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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악대 연주
경찰악대 연주 ⓒ 김대갑
'누구의 가슴에 사랑을 남겼나?'

참 엉뚱하면서도 신기한 발상이다. 한여름 밤에 철학을 논하는 것도 엉뚱하고 그 철학을 사랑이란 단어와 결합시키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해운대 달맞이 언덕은 철학과 사랑을 논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빼어난 풍경과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로렐라이 언덕. 예술과 낭만이 충만한 몽마르트 언덕. 그리고 달에 얽힌 사랑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해운대 달맞이 언덕. 만일 이 세 언덕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언덕을 꼽으라면 당연히 달맞이 언덕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달맞이 언덕에는 달을 경배하며 소박하게 살았던 민초들의 애환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달맞이 고개 일원에서 벌어지는 달맞이 축제가 벌써 10년의 세월을 맞이하였다. 달맞이 축제는 해운대 지역의 문화계 인사와 인근 화랑, 카페, 레스토랑 등이 주축이 된 순수 민간 축제이다. 이 축제의 취지는 간단하다. 달맞이 언덕을 세계적인 문화의 언덕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바다와 달, 숲, 그리고 아름다운 야경. 달맞이 언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추리소설계의 거장 김성종씨는 달맞이 고개의 전경에 반해 이곳에 눌러앉아 버렸다. 그리고 사재를 털어 추리문학관을 건립하여 매년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추리문학관을 문화의 향기가 피어나는 사랑방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는 딴딴하다.

또 달맞이 언덕에는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재즈 바에서 마시는 한 잔의 칵테일에는 그리움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다. 그림 같은 카페, 그림 같은 풍경. 그 뉘라서 해운대 달맞이 언덕의 아름다움을 부정할 것인가.

어울마당의 재즈공연
어울마당의 재즈공연 ⓒ 김대갑
철학 축제라. 너무 무겁다. 일반인들에게 다가오는 철학의 뉘앙스는 너무 무겁다. 그러나 이 어려운 주제를 축제로 만들어보겠다는 준비위원회의 당돌한 의지는 대단히 신선하다. 모든 것이 가볍게, 편하게, 쉽게 돌아가는 요즘. 지역민들과 젊은이들에게 철학이란 옹골찬 주제를 축제처럼 던지겠다는 그 발상이 대견하다.

모두들 흥청망청하기 쉬운 여름밤에 철학과 사랑을 가지고 달을 바라보며 논쟁해보자는 그 발상이 너무 고맙다. 이 모두가 해운대라는 천혜의 자연조건이 우리에게 선사한 고마운 선물이다.

8월 3일, 달맞이 철학 축제는 경성대 교수 박준영씨의 '누구의 가슴에 사랑을 남겼나'라는 주제 강연으로 막을 올렸다.

곧이어 해운대 민속농악 보존회의 길놀이가 시작되었고, 경찰 악대의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그리고 간단한 개막식이 벌어진 후에 재즈의 향연이 풍성하게 벌어졌다.

한여름 밤에, 멀리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듣는 재즈라. 밤하늘에는 작은 별들이 보석처럼 빛을 내고, 숲의 향기가 머릿가에 맴도는데, 눈앞에서 재즈의 선율이 생생하게 들려오다니!

양우석 재즈 밴드 공연
양우석 재즈 밴드 공연 ⓒ 김대갑
달맞이 언덕은 작은 꿈을 꾼다. 부산에서 가장 많은 화랑이 밀집한 달맞이 언덕은 제2의 몽마르트를 꿈꾼다. 아니 이제는 세계적인 문화공간의 꿈을 꾼다. 입지조건이나 문화적 조건이 로렐라이나 몽마르트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달맞이 언덕이기에 그런 꿈을 꿀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의 언덕이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철학으로 풀어 본 이번 축제는 겸손한 성공을 맞이할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달에 얽힌 언덕의 전설을 다시 상기했다. 멀리 문화의 아름다운 허브 향이 잔잔히 밀려왔다.

여성보컬의 열창
여성보컬의 열창 ⓒ 김대갑

덧붙이는 글 | * 달맞이 언덕 축제는 8월 2일에서 8월 5일까지 계속된다. 김재선 갤러리와 조현화랑 등에서 상설 전시회를 개최하며, 8월 3일의 재즈공연을 시작으로 각종 문화공연이 어울마당에서 다양하게 펼쳐진다. 8월 4일에는 초청강연을 시작으로 가수 초청 공연과 솔로 바이올린 공연이 진행된다. 5일에는 추리문학관에서 '사랑에 대한 철학적 수다'라는 주제로 문화계 저명인사들과 관객들이 난상토론을 벌인다. 그리고 동아대 철학과 교수가 특별강연회를 하며 특별 초대 가수인 안치환이 어울마당에서 공연을 한 후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 기사는 국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달맞이언덕철학축제#부산#해운대#달맞이 언덕#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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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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