을의 이장들도 열심히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특히 행정복합도시 예정지 마을의 이장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을을 위해 열심히 소임완수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며, 이 날 만나 뵙지 못한 ‘반곡리의 마지막 이장’을 근시일내에 만나 인터뷰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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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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